박준경 체제 시동 건 금호석화 눈 앞엔…미흡한 지배력, 주주 견제, 사업 부담
입력 2022.07.20 07:00
    Weekly Invest
    27일 임시주총 통해 이사진 진입 시도
    최대주주 측 '반대'의사 표명
    KCGS도 '반대'권고…"주주 이익 대변할지 의문"
    수요는 꺾였는데 증설은 현재 진행형
    원자재가 부담에 수익성 저하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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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이 3세 경영 체제에 시동을 걸었다. 박찬구 회장이 이사진에서 물러난지 1년여만에 오너일가인 박준경 부사장이 사내이사 진입을 시도하는데 현재로선 주요 주주의 반대에 부딪히며 첫 단추를 꿰는 것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박준경 부사장이 이사회 진입에 성공해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시작하더라도 당분간 주주들의 견제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느때보다 큰 상황에서 수익성 저하를 비롯한 사업적 부담을 덜어내는 것도 숙제다.

      금호석화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임시주총을 통한 이사선임은 최근 3명(고영훈 사내이사, 박순애·이재경 사외이사)의 사임에 따른 조치다. 임시주총에선 박 부사장 외에 2인(권태균·이지윤)의 사외이사 선임안건도 부의한다.

      주총의 핵심은 오너일가인 박준경 부사장의 선임 여부다. 

      지난 10년간 금호석화에 몸담은 박 부사장은 현재 회사의 국내외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회사측은 "박 부사장이 핵심 사업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해 실적 개선에 기여했고 경험과 역량이 향후 경영전략을 추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사의 선임은 주주총회 일반결의 사안으로 주주의 과반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금호석화 주주 구성을 보면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8.5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이어서 박준경 부사장(7.21%), 박찬구 회장(6.73%) 등으로 구성돼 있다.

      3세 경영 체제 도입의 한 가지 걸림돌은 역시 수년 간 박찬구 회장 측 오너일가와 경영권 분쟁을 이어온 박철완 전 상무이다.

      박철완 상무 측은 이미 박준경 부사장의 이사 선임을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최대주주가 반대 의사를 표시한만큼 다수의 기관투자가, 소액주주 다수가 반대에 나선다면 박준경 부사장의 이사회 진입이 무산된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도 박철완 전 상무에 힘을 실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15일 박준경 부사장의 이사선임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박찬구 회장이 과거 계열사(금호피앤비화학)에 장남인 박준경 부사장에게 100억원 이상의 금전을 대여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배임 혐의를 확정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KCGS는 "특수관계자 거래로 사익을 추구한 행태를 보인 후보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 진입한 후에도 사적 이익보다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길 수 있을지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며 "사내이사로서 갖추어야 할 책임성, 직무 충실성 등 여부를 의심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KCGS는 또한 금호석화가 박철완 상무 측이 주주제안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상법상 주요 주주는 주주총회 6주 전까지만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그러나 KCGS는 회사 측이 주총 6주 전부터 하루가 지난 시점(41일 전)에 주총 소집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박준경 부사장의 선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펼쳐진 사측과 박철완 전 상무 측의 표대결에선 사측 제안 안건(배당)이 70%에 가까운 동의율을 기록하며 통과했다. 당시 주총에선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가 박 전 상무측을 지지했고,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이 박 전 상무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다만 다수의 국내 기관투자자, 특히 지분 약 6.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회사측 안건을 지지하며 박 전 상무의 경영권 장악은 실패했다.

      이번 주총을 통해 박준경 부사장이 이사회 진입에 성공하면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된다. 추후 박찬구 회장의 지분을 승계 받아야하는 과제는 남는다. 박준경 부사장은 지분을 승계받으면 약 15%의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박철완 전 상무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합하면 10.1%가량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지분 구조상 언제든 감시와 견제 속에서 경영활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박 전 상무측은 과거 올해 초 "모든 주주와 계속 소통하며 필요하면 임시주총을 소집해 주주들 의 의사를 대변할 것이며 최대주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미미한 지분율로 인해 끊임 없이 공격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박준경 부사장 체제의 또다른 숙제는 불안한 업황 속에서 수익율을 방어하는 것이다.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를 이끌었던 주력 제품(NB라텍스)의 수요는 줄어들 전망이지만 회사측은 이미 2020년부터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제품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하면서 석유화학 업계 전반에 걸친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NICE신용평가는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글로벌 경기 둔화가 예상되고 있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는 제한적인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범용 제품 등의 증설 계획이 진행하면서 공급 부담이 지속돼 석유화학사들의 저하된 수익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박준경 부사장 체제가 연착륙하고, 추후 공고하게 유지되기 위해선 불확실한 사업 환경을 타개할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는게 중요해 보인다. 이는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은 미미한 지배력을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앞선 금호석화 주주총회에서 볼 수 있었듯 단순한 지분율 차이만으론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올해 정기주총에선 박철완 전 상무 측의 제안이 일반 주주들에게 단기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단기간의 당근책만으로 투자 유인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호석화의 주가는 연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불확실한 사업 환경 탓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회사의 환원책과 주주관리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단 의미이기도하다. 이 역시 박 부사장 또는 차세대 경영인이 풀어내야 할 숙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