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카카오게임즈...자회사 상장 악재에 빛 바랜 매출 1위
입력 2022.07.28 07:00|수정 2022.07.28 08:36
    취재노트
    리니지 끌어내린 '우마무스메', 주가는 '비실비실'
    캐시카우 '오딘' 개발사 예심청구 소식에 약세 지속
    계열사 상장 일정 조정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
    악재로 호재 덮어...주주들 "카카오가 카카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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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는 그간 계열사간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중구난방(衆口難防),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경영 기조를 보여왔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상장 일정을 두고 경쟁을 펼친 일화는 유명하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벤처스 등 벤처투자 조직 교통정리도 내홍을 겪었다.

      이번엔 카카오게임즈에서도 이런 '전통'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지난 22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라이온하트는 모바일게임 '오딘:발할라라이징'의 개발사로,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거의 유일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자회사다. 라이온하트 상장 추진 계획이 시장에 알려졌을 당시부터 이는 카카오게임즈 주가에 '대형 악재'로 인식돼왔다.

      증시가 당황했던 건 예심청구 시점이었다. 라이온하트가 예심을 청구한 당시,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신작 중 최대어이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의 신규 서포트 카드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25일 출시된 이 '키타산 블랙'이라는 카드는 지난해 4월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우마무스메'를 매출 1위로 만들어 준 원동력이었다. 

      '키타산'의 마법은 한국 시장에도 통했다. 출시 당일 각종 우마무스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달 월급을 쏟아부었다'는 인증이 쏟아졌다. 25일 하루 매출만 150억원에 달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튿날인 26일 정오, 우마무스메는 기존 매출 1위 '리니지W'를 끌어내리고 국내 서브컬쳐 게임 사상 처음으로 구글플레이스토어 게임 부문 매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오딘'이 '리니지M'을 매출 1위에서 끌어내렸을 때,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폭등했다. 새로운 제왕의 등장에 증시가 환호했다. 이번엔 달랐다. 25일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우마무스메 구글 매출 1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장중 3%가량 잠깐 올랐다가, 윗꼬리만 남기고 다시 보합권으로 내려왔다. 26일에는 장 초반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급기야 하락 전환했다.

      매출 1위라는 호재가, 캐시카우 자회사의 상장이라는 악재에 막혀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이는 기관과 외국인의 이탈을 불러왔다. 특히 외국인은 최근 4거래일 연속 대규모 순매도를 쏟아내고 있다. 공매도 부담도 적지 않다.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 상장사 중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량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라이온하트가 굳이 22일에 예심을 청구했어야 할 전략적인 포석이라도 있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거라는 게 기업공개(IPO) 업계의 중론이다. 

      어차피 심사엔 최소 45영업일 가량이 걸린다. 지금 청구해도 추석 연휴가 지나고 9월 말 경에야 결론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8월에 나올 반기보고서를 기반으로 10월이나 11월 중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었다면, 1~2주 뒤인 8월 초중순에 예심을 청구했어도 별 지장이 없었을 거란 지적이다.

      '키타산'의 마법은 어차피 일주일짜리라는 전망이 많다. 한 달치 월급을 하루에 쏟아부은 유저들이 일주일 뒤에 또 다시 한 달 월급에 육박하는 금액을 결제할 순 없다. 평소엔 매출이 많지 않다가, 새로운 카드가 출시됐을 때 단기적으로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건 우마무스메같은 '뽑기 게임'에선 일반적인 수익 모델이다.

      '키타산'의 마법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유일한 일주일'을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상장이라는 악재로, 스스로 덮어버린 셈이다. '키타산 블랙' 출시가 이미 한 달 전부터 25일로 정해져 있었음에도 그랬다.

      연초 이후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46% 하락했다. 시가총액 3조4000억여원이 공중분해됐다. 내달 3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전망치를 컨센서스(평균 전망) 대비 5~10%가량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오딘'의 매출이 기존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게 조정의 이유다. 

      '키타산 블랙' 이후엔 11월말 출시가 예상되는 '수영복 마르젠스키'전까지 대규모 매출을 일으킬만한 필수 카드는 등장하지 않는다. 무려 4개월 뒤의 일이다. 카카오게임즈 주주들로선 지금 게걸음하는 주가가 더욱 아쉬울 법 하다. "카카오가 카카오했다." 카카오게임즈 주주 게시판에 어느 이름 모를 개인주주가 남긴 게시글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