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출비중 10%대 방산 분리매각 해본들?…관건은 '칼 뽑은' 尹정부 구조조정 의지
입력 2022.08.01 07:00
    하청업체 장기 파업에 대우조선 현주소 낱낱이 드러나
    방산 매각 생각할 만하지만 걸림돌 높고 실효성도 의문
    産銀은 청산 가능성도 거론…지금까진 현실성 크지 않아
    현재로선 경쟁력 유지 불투명…새 정부는 논란 감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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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장기 파업 사태로 조선산업의 구조적 불합리성이 다시 드러났다. 아울러 대우조선의 독자 생존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재확인됐다. '고육책'으로 특수선사업부 등 방산부문 분리 매각이 거론됐지만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고, 무엇보다 매출비중이 낮아 본원적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뾰족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터라 결국은 윤석열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사태 해결의 키워드가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우조선은 사실상 국영기업으로 오랜 기간 방만한 경영이 이뤄졌다. 구조조정 시도는 회사의 반발과 여론의 비판에 밀려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그러다 이번 파업 사태에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고 산업은행도 강공으로 지원 중단 및 파산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제 관심은 여론 악화와 사회적 비용 등 부담을 안고 꺼내든 칼을 끝까지 들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산업은행은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 및 독자생존 가능성 제고를 위해 경영 컨설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의 영향까지 분석해 중장기 관리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가장 쉬운 방안으로 방산 부문(특수선 사업) 분리 매각이 거론된다. 그러나 특수선사업부문 분리 매각은 지난 2016년에도 검토됐다. 회사의 덩치를 줄이기 위해선 팔릴 만한 분야라도 쪼개자는 것이었는데 이때도 현실화하지 못했다. 기존 차입금 상환 부담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문제가 있었고, 방위사업법상 독립 요건을 갖추기도 어려웠다.

      특수선 사업 분리 매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부 의지가 확고하면 웬만한 법적 걸림돌은 해결할 수 있다. 상선과 특수선 분야가 블록 제조 공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데, 이는 사업부가 외주를 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방위사업 수행 주체가 줄어들지만 지금까지 대우노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원청과 하청을 번갈아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조선업계 전문가는 “실제로 쪼개 팔려면 물리적인 분할도 전제가 돼야 하니 쉽지 않다”면서도 “대우조선해양 각 사업부 별로 여러 해에 걸쳐 독립 회계를 하고 일부 사업부의 블록 조립을 외주로 돌리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분리매각이 본질적인 해결책으로는 평가받지 못한다. 잠수함·수상함 분야를 포함한 해양·특수선 분야의 매출 비중은 대우조선 전체 매출의 10~20% 수준에 그친다. 특수선 사업을 매각한다고 회사의 실질이 크게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전략컨설팅사 등을 통한 경영 컨설팅에서 분리매각이 제안되더라도 '상징성'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오히려 관심사는 이번 파업사태에서 정부나 국책은행들이 보여준 기조다. 단호하게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신호를 보냈다. 현재 회사 재무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향후 파산이나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회생절차 신청으로 대우조선이 되살아 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되레 기존에 수주해둔 물량이나 앞으로 수주할 물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와 미래의 먹거리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때부터는 "대우조선을 그래도 살릴 것이냐" 아니면 "정말 청산ㆍ파산도 감안하고 접근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여기서부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질 전망이다. 

      새로 취임한 강석훈 산업은행장ㆍ윤희성 수출입은행장에게 대우조선은 피하지 못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난제가 됐다. 당장은 여당이 대우조선에 압박기조를 내비치고 있지만 박두선 사장 등 대우조선해양 경영진 사퇴 정도만 거론된다. 이를 제외하고는 대우조선 자체에 대한 이렇다할 '묘수'는 나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대우조선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이 '대마불사'의 전철을 지우기에는 이 정도 기조로는 무리가 있다. 결국 파업사태에서 보여준 단호한 입장이 얼마나 유지되느냐에 향후 대우조선 사태가 달려 있게 된다. 

      이미 과거 정부에서도 대우조선이라는 공룡에 손쉽게 접근하려다 실패한 일이 비일비재했다. 시장상황을 무시한 매각시도는 매번 실패했고,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현대중공업에 넘기려 했으나 반독과점 이슈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 사이 대우조선 경영진은 제 역할을 못했고, 정권과 산업은행에서는 자기 사람을 내려 보내는 데만 집중했다. 희대의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건도 이런 분위기에서 발발했다.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남아 지금까지 조선 빅3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용하다"는 언급이 나올 정도였다.

      아울러 대우조선에는 하청업체 파업 사태에서 드러나듯 노-노 갈등을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도 얽혀있다. 하청과 하청을 거치면서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이 훼손되는 현실에서 이번엔 공권력 투입 가능성으로 막았지만 근원적 해결책은 아니었다. 불합리한 산업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또 지역 여론과 이에 따른 민심과 표심으로 이어질 여파도 있다. 회사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그 가족까지 감안하면 수십만명의 생계가 달려 있는 사안이다. 지금까지 대우조선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역 여론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다른 조선업계 전문가는 “회사를 청산하자니 일자리 문제에서부터 수십조원을 투입한 국책은행의 부담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라며 “여기에 노-노 갈등도 심화될텐데 설득해야할 당사자는 한둘이 아니니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