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이 이끈 백화점 호실적...하반기 변수는 고물가·경기둔화 우려
입력 2022.08.17 07:00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사업부가 이끈 호실적
    명품·패션·화장품 등 高마진 상품 매출 호조 덕
    하반기 실적도 훈풍…"고물가·경기둔화 우려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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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백화점 업계가 고물가 속에도 상반기 시장의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명품뿐만 아니라 코로나 상황 속 위축됐던 의류, 화장품 등의 매출이 늘었다. 하반기에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고물가와 경기둔화 우려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은 올해 2분기 실적을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5% 늘어난 1040억원으로 매출은 14.9% 증가한 828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분기 매출 6235억원, 영업이익 1211억원을 기록했는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0.6%, 25.5%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매출은 8.3% 늘어난 5888억원, 영업이익은 30.2% 증가한 85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연결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부진한 실적에 신용등급까지 강등됐던 롯데쇼핑도 백화점 사업부문이 이끈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백화점 3사의 호실적은 리오프닝 본격화로 패션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롯데백화점은 해외패션(17.9%), 남성·스포츠·아동(16.8%), 여성패션(14.9%), 잡화(12.9%) 등 마진이 높은 패션 상품군이 모두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식품과 생활가전의 매출성장률이 각각 7.8%, 3.6%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신세계백화점도 2분기엔 여성패션(34.2%), 남성패션(34.7%), 아웃도어(43.6%) 등 패션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역시 남성패션·여성패션·아웃도어·골프웨어 등 고마진 의류 매출이 고루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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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의류 수요 증가는 롯데백화점 실적 반등에 더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점포 중 아울렛 비중이 약 37%(22개점)로 신세계백화점(25%), 현대백화점(26%)보다 높다. 한 증권사 유통담당 연구원은 “현대와 신세계가 명품 쪽에 강점이 있다면, 롯데는 많은 점포 수를 기반으로 매입경쟁력이 좋아 패션 쪽에 강점이 있는 구조”라면서도 “롯데온이나 하이마트 등 백화점 외 사업군에서 부진한 영향으로 롯데쇼핑의 반등세는 경쟁사보다 둔화된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기존 점포 리뉴얼을 통해 오프라인 경험형 콘텐츠 강화에 나선 것도 고객 유입에 영향을 미쳤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소비자를 공략한 신규 점포 ‘더현대서울’은 개점 2년 차에 분기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더현대서울은 점포 절반 이상을 체험과 휴식공간으로 마련하고 가수 박재범이 만든 원소주, 아이돌그룹의 팝업스토어 등을 열어 MZ세대 고객 특화한 점포 환경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백화점 산업의 피크아웃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하반기까지는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백화점은 97을 기록했다. 유통업 전체 지수(99→84)와 대형마트(97→86), 슈퍼마켓(99→51)이 전분기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분석이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동절기 의류 마진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1분기 실적이 가장 부진하고 4분기 실적이 좋은 것이 일반적”이라며 “각종 소비심리 지표가 조금씩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피크아웃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하반기까지는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 역시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물가가 유통산업에 악재인것은 맞지만, 백화점의 주요 고객은 가격 저항력이 낮고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서다. 인플레이션이 실현된 상반기에도 백화점 3사의 올 여름 정기세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오른 바 있다.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국내 백화점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하반기 실적 영향엔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코로나도 재확산되고 있고 값비싼 비행기표 등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의 해외여행 회복 시점은 불확실해져서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나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하반기에 실적이 갑자기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만약에 경기가 위축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더라도 실적의 성장세가 부드럽게 연착륙될 것으로 예상하며 하반기에도 유통업 실적은 백화점 사업이 견인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