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겪는 여전채 시장…카드·캐피탈, 허리띠 졸라매며 조달원 다각화
입력 2022.08.08 07:00
    지난달 여전채 스프레드 한달 새 30bp 상승…근래 최고치 경신
    금리인상기 등 불리한 시장상황…예상보다 스프레드 확대 폭 더 커
    자체 신용으로 조달 어렵자 장기CP에 ABS 발행까지 조달원 다각화
    “씀씀이 줄여야”…여전사, 벤처투자·부동산PF 대출 등 투자부터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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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금리는 4%대로 뛰었다. 조달 부담이 커진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들은 장기CP(기업어음), FRN(변동금리부채권), ABS(자산유동화증권) 등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고 있지만, 꺾인 업황에 대응하긴 역부족이다. 그동안 벤처기업이나 부동산PF 등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던 여전사들은 자금 집행을 선별적으로 하며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일 여전채 3년물 AA등급 금리는 4.28%를 기록했다. 여전채는 최근 들어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 폭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7월 마지막 영업일 여전채 AA등급 3년물의 스프레드는 6월말보다 30bp(1bp=0.01%) 상승한 128.1.bp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자산시장 내 신용경색이 발생했던 2020년 3월 수준이다.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여전채 금리 상승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금리가 급등하면 카드, 캐피탈 등 여전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전사는 수신기능 없이 여신 업무만 하기 때문에 회사채, CP, ABS 등 자본시장을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즉, 돈을 빌려서 돈을 빌려주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자금 조달 금리가 급상승하면 경영에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

      금리상승이 여전채 비즈니스상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여전채 약세는 예상치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여전사의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보다는 수급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채의 핵심 수요층이던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파생결합증권 여전채 편입한도를 2023년까지 10% 이하로 줄여야 하고, 6월 일부 기금들이 여전채를 대규모로 매도하면서 스프레드가 크게 올라갔다. 

      크레딧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올해 여전사들이 부정적 환경에 놓여있다는 건 다 알고 있었지만 기금 출회 확대 폭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 수급적인 여러 요인들이 가격을 오버슈팅하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며 이번 달에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달환경이 크게 악화하자 여전사들은 대체재로 장기CP, FRN 등을 발행했다. 이마저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장기CP 잔액이 40조원 넘게 불어나는 등 압도적인 물량을 시장에서 소화하기에 한계치에 달했다.

      한 증권사 DCM 관계자는 “3년물 10년물 CP까지 나오고 있는데 최근 수요가 모두 단기물로 몰리면서 장기CP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며 “장기CP 발행량도 급증하면서 시장에서 받아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3~4개월 사이에 여전사들은 ABS까지 찍어내며 대체조달 수단을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여전사의 ABS 발행금액은 3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까지 늘었다. 

      중소형 카드사 관계자는 “ABS는 담보채권이니 신용등급이 AAA급으로 발행되고 카드사는 AA+에서 AA- 정도로 발행되는데, 지금처럼 시장이 악화되는 국면에서는 여전채보다는 ABS 발행이 금리도 낮고 수요도 받쳐줘서 ABS 발행을 이전보다 선호한다”고 말했다.  

      캐피탈사의 경우, 상반기 오토론 유동화 발행 규모가 지난해보다 55.6% 늘어났는데, 여전채 발행 환경이 악화되면서 오토론 유동화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크레딧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신용의 측면에서 자산유동화는 마지막으로 쓰는 카드라는 인식이 있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캐피탈사들이 여전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수월하니까 굳이 ABS까지 발행유인이 없었는데, 시장이 안 좋아 또 다른 자금조달 방안인 유동화 시장으로 참여하는 회사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니 여전사들도 영업을 축소하며 수익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부동산PF 신규 대출을 줄이고 최근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왔던 벤처투자도 선별적으로 집행되면서 부동산시장이나 벤처기업 투자유치 환경이 보다 비우호적으로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중소형 캐피탈사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올라가니까 요구되는 운용수익률도 높아지고 있어서 하방이 막혀있고 상향이 열려있는 사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높아진 투자집행 허들에 사업성도 좋으면서 재무건전성 평가까지 통과하는 프로젝트들이 별로 없어 자급집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한 대형 캐피탈사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경색되고 있는데, 일부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나오는 곳도 나오고 있다”며 “금융당국에서도 부동산 PF와 기업여신 쪽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선 만큼 내부적으로도 자금집행을 보수적으로 하고 건전성 관리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도 “할부리스 등 설비금융에 대한 영업 규모를 줄이는 등 저수익 자산의 수익성부터 개선하고 있다”며 “우량 회원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효율 중심의 경영 기조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