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통 '상징' 월마트의 경고에…떠는 韓유통 대장들
입력 2022.08.05 07:00
    글로벌 소매업체들 실적 전망 하향조정
    인플레 타격 덜한 '경기 방어주'였지만…
    월마트 직격타에 국내 유통시장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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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플레이션 압력과 글로벌 공급망 혼란 영향이 '소비시장의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소매업체들이 실적 전망 하향조정에 나선 가운데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의 선제 경고는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줬다. 증권가는 올해 국내 유통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 월마트는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할 것 같다며 투자자들에게 경고하는 실적 가이던스를 냈다. 월마트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3~14%, 올해 전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1~13% 하락할 것이라 예상했다. 

      실적 전망 발표 이후 월마트 주가는 10% 가까이 급락했다. 월마트 지분 약 50%를 보유한 월튼가의 재산도 발표 직후 약 15조원 증발했다. 소비재 종목의 경우 변동성이 크지 않음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미국 유통의 상징인 월마트는 미국 소비 심리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 유통업계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임을 보여주는 월마트의 경고"라 말했고, CNBC방송은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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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 탓이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9.1%나 뛰었다.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소비자의 소비 패턴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게 CEO의 설명이다. 

      그간 유통 업종은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주가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경기방어주로 꼽혀왔다. 물가가 올라도 식료품 소비는 크게 위축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연료를 제외한 월마트 2분기 매출은 종전 예상치(4~5%)를 웃도는 6% 증가로 예측됐다. 문제는 매출이 증가한 식료품 등은 마진율이 낮고, 이외 의류나 전자기기 등에 대한 소비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사인 미국 유통업체 타겟(Target)도 2분기 실적전망 하향 조정에 대해 "제품 가격을 낮추고 추가 주문을 취소하는 등 마진율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밝혔다. 

      국내 유통시장은 어떨까. 일시적인 주가 영향은 컸다. 월마트 실적발표 이후 이마트와 롯데쇼핑, GS리테일, 신세계 등 유통 대장주들이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향후 주가에 대한 낙관론은 증권가 내 일부 있지만 대체로는 국내 소매판매 역시 둔화하고 있어 장기적인 낙담은 어렵다는 시각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빅스텝 이후에도 물가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율과 물가 인식은 각각 4.7%와 5.1%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달 대비 10.4포인트 하락한 86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엔데믹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 채널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이보다 인플레이션 속도가 더 가파른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의 단기 인플레이션 압력은 연율 기준 8~10%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재고 리스크에 대한 전망은 어떨까. 월마트 등 미국 소매업체들의 마이너스 성장엔 재고 문제가 컸다. 현재 미국은 유례없는 재고 상승기로, 월마트(33%)와 타겟(43%)의 1분기말 기준 재고 증가분은 근 10년래 최대였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상품을 싼값에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추가 생산 등 투자는 줄이면서 악순환이 이어졌다.  

      국내의 경우 당장 재고에 대한 부담은 덜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작년 연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된 물류 공급망 대란으로 미국 다수 기업들이 재고를 과도하게 쌓았다. 이후 경기 지표가 약해지며 소진에 실패, 재고 예측에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지만 한국의 경우 미국처럼 기업들이 무리한 운영을 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낙관하긴 이를 수 있다. 한 관계자는 "향후 소비에 대한 부분,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미래 기대심리가 약하다는 우려가 특히 크다. 금리 인상폭도 커 가계부채 부담이 있는 만큼 수요에 대한 걱정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오프라인의 경우 온라인에 비해 객단가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쉬운 면이 있음에도 이동 지표 등을 고려했을 때 다시 팬데믹 사태 이전 수요 수준으로 회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