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대우조선 분리매각과 방산 몸집 키우는 한화
입력 2022.08.01 07:00
    산은 회장 "분리매각 등 다양한 방안 검토"
    방산부문 인수 가능 그룹은 사실 제한적
    KF-21 비행 성공·K9 자주포 수출 한화 주목
    대우조선 방산 인수시 육해공 방산 퍼즐 맞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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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 자리에 출석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처리 방안과 관련해 "현재 분리매각 등 여러가지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의 방산부문 분리매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산은의 기존 입장에서 다소 물러선 발언이다.

      시장에선 여전히 현실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걸림돌이 많을 뿐더러 본원적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 논리가 그렇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우조선 매각은 이제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해결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보니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견하기 어려워졌다.

      대우조선 방산부문 인수후보는 좁혀져 있다. 과거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거나 인수 의향을 내비쳤던 포스코, 한화, 효성 등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는데 그 중에서도 한화가 눈에 띈다. 전체 매각이 아닌, 방산부문 인수라면 그룹의 최근 행보를 보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올해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화그룹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산업은 방산이다.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주요 계열사들은 전방위적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공군 쪽에 보면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로 초도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KF-21의 경우 F414 엔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통합 개발을 주고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기술 협약을 통해 면허생산 방식으로 제작 중이다. 단순히 기술과 부품을 이전 받아 제작하는 것이 아닌, 주요 부품의 국산화를 주도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뿐 아니라 보조동력장치(APU)와 착륙장치, 비행조종 작동기(FCISA), 앞전플랩 작동기(LEFAS) 등도 제작 중이다. KF-21의 AESA 레이다(능동형위상배열레이다), 임무컴퓨터(MC), 음성 신호 제어 관리 시스템(ACCS), 다기능시현기(MFD), IRST(적외선탐색추적장비), EOTGP(전자광학표적추적장비) 등의 장비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

      육군 쪽에선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지난 27일,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 K11 사격지휘장갑차 등을 수출하기 위한 기본계약(Framework contract) 을 체결했다. 한화디펜스와 폴란드 정부는 K9 자주포 672문 등 전체적인 공급 물량과 기간 등을 합의하고, 향후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계약 이행사항이 담긴 실행계약(Executive contract)을 체결할 예정이다.

      K9 자주포는 세계에서 이미 성능과 신뢰성이 입증된 화력체계다. 지난 2001년 이후 8개 국가(튀르키예,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에 수출되며 글로벌 자주포 수출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폴란드 추가 공급 계약으로 K9 자주포의 점유율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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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적으로 약한 부문은 해군 쪽이다. 군함, 잠수함 등 조선 부문에 직접적인 포트폴리오가 없다. 군함 안에 들어가는 레이더, 무기체계 등은 한화의 주력 사업이다. 한화시스템 해양시스템 부문은 해양전투체계 관련 다수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무인체계, 탐지기, 통합기관제어체계 등이 포함돼 있다.

      우크라이나 다음 분쟁 지역으로 서태평양이 지목받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은 항공모함·구축함·호위함 전력을 대규모로 확대 중이다. 한국도 현대중공업이 차세대 이지스함 정조대왕함을 진수하는 등 동북아 해군력 증대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한화가 대우조선 방산부문을 인수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대한민국 국방산업의 모든 플랫폼을 갖추게 된다. 일각에선 방산업의 낮은 수익성을 근거로 신사업 투자 매진을 주창한 한화가 그룹 차원에서 방산업을 확장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냉전형 방산 모멘텀이 커지면서 국내 무기들의 수출길이 열리고 있다. 우주산업까지 방산업에 포함시킨다면 확장성은 충분히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사업안정성’을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일정한 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는 걸 넘어서 한화가 방산업에서 대체불가능한 그룹이 된다는 건 다양한 함의를 갖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여러 그룹들에 분산돼 있던 방산업이 이제는 몇몇 그룹에 집중돼 있고, 이젠 이를 대체할 그룹은 거의 없다고 본다. 대우조선 방산부문을 인수할 수 있는 그룹도 그 중 하나라는 얘기”라며 “방산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정부의 간섭과 제재도 많지만 그만큼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 방위산업 계열사 통합을 단행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고, ㈜한화 방산 부문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합치는 그림이다. 합병 법인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공·지상 무기를 모두 생산하는 거대 방산 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2025년 글로벌 톱10 도약을 목표로 한다. 각종 중복 투자를 줄임으로써 방산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등 경영 효율화를 기대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방산기업들의 합병 움직임과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의 군함, 잠수함으로 육·해·공 방산 퍼즐을 모두 맞출 수 있을지, 또 그럴 의지가 있을지는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