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대신 '마차 시위' 기획하는 유저들...'황금말' 배 가른 카카오게임즈
입력 2022.08.23 16:27|수정 2022.08.23 17:25
    취재노트
    '우마무스메' 출시 후 주가 상승분 모두 반납
    일매출 150억 올려준 유저들은 '마차' 시위 준비
    일본 서버와 유저 차별에 캐릭터성 오히려 죽여
    상장 당시 '유저 친화적 운영' 공염불...주주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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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게임 평점이 하루만에 4.5점에서 1.1점(5점 만점)으로 떨어졌다. 분노한 유저들이 평점 낮추기 시위를 벌이면서다. 이들은 게임의 정체성을 살려 실제 말(馬)이 모는 '마차'를 판교 카카오게임즈 사옥 앞에 보내는 시위도 기획 중이다.

      우마무스메는 지난달 말 일일 매출 150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최초로 구글플레이 매출 1위 자리에 오른 서브컬쳐 게임이다. 지금도 리니지M, 오딘 등 쟁쟁한 강호 사이에서 매출 순위 3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유저들은 '더 이상의 결제는 없다'며 조직적으로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대가는 애먼 주주들이 치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최근 이틀간 4%, 10일간 13% 급락하며 우마무스메 출시 후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하반기 마땅한 대작이 부재한데다 현 캐시카우인 '오딘' 제작 자회사가 별도 상장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높은 충성도를 보이던 유저층이 대규모로 이탈하면 4분기 실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까닭에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강남의 귤이 강북으로 옮기니 탱자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마차 시위'의 배경은 2021년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트럭 시위'와 판박이다. 

      일본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끈 게임을 국내 게임사가 국내에 퍼블리싱(배급)하면서, 국내 유저들을 기만하고 차별했다. 참지 못한 유저들이 들고 일어섰다. 당시엔 넷마블이, 이번엔 카카오게임즈가 '원흉'이 됐다. (참고기사:'방준혁 매직' 끝난 넷마블, 유저들의 타도 대상 '최종보스' 됐다)

      유저들의 불만이 발생하게 된 계기도 비슷하다. 당시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유저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이벤트 재화를 일방적으로 지급 중단하며 시위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1년 앞서 운영되고 있는 일본 서버와 비교해 국내 서버에 무료 재화를 10만원어치(약 4500주얼)나 덜 지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게다가 일본 서버에서는 첫 로그인 후 1년간 쓸 수 있는 핵심 캐릭터 뽑기권을 한국 서버에서는 1달 밖에 쓰지 못하도록 했다. 

      안 그래도 우마무스메는 매출 구조(BM)가 가차없기로 악명이 높은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의 태도는 단기간에 매출을 크게 올리려는 '장삿속'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게임 내 핵심 콘텐츠에 대한 카카오게임즈의 상식 밖 태도였다. 

      우마무스메는 유저 간 경쟁 콘텐츠가 핵심인 게임이다. 수 많은 무작위 요소를 거쳐 내 손으로 육성해 낸 최고의 캐릭터로 다른 유저와 경쟁해 이기는 게 주 목적이다. 이를 위해 뽑기에 수백만원을 쓰는 것도, 한 번에 20분 이상 걸리는 육성 콘텐츠를 하루에 5번 이상 매일 반복하는 것도 감수한다.

      이 경쟁 콘텐츠의 최정점이 '챔피언스 미팅'이다. 챔피언스 미팅은 유저 간 실시간 대전으로 한 달에 한 번, 일주일간 열린다. 일본 서버에서는 개최 2~3주 전 챔피언스 미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공지되며, 유저들은 해당 경기장에 맞는 최적의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해 한달 간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예상되는 개최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태에서도 공지 없이 방관했다. 그러다 유저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짤막한 '3줄 공지'를 내놨다. 유저 커뮤니티에서 일본 서버 정보를 찾아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도 모를 공지였다는 평가다. 

      당장 커뮤니티에선 '왜 유저들이 돈을 쓰는지 이해도 못하는 게임사다'라는 비난이 나왔다.

      카카오게임즈는 서브컬쳐 게임 문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서브컬쳐 게임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은 충성 고객을 만들어내는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카오게임즈는 캐릭터성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 '오사카 방언'을 쓰는 캐릭터의 대사를 모두 표준어로 번역하고, 유저가 설정한 대표 캐릭터의 말투로 보내도록 돼있는 푸시 메시지도 사전 안내 없이 일원화했다. '564이벤트' 등 특수한 이벤트 기간엔 해당 캐릭터가 등장하도록 게임 로딩 이미지도 변경해야 하지만 손을 대지 않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당시 IR자료를 통해 서브컬처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한국 유저에 맞춘 콘텐츠 재구성을 자사의 강점으로 홍보했었다. '유저 친화적 운영으로 성과를 극대화'한다던 상장 비전과 실제 행보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유저들의 항의에 카페 관리자 명의의 안내문만 하나 내놨을 뿐 그 뒤 어떤 후속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 우마무스메는 지난해 1조2200억원을 벌어들이며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순위 3위를 차지한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의 방만한 운영은 이미 '황금알을 낳는 말'의 배를 가르고 있다. 이는 결국 주주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트럭 시위' 사태 당시 넷마블은 일주일새 운영진-본부장-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잇따라 내고도 위기 관리에 실패했다. 이후 넷마블은 신작 공개 지연 등으로 올 상반기 2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넷마블 주가는 23일 6만32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52주 신저가이자 2017년 상장 후 최저가였다. 2020년 9월 최고점 대비 70%, 트럭 시위가 있기 전 대비해서는 50%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