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중간요금제 효과 확신 못한 이통3사…'애매한 포지션' 비판도
입력 2022.08.16 07:00
    통신사, 매출 전망 확답 못해
    시장의 반응도 엇갈리는 상황
    주력인 통신사업 수익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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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이동통신3사가 5G 중간요금제를 내놨다. 하지만 회사들은 신규 요금제가 매출에 미칠 영향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간요금제의 '포지션'이 애매하고, 가입자 당 평균 매출(ARPU)이 단기적으로 줄어들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SK텔레콤이 24GB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중간요금제를 지난 5일 먼저 선보이며 신호탄을 쐈다. 이어 KT는 오는 23일 3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한다. LG유플러스도 KT와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통3사는 5G 중간요금제 출시 이후 매출에 미칠 영향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텔레콤은 "고객 성향에 따라 중간요금제로 상향·하향 변경할 수도 있고, LTE 이용자가 5G 중간요금제로 전환할 수도 있다"며 "이용자의 반응을 살핀 이후에 매출에 미칠 영향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KT도 "출시 전에 효과에 대해 전망하는 건 조심스럽다"며 "출시 이후에 효과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5G 중간요금제를 두고 실효성이 없는 요금제를 낸 게 아니냐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포지션이 애매해 얼마나 많은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통3사는 중간요금제 신설을 꺼렸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잇따르자 협상안으로 나온 요금제 정도의 의미라 봐야한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6월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를 제외한 일반 요금제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량 평균은 13.68GB다. 이통3사의 새로운 요금제 출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요금인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 월평균 5G 데이터 사용량을 31.1GB로 분석했다. 

      데이터 소진 후 제한되는 속도도 실사용에 부족하다는 평이다. 이통3사의 기존 110·150GB 요금제는 데이터 소진 후에도 5Mbps로 속도 제한이 이뤄져 '실질적 무제한 요금제'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번 중간요금제는 데이터 소진 이후 1Mbps로 속도 제한을 걸어 실질적 무제한 요금제와 차등을 뒀다. 1Mbps는 3G 속도보다 느리며, 유튜브에서 720p 해상도 영상을 볼 때 권장되는 2.5Mbps 속도에 못미친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는 국내 이용자가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으로, 2위인 카카오톡과 사용시간이 2배 이상 차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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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투자업계는 5G 중간요금제 도입이 이통3사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통3사의 ARPU가 단기적으로 줄어들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통3사 모두 '탈통신' 비중을 키워가고 있지만, 여전히 비중이 큰 통신 부문에서 현금흐름을 만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KT는 DIGICO 전환을 통해 성장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주력인 유·무선(TELCO B2C) 사업 비중은 59%를 차지하고 있다. SK텔레콤도 2분기 통신사업 매출이 3조1182억원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LG유플러스는 컨슈머 모바일 부문의 비중이 46%를 차지했다.

      2분기 이통3사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1조1659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우수한 실적을 기록한 업체가 부재하다는 평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SKT는) 당분간 등장할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5G 중간 요금제 실효성 여파로 국정감사 전까지 규제 상황도 썩 좋지 않은 국면"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통3사 모두 해당하는 사안이다. 2분기 실적 결과로 볼 경우 하반기 이통3사의 이익 감소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는 이통3사의 주요 모니터링 지표로 ▲통신비 관련 정부 정책 및 제도의 변화 ▲5G 보급률과 무선서비스 수익 개선 추세 등을 꼽기도 했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현재 5G 가입자수는 5월 말 기준 2404만명으로 전체의 약 50%를 차지하는데, 5G 전환속도는 점차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기존 LTE 이용자들의 5G 전환 속도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클 거란 분석도 존재한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5G 가입자 1인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7GB 수준임을 고려했을 때, 5G 중간요금제 출시로 인한 요금제 다운보다는 기존 LTE 가입자가 5G로 전환하거나, 5G 10GB 요금제 이용자가 업셀링(upselling; 같은 고객이 이전에 구매한 상품보다 더 비싼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판매 방법)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통3사는 새로운 요금제가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현재 데이터 사용량과 5G 중간요금제를 비교해 대리점에 문의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ARPU 전망은 좀 더 지켜봐야 하고, 구체적으로 눈에 띄는 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