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세 둔화한 채권시장…엇갈린 경기침체 전망에 투자가격 결정도 고심
입력 2022.08.04 07:00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 시장금리도 상승
    6월 중순 고점 후 하향 전환…채권 투자심리 개선
    경기침체 징후 지표 나타나며 금리 하향에 베팅
    경기침체 여부 논란 지속…채권 가격 전망도 고민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역사상 유례없던 채권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최근 들어서도 각종 경제 이벤트들이 많았던 만큼 시장이 금리 상승세 둔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각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가운데, 경제가 침체 국면에 본격 진입하면 돈줄을 죄고만 있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채권 시장의 가격산정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한국 기준금리는 연초 1%에서 2.25%로 올랐고, 미국 기준금리는 0~0.25%에서 2.25~2.5%가 됐다. 원자재 수급 불안 등 악재가 겹치며 시장 금리가 크게 출렁였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금리 인상이 가팔라 각국 국채 금리가 연초 대비 2배 이상이 되기도 했다.

      주요 채권 금리는 6월 중순께 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금리에 과도한 우려가 선제적으로 반영됐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증시의 불안전성이 커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으로 자금이 몰렸고 채권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하기도 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금리가 하향 전환하다보니 증시의 서머랠리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최근의 채권 금리 하향 전환은 각국의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중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한국은행은 지난달 처음으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상반기엔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 인상폭을 뛰어넘어 시장 금리가 튀었었다.

    • 채권시장이 금리 하향 전망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본격적인 경기침체(Recession)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고, 그 경우 지금의 유동성 긴축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9% 성장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고, 1분기(-1.6%)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미국에선 2개 분기 연속으로 GDP가 마이너스 성장하면 경기 침체 신호로 본다. 상반기엔 경기 침체 신호인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본격적인 소비 감소가 일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유가는 6월 이후 하락전환하며 주요국 시장금리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액지수는 넉달 연속 하락했다. 각국은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다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압박이 둔화하면 다시 성장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정책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다 풀면 채권 가격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조절하려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인상 폭은 0.25%포인트가 적절하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Fed도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 결정을 피하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의 시장 상황이 경제침체냐 아니냐를 두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6월 두 달 연속 생산·투자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개인소비지출은 늘고 있고, 실업률은 3%대로 완전 고용에 가깝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일어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단기금리인 정책금리의 변동은 즉각적이진 않더라도 몇 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워낙 단기에 금리가 오르면서 시장이 아직 그 영향을 체감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금리에 특히 민감한 부동산이나 대체투자 시장이 먼저 침체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다른 소비 영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채권투자사들은 어느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설정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기준금리 변화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냐에 따라 채권 투자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 여파가 본격화하기 전에 경기침체가 심화해 다시 금리 인하 정책이 펼쳐질지, 아니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이어질지 판단해야 한다.

      한 채권투자사 관계자는 "최근 채권 금리가 하락한 것은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지표가 발표되고 이는 다시 기준금리 인하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비등해졌기 때문"이라면서도 "시장의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 압박이 강하게 유지되고 경제성장률도 금리 인상을 버틸 정도로 견조하게 유지된다면 시장금리가 갑자기 다시 튀어오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