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 '약한 고리'된 부동산 금융..."중소형 증권·캐피탈사 위험도 높아"
입력 2022.08.03 17:46
    부동산PF 의존도 높인 증권사, 금리상승·건설공사비 증가에 ‘발목’
    중후순위·브릿지론 투자비중 높은 중소형사의 부동산금융 위험도 높아
    부동산 호황만 겪은 신생 캐피탈사, 브릿지여신·취약지역 정상회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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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에 부동산금융 리스크가 전방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호조세에 힘입어 부동산금융을 확대해온 증권사와 캐피탈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반기에도 금리 인상 기조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전성 분류기준을 재정비해 선제적인 모니터링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국내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는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둔화, 관련 섹터 모니터링 필요’ 웹세미나를 개최하고 증권과 캐피탈 산업의 부동산 금융 리스크를 점검했다. 한신평은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주거용과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 수요가 크게 위축됐고, 건설공사비 상승으로 기존 사업장의 수익성 저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우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경기 호조와 증권사 자본력이 증가하면서 증권사의 부동산PF 수익 의존도가 증가했다”며 “특히, 사업기반 다각화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사 보다 IB 의존도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 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부동산PF 익스포져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 금리인상기 '약한 고리'된 부동산 금융..."중소형 증권·캐피탈사 위험도 높아"

      부동산금융 익스포져는 계정 형태별로 우발부채, 대출채권, 부동산 펀드로 구성된다. 대형사가 주로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는 해외 오피스 및 호텔 투자 비중이 77%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자료의 불투명성이 높아 위험 파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신평은 파악이 어려운 부동산 펀드를 제외한 증권사 부동산 금융 익스포져 규모는 35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자본 대비 부동산 금융 익스포져 비중은 ▲대형 48% ▲중형 61% ▲소형 59%로 중소형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 중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자본 대비 부동산 금융 비중이 119%로 가장 높았고, 중형사 중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이 93%, 소형사 중에선 다올투자증권이 100%로 가장 높았다. 

      중소형사일수록 중후순위 비중이 높고 위험선호도가 높아 부동산 하락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됐다. 대형사의 중후순위 투자 비중은 30%인 반면, 중형사는 63%로 소형사는 72%까지 차지했다. 자본 댜비 중후순위 비중도 대형사는 14%인데 중형사는 38%, 소형사는 42%로, 대형사와 약 4배가량 차이 났다.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 개발 사업 관련 익스포져에서도 중소형사의 브릿지론과 본 PF 익스포져 노출도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자본 대비 부동산 PF 및 브릿지론 익스포져 비중이 대형사가 37%인 반면, 중형사는 47%, 소형사는 49%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중소형사가 기타 광역시의 투자 비중이 대형사보다 높은데,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한 부동산 개발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수도권 현장의 경우, 브릿지론이 본PF로 미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후순위 브릿지론은 본PF로 못 넘어가게 되면 대부분 전액 손실로 추산했다. 

      이 연구원은 “대형사는 평균적으로 부동산 하락에 대한 손실 발생 부담이 크지 않은 반면, 중소형사는 부동산 시장 급냉 시 손실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기 '약한 고리'된 부동산 금융..."중소형 증권·캐피탈사 위험도 높아"

      한신평은 본업인 할부리스 비중이 점차 축소되면서 부동산금융 위주로 성장해온 캐피탈사들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별로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영업자산 내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AA급은 8.9%, A급은 14.6%이나, BBB급은 40.8%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훈 수석연구원은 “부동산담보대출의 대부분이 고위험 고수익 자산인 브릿지여신으로 구성돼 있는데, 하위 신용등급 캐피탈사에서 주로 취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AA급은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일부 은행계 캐피탈사는 올해부터 기존 브릿지여신을 PF한도로 편입하는 등 관리수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금융 집중도는 신용등급이 낮은 캐피탈사가 더 높았다. AA급 캐피탈사 중 부동산 금융 비중이 30%를 초과하는 업체는 신한캐피탈과 IBK캐피탈 두 곳인 반면, A급 이하 캐피탈사 13곳 중 7곳이 30%를 넘어섰다. 

      A급 이하에서는 한국투자캐피탈, 오케이캐피탈, 키움캐피탈의 위험 노출도도 높은 편인데, 웰컴캐피탈은 업계 대비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 선제적인 레버리지 축소까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 캐피탈사들은 영업 기간이 길지 않고 빠른 시간 안에 부동산 금융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았던 시기에 영업한 적이 없어서 회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BBB급인 한국자산캐피탈, DB캐피탈, 웰컴캐피탈은 영업자산 대부분이 부동산금융으로 구성돼 위험도가 높았다. 조달비용이 높아 우수한 수익률에 각종 수수료 이익이 보장되는 부동산금융에 자산이 편중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브릿지여신 부실사례가 나타난 대구를 부동산 금융 취약지역으로 꼽았다. 작년 3월까지만 해도 대구지역의 미분양주택이 153호에 불과했는데, 올해 5월말 6816호로 유의미하게 늘었다. 캐피탈사의 대구 부동산금융 익스포져는 약 2조5000억원으로, 브릿지여신 등 부동산담보 비중이 높은 A급 이하 캐피탈사를 주요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릿지 여신은 3개 이상 캐피탈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업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기분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증권사의 여전채 편입 규제 영향으로 여전채 수요가 급감한 상황”이라며 “부동산 금융 리스크는 내년도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고 캐피탈사들의 부동산 금융 정상회수 여부, 유동성 대응여력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