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도 PF 부결 는다…신탁사 공매 출회에 촉각
입력 2022.08.02 07:00
    토지매입 후 인허가 받아도 PF 지연 및 부결 사례들
    임차 확약 등 부가조건 장치 및 분양가 재산정 요구도
    잇따른 PF 부결에 사업성 이슈로도 공매 나올 가능성
    지난달엔 사업성 우려로 수 차례 유찰 끝 취소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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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결이 물류센터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토지를 매입하고 사업 인허가를 받아냈는데도 공사가 지연되거나 철회되는 사업장들이 다수 나왔다. PF 부결에 사업지들이 공매로 나오는 경우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엔 사업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꼬리표로 수 차례 유찰 끝 입찰이 취소되는 사례가 있었다.

      최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물류센터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최종 성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출회되고 있다. 한동안 20% 이상 수익률을 내온 물류센터 자산은 현재 초기 개발단계부터 참여했더라도 7~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어만 놓으면 어떻게든 사업이 될 것이란 기대는 꺾이고 이젠 임차 확약 등 부가조건 장치를 마련해놓지 않으면 투자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이렇다 보니 임차인을 확실하게 구하기 전까진 사업에 착수하지 않는다거나 분양가 재산정 등 조건 변경을 요구, 이견이 심할 경우엔 협약을 무산시키는 사례가 나온다. 

      쿠팡 사례가 대표적이다. 쿠팡은 전북 완주에 1300억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건립하려 했지만 투자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실사하는 동안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지가와 예상 건축비가 지속 상승, 토지 분양가가 시초보다 높아지며 시행사 등과 갈등을 빚었다.

      완주군(40%)과 효성중공업·오에스개발·동서건설·신성건설·한국투자증권(60%)으로 구성된 SPC 완주테크노밸리는 쿠팡에 평당 83만5000원을 분양가로 제시했다. MOU 체결 당시 논의된 분양가(64만5000원)와 비교하면 30%가량 높아진 수준이다. 

      이처럼 토지를 확보하고 사업 인허가를 받았는데도 불확실성 문제로 지연되거나 철회되는 사례가 다수 포착되고 있다. 통상 개발사업은 부지 대부분을 시행사가 PF를 일으켜 분양을 개시한다. 개발사업을 위한 토지 및 공사비 확보를 위해 투자금을 모집하는데 분양가(매출)와 사업비가 역전되면 대주단으로선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게 된다. 

      업계에선 잇따른 PF 부결에 사업지들이 공매로 나오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행사에 토지구입을 위한 계약금 대출과 브릿지론 등을 제공한 금융사들로선 부실을 떠안을 수 있다보니 토지 공매를 통해서라도 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물류센터 토지 및 건물 공매는 보통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거나 인허가 절차를 더이상 밟지 못할 때 출회돼왔다. 하지만 앞으론 사업성 문제로도 불거질 가능성이 부각된다. 

      대형증권사 부동산금융 관계자는 "인허가를 받을 기간만큼만 이자비용을 확보해놓고 있었는데 그 기간을 넘어가면서 디폴트를 겪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이 꺾인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보니 시행사가 1년치 이자를 자체 에쿼티(Equity) 조달로 추가 연장해 버티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사업성 이슈로도 공매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매를 맡은 신탁사들은 최저입찰가를 낮추더라도 계속해서 회차를 늘리는데, 사업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꼬리표로 유찰도 더러 발생한다. 

      코리아신탁이 공매를 진행했던 여주제일물류창고 부지(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신해리)는 수차례 유찰을 반복하다 결국 한 달 전 입찰이 취소됐다. 회차를 반복하며 최초 매각 시작가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공급과잉 속 올해 대규모 공급이 추가로 예정돼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 키운다. 현재 공급 예정인 물류센터들은 신선식품 수요가 확대된 3~4년 전에 계획되거나 개발이 시작된 경우들로, 올해 대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특히 저온 물류센터 혹은 복합물류센터에 있는 저온 시설 중심으로 공매가 나올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때 물류센터 투자 붐이 일면서 지가가 상승했고 상대적으로 건설비가 더 들어 임대료가 2배가량 높은 저온 물류센터는 수익률 제고를 위한 대안으로 부상했었다. 하지만 임대료 부담이 크다 보니 임차인 모집이 쉽지 않아 유독 공실률이 높았고, 올해 추가 공급들도 그대로 공실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