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장 경쟁력 떨어진 왓챠, 누가 원할까
입력 2022.08.01 07:00|수정 2022.08.01 07:13
    올초부터 프리IPO 지연되며 매각 시도 나서
    재무 리스크 커지면서 투자자 유치 난항 겪어
    웨이브 등과 협상중…매각 성공엔 밸류 관건
    약한 제작능력 등 '고밸류' 요인은 많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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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왓챠는 '틈새시장'을 노렸지만 대기업과 글로벌 OTT의 공격적인 투자에 입지가 좁아졌다. 회사는 경영권 양도까지 포함한 투자자 찾기를 계속하고 있다.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기업가치 책정이 관건인데 왓챠의 높아진 재무부담, 사용자 이탈, 미미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능력을 고려하면 높은 몸값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경영권 양도, 소수지분 매각 등 여러 조건으로 투자자를 찾고 있다. 올해 초부터 1000억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추진했지만 재무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난항을 겪었고, 경영권 매각 시도를 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왓챠가) 유증 등으로 대규모 매각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선급금을 많이 지급했는데, 투자 유치가 불발되고 재무 부담이 커지자 매각으로 선회한 듯 하다”고 말했다. 

      왓챠는 창업자인 박태훈 대표가 현재 지분 15.8%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투자사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한국산업은행, 카카오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이다.

      왓챠 측은 지분 매각을 두고 SKT의 웨이브(Wavve)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크래프톤, 쿠팡 등 게임사와 IT회사도 잠재 후보자로 거론된다. 웨이브는 최근 티빙(Tving)이 시즌(seezn)과 플랫폼을 합치면서 ‘토종 OTT 1위’ 자리를 내줬다. CJ ENM의 티빙은 이달 ‘통신사 가입자’가 많은 KT의 시즌을 합병하면서 국내 OTT 중엔 최대 가입자를 확보했다. 

      왓챠의 지분 매각 성공에는 밸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왓챠가 경영 환경 악화로 자진 매각에 나선 만큼 사실상 ‘고밸류’를 받을 타이밍은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국내 대기업들이 OTT 투자를 막 시작했을 때, 왓챠를 향한 쿠팡의 인수 제안과 CJ의 우군 제의 등이 있었다.

      이후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 등 글로벌OTT뿐 아니라 웨이브(SKT+지상파), 티빙(CJ ENM), 시즌(KT) 쿠팡플레이(쿠팡) 등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OTT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왓챠의 입지는 좁아졌다. 왓챠는 월간 이용자 수(MAU) 순위에서도 OTT 서비스 중 최하위권인 상태다.

      왓챠는 BL(Boys Love) 드라마 등 마니아층을 노리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장에 나섰지만, 지출이 늘며 재무 부담도 늘었다. 왓챠의 지난해 매출은 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같은 기간 154억원에서 248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게임회사들은 자금여력이 풍부하고 웨이브는 채널 컨솔리데이션(합병) 차원에서 검토할수는 있겠지만, 왓챠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감안하면 수천억원을 들이는게 쉬운 결정은 아닐 듯 하다”고 말했다. 

    • 왓챠가 지난해 10월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490억원을 유치할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3380억원 수준이었다. 2020년 12월 투자를 받을 당시 기업가치가 약 12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몸값이 두 배 이상 뛰었던 셈이다. 당초 왓챠가 원하던 몸값은 최대 5000억원 수준이었다고 알려진다. 

      당시 투자업계에서는 이미 왓챠의 기업가치와 향후 사업전망을 두고 갸우뚱한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글로벌 공룡들까지 국내에 진출하면서 한국 OTT 업계 경쟁이 포화 단계에 들어갔고, 제작이나 IP(지적재산권) 측면에서 왓챠의 장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과거 투자 시장에서 왓챠를 주목한 이유였던 ‘별점 시스템’ 데이터와, 콘텐츠 소싱 능력도 사실상 매력도가 다소 떨어졌다는 평이다. 

      2011년 영화 리뷰 커뮤니티로 시작한 왓챠는 2015년 왓챠플레이를 출시해 국내 OTT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사용자들의 다양한 콘텐츠 평가 DB를 활용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콘텐츠를 타 OTT보다 선점하고 계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OTT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사용자 이탈이 늘었고, 지속적인 사용자 유입으로 인한 업데이트가 없는 데이터는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는 평이다. 

      콘텐츠 소싱 능력도 대기업의 자금력과 협상력에 밀릴 수밖에 없다. 왓챠는 미국 HBO콘텐츠들을 공급해왔는데, 최근 웨이브가 HBO맥스와 독점 콘텐츠 계약을 맺으며 왓챠의 공급은 만료됐다. 다수의 왓챠 구독자들이 HBO 콘텐츠들을 감상하기 위한 구독 목적이 컸다. 영화 콘텐츠 강점이 있었지만 타 OTT들도 영화 콘텐츠를 대폭 늘린 상황이다. 

      사실상 OTT플랫폼의 경쟁력의 핵심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량도 비교적 미미하다. 최근 투자시장의 콘텐츠 투자도 ‘플랫폼’보다는 ‘콘텐츠’, 즉 제작사처럼 ‘독점 IP(지적재산권)를 생산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한 M&A(인수합병) 자문업계 관계자는 “왓챠가 틈새시장을 노려오긴 했지만 워낙 대형 OTT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과거에도 매각 기회가 있긴 했는데 대표가 회사를 키우려는 의지가 컸다. 애초에 팔았으면 좋았겠지만, OTT시장도 플랫폼보단 콘텐츠가 중요해서 원매자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