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는 적게, IR은 오너가 직접...얼어붙은 IPO 시장에 몸 낮추는 기업들
입력 2022.08.10 07:00
    쏘카 수요예측 흥행 저조…'성장주' 부담이 발목 잡아
    반면 대성하이텍은 깜짝 흥행…작은 공모규모에 선방
    IR은 대표가 직접, 공모규모나 구주매출은 되도록 작게
    얼어붙은 공모주 시장에 발행사 및 주관사도 전략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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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얼어붙은 공모주 시장 속 상장을 강행하는 기업들이 저마다 ‘생존’을 위한 전략 세우는 데 여념이 없다. 투자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되도록 밸류에이션(Valuation)이나 공모규모, 구주매출을 줄이는 것은 기본, 투자설명회(IR)나 인터뷰 등을 통해 적극 투자자 설득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반기 공모 시장을 준비하는 후발주자들도 예외는 아닐 전망이다. 상장 일정이 잡힌 더블유씨피나 심사 통과를 앞둔 컬리도 이전보다는 몸값을 낮추거나 공모규모를 줄이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수 있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최종 공모가를 2만8000원 수준으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당초 공모가 범위를 3만4000원~4만5000원으로 잡았지만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하자 최종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보다 낮춰 잡았다. 이에 공모규모는 당초 1547억~2048억원에서 약 1000억원대 초반으로 줄어들게 됐다. 

      같은 기간 수요예측을 실시한 대성하이텍은 경쟁률 약 1935대 1로 흥행에 성공했다.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이 299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1195억원이다. 다소 부담이 적은 수백억원 수준의 공모규모와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 기관 대상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회사 측은 침체된 주식 시장 분위기를 감안, 당초 계획 대비 공모 및 구주매출 규모보다 다소 줄여 상장을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공모주를 비롯한 기관투자자 시장에 자금이 급속도로 말라 붙자 상장에 나선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최대한 투자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모물량을 줄이거나 눈물을 머금고 직전 투자 단가보다 공모가를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쏘카의 경우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혀왔음에도 불구, 하반기 흑자 전환을 강조하며 수익성이 탄탄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장밋빛 성장 전략보다 당장 수익이 나는 ‘알짜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선호를 반영했다는 의견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요즘과 같이 공모자금이 말라 붙은 상황에서는 기관들도 많은 규모의 청약에 뛰어들기 부담스럽다”라며 “(발행사로서는) 공모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시가총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투자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대표이사나 오너가 직접 기업설명회(IR)에 나서기도 한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3일 열린 기자간담회는 물론, 애널리스트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 등에서 프레젠테이션(PT) 일정을 소화했다. 대성하이텍 창업주 최우각 회장의 아들 최호형 대표 역시 오너 2세임에도 각종 인터뷰 및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회사 소개에 직접 나섰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쏘카가 그나마 낮춘 공모가 수준에서라도 상장 강행을 한 배경에는 박재욱 쏘카 대표가 직접 애널리스트, 기자들을 상대로 투자 관련 PT를 잘했던 부분도 있다”라며 “요즘 트렌드에서는 오너나 대표가 직접 투자설명회(IR)을 하는 것이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후발주자인 2차전지 회사 더블유씨피, 이커머스 회사 컬리 역시 공모물량이나 기업가치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더블유씨피는 상반기 높은 실적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상장 일정을 한 달 가량 연기했지만 여전히 일각에선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컬리 역시 1조원대 후반의 기업가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4조원 이상의 몸값이 거론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 

      이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살펴보면 직전 투자 단가가 더 이상 기준이라고 보기 어려워졌다”라며 “바뀐 시장 기준에 발행사들도 가급적 빠르게 적응해야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