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단가보다 몸값 낮추기 유행?...울상짓는 스톡옵션 보유자들
입력 2022.07.29 07:00
    IPO 시장 침체로 공모가 ‘할인’ 사례 늘어
    상장 이후 공모가 내리막길 기업들도 다수
    스톡옵션 행사가와 주가 ‘역전현상’ 많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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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유니콘(시가총액 1조원 이상)을 비롯한 유망한 스타트업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받고 합류했던 직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상장 이후 공모가가 스톡옵션 행사가격를 역전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는 탓이다.

      IPO(기업공개) 시장이 급격한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직전 투자단가보다 공모가를 낮추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상장 전 투자유치 과정에서도 이전에 거론되던 밸류에이션(Valuation)보다 다소 낮춰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졌다. 비상장 회사의 경우 자칫 폐업이라도 하게 되면 스톡옵션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의 최종 공모가는 3만원으로 확정된 바 있다. 이는 작년 말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 당시 투자 단가인 4만4000원보다 1만4000원가량 낮은 가격이다. 심상치 않은 공모 시장 상황을 반영, 다소 보수적인 공모가 선정으로 상장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됐다. 

      바이오 회사 에이프릴바이오 역시 최종 공모가를 1만6000원으로 결정했다. 당초 공모가 하단인 2만원보다 20% 낮고, 지난해 8월 투자 유치 당시 단가였던 2만1788원보다는 약 27% 떨어진 것이다. 수요예측 결과 투자자 모집이 신통치 않자 공모가를 낮추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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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이처럼 직전 투자 단가보다도 공모가를 낮추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상장 실패를 우려한 기업들이 공모가를 하향 조정할 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 침체기로 상장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특성상 기업가치의 고공행진을 통해 회사 가치가 스톡옵션 행사가를 크게 웃돌아야 소위 ‘대박’을 노릴 수 있는데, 최근 그 반대의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 가운데 적지 않은 회사들이 스톡옵션 행사가와 현재 주가가 ‘역전’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바이오회사 애드바이오텍은 최근 주가가 4700원대로 공모가(7000원) 대비 약 32%가량 떨어졌다. 이에 지난 2020년 부여된 스톡옵션 행사가(5332원)보다 주가가 낮아진 상태다. 유니콘 특례 1호로 관심을 모았던 바이오회사 보로노이 역시 현재 주가가 3만8000원대로 지난 2019년 초에 부여된 스톡옵션 행사가인 4만1200원을 밑돌고 있다. 이외 골프 거리측정기 제조회사인 브이씨는 상장 당시 ‘골프 특수 효과’로 기대를 받았지만 현재 주가는 1만1200원으로 스톡옵션 행사가(1만3100원)에 못 미친다. 

      아직 상장 전 단계인 회사의 스톡옵션 보유자들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최근 약 3000억원을 투자 받은 토스의 경우 최종 기업가치는 8조500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불과 몇개월전만 하더라도 10조~15조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됐지만 최종 몸값은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에 최근 토스에 스톡옵션을 받고 합류한 직원들의 행사가와 최근 투자 단가가 거의 근접해졌다는 후문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초기 멤버를 제외하고 최근에 토스로 이직한 직원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장 스톡옵션을 행사하기보다 2~3년 이후를 기약하긴 하겠지만, 비상장 주식 시장의 상황이 몇 년 후에도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스톡옵션 효과를 꿈꾸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선 그나마 상장에라도 성공한 경우에는 다행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유망 스타트업으로 꼽혔던 기업들이 올해 들어 자금 모집 난항, 직원 감축 등의 고초를 겪으며 회사의 존폐 자체가 위기에 직면한 사례도 심심치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스톡옵션이라고 하면 ‘조기은퇴’를 꿈꿀 수 있을 정도로 각광을 받아왔지만 최근 들어 실상은 그렇지 않게 됐다”라며 “행사를 해봤자 상장까지 가지 못한다면 구주를 보유하는 것에 불과한데, 비상장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 구주를 사줄 사람도 없고 더욱이 회사가 폐업이라도 하게 되면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