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기술특례상장 평가모델 단일화 작업…非강제가 오히려 '혼란'
입력 2022.08.08 07:00
    단일화된 기술평가 기준, 이르면 8월 말 공개
    "강제성 없다"…제도 개선 '무용지물'이란 평도
    이미 평가기관 허들 높아져, 실무진 혼란 가중될 듯
    • (그래픽=운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운수민 기자)

      당초 7월까지 완성될 예정이던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표준 기술평가모델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이르면 8월말 공개될 전망인데,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는 기술 평가기관으로 하여금 적용을 강제하지 않을 계획이다.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비용을 들여놓고 '강제하지 않는다'는 거래소의 입장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이번 개선은 이는 그간 신라젠 등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문제를 일으킨 데 따라 시작된 건이다. 제도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목적과는 동떨어진 결정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평가기준 범위 확대에 따른 이해당사자들의 혼란도 우려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평가모델 개선은 그간 평가기관별로 상이했던 평가기준과 항목에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7월 중으로 개발해 8월부터 적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소 지연됐다. 거래소 측은 8월 말~9월 초쯤 단일화된 기준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에게 3분기 중 발표하겠다고 전하는 등 다소 늦어지는 분위기다"라며 "개선의 방향성 자체는, 매출과 이익 등을 제시하게끔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기술특례 상장을 신청하면, 한국기술신용평가 등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익 창출 능력이 아닌 기술력만 보고 증시에 기업을 입성시키는 제도인 까닭에, 기술평가기관의 역량이 중시됐다. 증권업계도 세간의 우려를 "평가기관의 전문성은 상당하다"라는 말로 일축해왔다.

      그러나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이 상장폐지 후보로 거론되며 문제가 불거졌다. 거래소로부터 결국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신라젠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곳들 중 추후 관리종목 면제혜택 해제되면 매출액 기준 미달로 인해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도 없지 않다. 

      이에 거래소는 기술평가 기준을 단일화하겠다고 나섰다.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평기기관들로 하여금 강제 적용시키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거래소 측은 "단일화된 평가기준을 평가기관들에게 강제 적용하진 않을 것이다"라며 "거래소의 가이드라인을 채택하는 기관들에 대한 혜택 또한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적용에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면, 굳이 비용을 들여 단일화 모델을 구축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평가기관들이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거래소가 단일화된 모델을 평가기관들로 하여금 일괄 적용토록 요청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게다가 이미 평가기관들은 강화한 기준을 토대로 기업 평가를 진행 중인 상태다. 

      성장성 뿐만 아니라 그간 문제됐던 '추정실적' 등도 살피는 등 사업성까지도 꼼꼼히 확인한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최근 증권업계 내 '평가기관의 허들이 높아져 기술특례상장이 어려워졌다'라는 푸념이 늘었다. 거래소 또한 심사기준 강화에 방점을 두고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면, 가이드라인 개발의 필요성 자체가 저평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무진들의 혼란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그간 일부 증권사들은 기술특례상장에 특화된 실무진을 중심으로 심사 청구를 해왔다. 거래소의 가이드라인이 평가기관에 일괄 적용되지 않을 경우, 관련된 실무진들은 거래소 가이드라인을 채택한 평가기관과 아닌 곳을 구분해 대비해야만 한다. 상장을 준비하는 발행사 또한 그렇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 보유 기업들이 상장 이후에 어떤 성과를 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인데 심사 단계부터 허들이 많아지는 모습이다"라며 "'특례'라는 제도상 명칭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