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수혈 시급, FI는 동반매도 의사…'조기매각' 등떠밀린 왓챠
입력 2022.08.10 07:00
    상장·투자유치 불발, 자급수혈 시급…매각설 제기 배경
    FI 대부분 태그얼롱 행사 유력…경영권 매각 전개 가능성
    조기매각 등떠밀릴까…리디와 주식스왑 M&A 협상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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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에 대한 여러 투자금 회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자금수혈이 시급한 가운데 재무적 투자자(FI)들은 동반매도 의사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왓챠는 그간 매각 대신 자력생존을 꾀해오면서 '경영권 매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FI들의 의사에 따라 지분매각 진행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평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왓챠 최대주주인 박태훈 대표(15.8%)를 포함, 벤처캐피탈 주주 다수가 보유 지분 활용 방안에 고심 중이다. 박 대표를 제외한 FI 대부분은 자금 회수에 대한 모든 선택지를 열어놓았다. 매각과 지분교환 등 여러 구조가 검토되고 있다. 

      왓챠는 당초 이르면 올해 연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 했다. 일부 투자사들이 지난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통주로 전환했는데, 리픽싱 조항이 붙은 RCPS는 주가와 전환가액 차액만큼을 부채로 인식하는 만큼 이는 상장 전 재정비 과정으로 풀이됐다. IPO를 위해 지난해 말 1000억원 규모로 프리IPO에도 나섰지만 증시 등 대내외 환경이 어수선해지며 이는 중단됐다. 왓챠 주주들로선 상장 시점까지 기다리기보다 다른 회수 전략을 짜야 할 필요가 생긴 셈이다. 

      새로운 투자유치를 기대하기는 현재로선 쉽지만은 않다. 투자업계 내 왓챠 사업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 때문이다. 당장 보이는 지표만 봐도 그렇다. 월간 이용자 수(MAU) 순위에서 왓챠는 OTT 중 7위로, 최하위권이다. 

      업계 내부서도 다른 사업자들이 왓챠를 견제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언급이 나온다. 왓챠는 HBO 미국 콘텐츠들을 공급해왔는데 최근 계약 만료로 웨이브가 계약 당사자로 변경됐음에도 콘텐츠들이 유지됐다. 공급 계약이 만료되면 통상 콘텐츠가 내려간다는 점에서 "다른 사업자들이 견제할 필요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했다.

      작년 10월 CB 발행을 통해 평가된 기업가치는 3380억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로선 이를 웃도는 숫자를 인정받긴 대내외 여건상 어려울 것이란 언급이 많다.

      회사는 "투자유치 등 여러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며 매각설엔 부인했는데, 업계에선 그럼에도 불구, 경영권 매각이 이뤄질지 주시하고 있다. 투자사별 득실 저울질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태그얼롱 조항을 활용해 함께 엑시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매각은 최소화하고 경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박태훈 대표의 의지와 다르게 FI들은 동반 지분매각을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유 지분을 합치면 약 40% 규모로, 이들의 매각 여부에 따라 회사의 경영권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매물 가능성 있는 지분의 규모가 크다보니 박 대표가 경영권 매각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평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VC 주주 대부분 태그얼롱을 활용해 투자회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경영권 없이 쩐주를 물색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원하면 경영권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상황 전개에 따라 경영권 매각으로 전개될 수 있는 딜"이라고 말했다. 

      자금수혈이 시급하다는 점도 조기매각 가능성이 유력한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된다. 왓챠는 현재 유동성 위기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및 신사업 보류 등 경영 정상화에 나서있다. 넷플릭스·애플·디즈니 등 글로벌 자본의 공세에 국내 OTT들도 하나둘 의기투합하는 상황에서 왓챠가 버틸 힘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웨이브(SK)·티빙(CJ)·시즌(KT)은 투자를 뒷받침해줄 모회사가 있지만 왓챠는 그렇지 못하다. 

      투자유치로 자력생존하려던 계획이 어려워지게 되면 원하지 않았던 회사 매각 카드를 꺼내야 할 수도 있다. 왓챠가 조기매각으로 등 떠밀릴 경우 누군가에겐 할인된 가격으로 왓챠 경영권을 인수할 적기가 될 수도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니콘에 등극한 콘텐츠 플랫폼 리디(RIDI)가 포괄적 주식교환 구조로 왓챠 인수를 검토 중이다. 왓챠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리디에 넘기고, 그 대가로 리디가 발행한 신주를 얻는 방식이다. 주식 교환이 이뤄지면 왓챠는 리디의 자회사가 된다. 실상 왓챠 경영권 거래지만 주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현금이 오가지는 않는다. 인수 부담이 비교적 적어 주주들도 이 같은 방안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보는 분위기다. 

      교환비율 산정이 핵심인데 현재로선 왓챠의 협상력이 높지 못하다. 높은 값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왓챠 밸류에이션은 잠시 양보하고, 추후 리디 주주로 투자금 회수 기회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