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멈추기도 어려운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입력 2022.07.27 07:00
    “택시 사업과 맞지 않다”…배재현 CIO 발언 논란 도화선
    모빌리티 매각 유보 요구에 카카오 존중 의사 밝혔지만
    그룹 평판 위험은 여전…밝힌 계획 철회하기 쉽지 않아
    ‘최소한의 성의’ 보여야…철회시 계열사 매각에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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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손절’ 발언이 카카오모빌리티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이는 사모펀드(PEF)로의 경영권 매각 저지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생안 도출 계획을 밝히며 명분 쌓기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 유보 요구에 존중 의사를 밝혔지만 이제 와서 매각 절차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현재 잦은 구설수로 정치권과 여론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고, 반전을 일궈내지 못하면 리스크가 그룹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논란의 핵심인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줄이는 ‘최소한의 성의’는 필요하다. 

      아울러 카카오는 향후에도 계열사 축소 혹은 조정 계획이 예상되는데, 첫 단추부터 구성원 반발로 물러나는 모습이 드러나면 다음 작업들도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된다. "직원들이 반발하면 또 접는거 아니냐"라는 인식이 생기면 그룹이 내놓을 계획들의 신뢰성을 의심받게 된다.

      카카오는 MBK파트너스와 카카오모빌리티 M&A를 논의해 왔다. 배재현 CIO는 이달 초 카카오모빌리티를 완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10%대 지분을 팔아 2대주주가 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배 CIO는 이후 ‘카카오는 메신저 회사라 택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밝히며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카카오를 보고 와서 모빌리티 육성에 매진한 시간이 부정당한 임직원들의 반발과 반대 매각 목소리가 커졌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5일 류긍선 대표 등 핵심 경영진과 구성원이 참여한 미팅을 열어 회사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류 대표는 미팅에 앞서 사내 공지를 통해 카카오에 매각 검토를 유보해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향후 ‘모빌리티와 사회의 지속 성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카카오 노조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일단 내부 저항으로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매각 철회’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카카오모빌리티를 안고 갔을 때와 팔았을 때의 득실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카카오그룹은 작년부터 정치권과 여론, 시장의 공적이 됐다. 계열사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골목상권 침해, 고가 상장 후 주가 폭락 등이 도마에 올랐다. 작년 국정감사 때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세 차례나 불려나와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런 평판 위험을 방치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 출범 때부터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카카오모빌리티를 빼고 ‘계열사 축소 계획’을 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카카오가 한번 밝힌 매각 계획을 집어 넣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노력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이를 매각 철회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매각 대상의 부인이나 반발은 M&A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아니다. 카카오그룹으로선 매각 잡음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 있을만큼 여유롭지도 않다. 국감에 대비할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카카오와의 연결고리를 남기면서도 계열사에서 제외할 묘수가 ‘지분 40%대 2대주주’인데 그마저도 하지 않으면 카카오그룹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자회사 구성원의 반발에 밀려 ‘최소한의 성의’도 드러내지 못하게 된다면, 가뜩이나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는 계열사 관리 체계의 구멍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그룹이 생존과 연결된 문제다 보니 그룹 수뇌부의 의지가 강하고 매각을 반대하는 인사들에 대한 압박도 큰 분위기”라며 “2대주주로 남겠다는 계획 정도도 이행하지 않으면 명분이 서지 않고 계열사끼리 따로 논다는 인상만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내놓겠다는 상생 방안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목매온 수익화 전략의 수정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에 남는 대가라고 하기엔 카카오도 회사도 실익이 모호하다. 회사와 구성원들이 그동안 방기하던 ‘사회적 책임’을 매각 즈음에 꺼내드니 명분에 힘이 실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앞으로 이뤄질 계열사 정리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2대주주로 남겠다 했다가, 매각을 결정한 바 없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여기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멈추면 다른 계열사 매각에서도 노조 반발을 이유로 발을 뺄 가능성이 크다. 매각의 진정성, 나아가 카카오그룹의 신뢰도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이제 와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철회한다면 다른 계열사 매각도 구성원 반발이 있으면 멈출 것이란 인상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