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S 의무보유 기간 늘려라"…정부 방침에 속 불편한 은행권
입력 2022.08.12 07:00
    다음달 15일 안심전환대출 시행…20조원 MBS 발행 예정
    안심전환대출 금리 연 3%대, 당초 예상 금리보다 낮아
    금리 상승기 MBS 의무 매입 강화 방침…은행권 손실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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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변동금리대출을 고정금리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시중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안심전환대출 금리수준이 낮게 결정된 데다, 주택저당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 매입 조건이 강화되면서 은행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상승기에 채권 보유 기간이 길수록 손실을 볼 수밖에 없고, 대출자산이 줄어들면서 은행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15일부터 변동금리·준고정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3%대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최근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서민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당초 예상 금리 수준보다 크게 낮아졌다. 만기(10~30년)에 따라 연 3.80~4.00% 수준으로 결정됐는데, 청년층(소득 6000만원 이하, 만 39세 이하)은 이보다 0.1%포인트 낮은 연 3.70~3.90%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첫 발표 당시 예상했던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연 4%대 초중반 수준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예상보다 낮아진 금리 수준은 은행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출이자와 MBS를 통한 이자 수익률에서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은 대출자가 기존 대출 은행에서 신규대출(고정금리)을 받고 기존 대출(변동금리)을 상환하는 방식을 이뤄진다. 금리인상기에 변동금리부 대출채권을 갖고 있으면 대출금리도 자연스럽게 올라가 수익률이 올라가지만, 고정금리 대출로 바뀌는 만큼 이자 수익률에서 차이가 생긴다.

      한 크레딧 담당의 증권사 연구원은 “은행은 MBS를 통해 차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MBS를 매입하며 이자를 다달이 확보하는 구조인데, 고정금리로 전환하게 되면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얻는 변동형 대출금리 상승분에 따른 수익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의 규모는 약 20조~25조원이다. 이에 따라 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MBS 채권을 발행해 안심전환대출용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은 안심전환대출 원리금을 받는 대출채권을 주금공에 넘기고 돈을 받는다. 주금공은 은행에서 사들인 대출채권에서 발행하는 현금거래에 기반해 MBS를 발행해 기관투자자한테 파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은행권에 MBS 의무매입 강도 역시 이전보다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2019년 안심전환대출 당시에는 은행권의 의무 보유 기간이 각각 1년, 3년이었는데, 업계에선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5년 이상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MBS를 매입해서 빨리 넘기면 넘길수록 좋은데 이전보다 더 긴 매입기간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은 일반적으로 장기물을 담지도 않고 채권 만기를 짧게 선정해 평가손익을 줄이는 게 일반적인데, 특히 지금 같은 급격한 금리상승기에 보유 기간이 길어지면 채권을 사고파는 기간도 그만큼 늦춰지는 것이니까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의 MBS 의무보유를 통해 장기채권의 실수요자인 연기금과 보험사 등의 매수세가 유입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채권시장에서 단기물이 급등한 데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은 점이 변수로 꼽히고 있다. 금리변동성에 연기금의 채권 투자비중도 크게 줄었고, 장기물을 주로 담는 보험사들도 RBC비율 저하나 IFRS17 도입 등으로 자금 사정이 예전만큼 원활하지 않아 장기물을 매입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대출 대환과정에서 받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한 방침도 부담이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은행에서 기타수익으로 잡히는데, 이번 방침으로 기존 변동금리대출의 이자 상환으로 받는 이익을 잃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은 안심전환대출 시행 이후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면 감면금액은 90억~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가장 큰 변수는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는 수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책의 지원 대상은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주택가격은 시세 4억원 이하 1주택자다. 

      이 관계자는 “주택가격 4억원 이하로 책정되면서 사실 서울권에 있는 웬만한 집값은 제외되고 지방 광역시 위주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상층이 제한적이고 금리가 이제 고점을 찍고 내년부터 하락기에 접어들 수 있어 안심전환대출 수요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선 안심전환대출 때에도 예상보다 신청 수요가 더 많아 대다수 신청자가 심사를 반년 정도 걸리기도 했다”며 “기준금리도 언제까지 올릴지 확실치 않은데다 예상보다 안심전환대출 금리도 낮게 결정되면서 수요가 더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안심전환대출의 수요가 많다면 공급을 더 늘릴 수 있다”며 “하반기 MBS 공급규모를 20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린 것도 이를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안심전환대출 신청 수요가 늘 경우, 채권 금리 변동성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5년에는 안심전환대출을 위해 수십조원의 MBS가 발행되면서 국채 10년물 금리가 한 달 만에 0.5%포인트 급등했고, 2019년에도 0.3%포인트 오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전례가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전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MBS를 포함시켜 한국은행이 직접 MBS를 매입해 시중은행의 부담을 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입 규모나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고 이전보다 강화된 수준의 MBS 매입을 주문하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의 DCM 관계자는 “채권시장 약세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인데, 여기에 MBS까지 발행한다면 수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은 MBS를 매입해야 하니까 크레딧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연기금에서 소화를 해줘야 하는데 연기금도 채권 투자 비중을 최근에 줄인 만큼 금융당국의 조치가 과연 실효성 있을지는 안심전환대출 수요와 그에 따른 MBS 발행량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