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생보사, 헬스케어·장례서비스로 생존 탈출구 모색
입력 2022.08.09 07:00
    헬스케어 플랫폼 잇단 출시
    상조 회사 인수도 검토
    결국 규제 이슈 해결 없이 사업확장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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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침몰하는 배'에 비유되는 생명보험사들이 미래 먹거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 상품인 종신보험 가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실손보험 등 그나마 남은 먹거리마저 손해보험사에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규제를 넘어 신사업을 전개할 수 있느냐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생보사들은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라이나생명과 NH농협생명은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인 '튠에이치', 'NH헬스케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헬스케어 전용앱 '더헬스', '케어' 앱을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법령에 따르면 보험사는 자회사 부수 업무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마 사업범위가 제한되어 있어 유전자 검사, 의약품 배송 등의 서비스에는 제약이 있다. 이런 제약에도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하는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종신보험 가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는 사업이 헬스케어 분야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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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들이 '간절히(?)' 진출하고 싶은 또다른 분야는 장례서비스 분야다. 국내에선 상조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해외에선 보험사들이 맡고 있다. 국내는 금산분리법에 따라 금융회사인 보험사들이 상조 시장 진출이 제한되어 있다.

      이를 풀어보고자 보험사들은 최근 상조시장 진출을 요구하기 위한 건의문을 금융위 내 금융규제개혁 테스크포스(TF)에 제출했다. 금융위 유권해석에 따르면 상조업은 보험업법 시행령 제59조1항제12호에 열거된 사업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보험사 진출이 막혀있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미국, 영국처럼 상조회사의 문을 보험회사에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영국은 보험회사에서 상조보험상품 판매가 활성화되어 있고, 상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펀드형태로 관리되는 중이다. 상조 서비스가 결국 자산운용업이란 점에서 보험사들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보고 있다. 

      실제 매각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프리드라이프의 경우 일부 대형 보험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규제완화를 기다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펀드에 보험사가 LP로 출자해 해당 사업을 인수를 타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사들은 프리드라이프와 같이 기존 보험사 인수를 통해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보험사의 경우 그룹 임직원들을 상조 회원으로 모집할 수 있고, 운영 차원에서도 보험설계사와 장례지도사의 업무 유사성 덕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프리드라이프의 경우 사설 장례식장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수익성 차원에서 보험사가 인수에 눈독을 들일 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금산분리에 따라 상조회사 인수가 힘들지만, 이를 펀드 형태로 인수하는 방향을 추진할 수 있다"라며 "국내 한 대형 금융회사에서 이런 방식으로 인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력이 얼마나 결실을 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이 한때 추진하던 영리법원 설립은 시민단체 등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상조회사 인수도 군소 상조회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도 수익모델이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생보사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신사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만, 서서히 죽어가는 생보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