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아직 공부 중인데…판 커진 OCIO 시장에 금융사 너도나도 손들어
입력 2022.07.25 07:00
    퇴직연금 제도 개편에 따라 금융사들 너도 나도 OCIO 시장 뛰어들어
    이제 걸음마 단계로 해외는 수십년 된 비지니스
    국민연금 조차 해외 운용사랑 협업하면서 배우고 있어
    OCIO 시장 성숙기까지 시간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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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퇴직연금 시장 개편을 앞두고 금융사간 치열한 선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도 변화에 따라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이 도전장을 내민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역사가 짧고 고도화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케팅만 요란하지 실력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크다.

      최근 디폴트 옵션 및 적립금 운용위원회 의무화로 인해 퇴직연금과 OCIO 시장이 큰 변화가 예상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 지시가 없으면 사전에 약정한 방식대로 금융사가 연금자산을 굴릴 수 있게 한 제도다. 퇴직연금을 방치하는 확정기여형(DC) 가입자가 많아지다 보니 이를 개선해 보자는 취지에서 이달부터 허용됐다. 금융사들은 디폴트 옵션 도입에 맞춰 DC형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OCIO펀드'를 출시해오고 있다.

      적립금 운용위원회 의무화는 기업이 관리하는 확정급여형(DB) 가입자에 해당하는 제도 변화다.  기업은 퇴직금 관리를 위해 투자계획을 정리하고 목표 수익률과 손실, 수익 가능성을 정리해야 한다. 기업들이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서 이를 외부에 운용을 맡기는 OCIO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DC, DB형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OCIO 시장이 개화하는 분위기다. 그간 OCIO 시장은 연기금이 주요 고객이었다. 해당 연기금 가입자를 위한 자산을 금융사가 위탁해 운용해주는 방식이 OCIO 주요 시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금융사들이 위탁 받아 운용하는 규모는 컸지만 수익성이 높지 않은 비지니스였다. 대개 OCIO 조직을 운용하기 위한 비용이 더 커 이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수수료 수입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OCIO 시장이 커지면서 반전하고 있다. 당장 내년에 열릴 고용보험기금 주간 운용사 선정을 앞두고 벌써부터 경쟁이 치열해 지는 분위기다. 공적기금 시장을 양강하고 있던 삼성과 미래의 경쟁은 거세지고, NH투자증권을 비롯한 새로운 도전자들이 속속 '참전'하는 분위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으로 열릴 OCIO 시장을 앞두고 시장의 리더로서 운용규모의 확대와 트랙레코드를 쌓기 위해서다.

      주요 시장은 기업의 퇴직연금이다. 공적연금에서 쌓은 트랙레코드 없이 기업 퇴직연금 OCIO를 따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우선은 공신력 있는 주요 연기금의 OCIO 운용사가 되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운용업계에선 요란한 영업 대비 실제 OCIO 역량이 갖춰느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OCIO의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이라면 OCIO에 전문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시장으로 인식된다. 미국 등 퇴직연금 시장이 발달한 국가들은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OCIO 전문 운용사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SEI 인베스트먼트, 러셀 인베스트먼트 등이 꼽힌다.

      이들이 OCIO를 운용하는 방식은 재간접 펀드(fund of funds) 중에서도 매니저를 직접 선발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레벨에서도 포트폴리오의 특성을 관리하는 (MOM, Manager of Managers) 방식으로 진화했다. 통상 OCIO 운용사는 위탁 받은 자금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라 주식, 채권, 부동산 운용사에 일임형태로 위탁운용을 한다. 

      이들 선진 OCIO 운용사는 전세계에  퍼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각 분야의 최고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이들이 약정한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하는지 지시 및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서 퇴직연금의 구성을 놓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 연금 계리사를 두고 자산과 부채의 매칭을 통한 운용으로 전문성을 더해가고 있다.

      눈을 돌려 국내를 살펴보면 국내 금융사 중에선 이런 수준으로 OCIO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견해다. 이제서야 팀을 셋업 하고 준비하는 걸음마 단계란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이나 퇴직연금제도가 미국 등과 다르긴 하지만 MoM 방식과 같이 제대로 OCIO운용할 수 있는 곳은 전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나마 세계 3대 연금으로서 전세계 자본시장을 대상으로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 정도가 이런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 이들 OCIO 전문운용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전문성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론 국민연금의 위탁운용도 OCIO의 글로벌 리더인 SEI인베스트먼트나 러셀 인베스트먼트 등의 운용팀 수준으로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에 따른 전문 인력 확충과 더불어 OCIO에 대한 이해도 높은 인물을 충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해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OCIO는 국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라며 "미국 등 선진국의 OCIO 시장은 몇몇 선진 운용사들이 과점형태로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운용기법 중에서도 고도의 선진화된 기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