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빨라지는 셀트리온 합병 시계…주주 설득은 여전히 과제
입력 2022.08.12 07:00
    반기 연결 매출 1조원 달성
    자사주 매입에 주가 회복세
    바이오 테마 훈풍에 양호한 실적 전망
    상장사 3곳 합병 여전히 고민중
    주가 부양, 이해관계 다른 주주 설득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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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트리온의 상장사 합병 추진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최상위 지배회사의 합병 작업은 마무리했고 지지부진한 그룹 계열사의 주가 흐름을 타개하기 위한 수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마쳤다.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한 반기 실적에 힘입은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바이오 테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시점, 상장사 합병을 위한 적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역시 주주 설득 작업이 가장 큰 숙제로 남는다. 합병의 목적과 계열사 통합 이후의 시너지 효과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이상 합병 비율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1조146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반기 연결 기준 최초로 매출액 1조원을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실적을 견인했던 진단키트의 매출 비중은 4%대로 감소했으나 주력 제품인 램시마의 매출 비중이 늘면서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양호한 실적에 힘입은 회사의 주가는 3개월째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최고가 37만원을 넘나들던 지난해 초와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13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만원대를 기록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셀트리온의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실적 발표 이후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탈환했다. 

      이 같은 주가의 흐름은 회사 자체의 실적 외에도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 전반에 걸친 투자 심리가 다소 살아나고 있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말 셀트리온의 주가가 고점 대비 절반 이상 떨어지자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의 주주환원책을 요구했다. 이에 셀트리온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약 780억원, 올해만 총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 부양 의지를 나타냈다. 셀트리온의 자사주 매입의 표면적인 목적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지만 '소각'과 같은 후속 조치는 아직 없기 때문에 그 효과가 극대화하진 않았다. 이를 두고 자사주 매입이 합병 과정에서 제 3자 매각 등을 통한 의결권 부활로 사측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해외 판매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판단된다"며 "기관들이 지난해 바이오·제약 기업의 투자를 크게 줄인 이후 최근 들어 다시 포트폴리오에 담기 시작하면서 셀트리온 계열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 상장회사 3곳(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합병 추진은 서정진 명예회장의 공언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말 완료된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합병도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3사의 합병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여전히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에 대해선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있다. 상장회사의 합병으로 회계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단 장점도 있지만 사실 셀트리온 제품의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구조를 고려할 때 통합회사의 매출이 기존 계열사의 단순 매출의 합보다 줄어들 수 있단 우려도 있다. 매출뿐 아니라 상장 3곳의 시가총액 합보다 통합회사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그룹 내부적으로 지속적으로 합병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명확한 시기와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진 명예회장으로부터 ‘합병’이란 대전제가 주어진 상황에서 주력제품의 판매 호조, 실적 개선, 주가 회복세 등 우호적인 분위기가 서서히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것만으로 3사의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다. 

      일단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 각 계열사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셀트리온 제품의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약 12조3000억원)은 셀트리온(약 30조원) 시가총액의 약 40%를 넘어섰다. 최근 들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기관들의 투자심리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가파른 성장은 셀트리온과의 합병 과정에서 셀트리온 주주들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는 67%,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의 소액주주 비중도 각각 약 50%에 달한다. 상장회사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하는데 전체 주주의 66.7%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반대만으로도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회사가 일부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합병을 추진한다면 주식매수청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셀트리온은 약 90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800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유 현금의 많고 적음을 따지긴 어렵지만 꾸준한 R&D 투자와 재무건전성 유지 등을 고려한다면 결코 넉넉한 곳간은 아니다.

      셀트리온의 주가가 현재와 같이 꾸준한 상승곡선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셀트리온은 약 1년새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해 상당히 많은 투자자들이 매입 단가에 못미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현재의 상황에서 합병을 추진, 그리고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권리를 부여한다면 그 규모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지주회사 합병 과정에서 합병 대상이었던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주식매수 청구 규모가 일정 수준(500억원)을 넘으며 합병이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회사의 합병 후 청사진, 주주에 대한 명확한 환원책을 바탕으로한 충분한 사전작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