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쇄효과가 가른 롯데·신세계 상반기 성적표…시장 기대감도 '온도차'
입력 2022.08.24 07:00
    2분기 적자낸 이마트…본업 부진에 M&A 효과 미미 영향도
    롯데쇼핑은 백화점의 '상쇄효과'…구조조정 효과도 시작
    "차라리 롯데가 옳았다"…이마트,'판 벌린' 실익 증명해야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통공룡’ 롯데와 신세계의 상반기 성적표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온 롯데쇼핑은 올해부터 효과가 나타나며 양호한 실적을 낸 반면, 이마트는 본업인 할인마트 부진에 연이은 인수합병(M&A) 사업부 실적 악화까지 나타났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모두 컨설팅 출신 수장이 이끌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양사의 '반전' 분위기가 이어질 지 주목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2분기 국내 주요 유통 상장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냈다. 이마트는 2분기 123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는데, 2분기 적자는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상반기  전체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이 39% 줄어들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냈다. 

      이마트의 부진에는 할인마트와 트레이더스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컸다. 2분기 할인점, 트레이더스, 전문점(노브랜드 등)을 합한 별도 영업이익은 작년 58억원 흑자에서 올해 19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할인점 사업부에서만 364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지난해 2분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트레이더스도 지난해 2분기보다 영업익이 반토막났다. 

      타사에 비해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건 스타벅스와 이베이코리아 인수 관련 PPA(Purchase Price Allocation) 상각비, 쓱닷컴과 G마켓 등 이커머스 부문 실적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400억원 규모의 PPA 상각비가 발생했고 쓱닷컴(-405억원)과 G마켓글로벌(-182억원)의 영업적자가 확대했다. 

      한편 신세계 그룹에서 백화점 부문을 맡고 있는 신세계는 2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신세계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7% 증가해 역대 2분기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도 34.5% 늘었다. 신세계의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6% 증가해 1211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롯데그룹은 유통부문이 롯데쇼핑 아래 여러 사업부가 한데 묶이며 상쇄효과를 내면서 비교적 ‘선방’ 했다는 평이다. 롯데의 할인점과 슈퍼도 2분기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했지만, 백화점 등 타부문 호실적이 상쇄했다. 2분기 롯데쇼핑의 백화점 매출액은 21.2%(7210억원→8280억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8.5%(620억원→1040억원) 늘었다. 백화점 성장에 힘입어 롯데쇼핑은 올해 6년 만의 연간 순이익 흑자 전환 가능성도 관측된다. 

      상반기를 기점으로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공룡’을 보는 시장의 평가도 다소 달라진 분위기다. 이마트는 연이은 인수합병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오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높여둔 상황인데, ‘너무 많이’ 판을 벌려뒀기 때문에 이익이 방어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하는 시기가 왔다. 다만 이커머스 성장이 둔화되고있는만큼 SSG닷컴과 지마켓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오랜 기간 힘든 시간(?)을 보낸 롯데는 구조조정 등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시장에선 “차라리 신동빈 회장의 선택이 옳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롯데쇼핑의 경우 이대로 실적을 방어해가면 올해 연간 실적에서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상쇄효과가 가른 롯데·신세계 상반기 성적표…시장 기대감도 '온도차' 이미지 크게보기

      주가 흐름에서도 양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반영되고 있다. 이마트의 주가는 1년 사이 꾸준히 하향세를 그리며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9월 18만원선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1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22일 기준 롯데쇼핑의 시가 총액은 2조 8700억원 수준으로, 이마트(2조 8200억원)를 뛰어넘었다. 이마트가 18만원선의 주가를 보인 지난해 하반기, 롯데쇼핑의 주가는 11만원선이었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모두 컨설팅 출신 수장이 이끌고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각 그룹의 유통부문 주력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대상이 되고 있다. 이마트와 SSG닷컴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강희석 대표는 내년 3월까지가 임기인데, 통상 신세계그룹의 인사가 10월에서 11초 사이에 단행되는만큼 상반기 실적이 중요하다. 롯데가 순혈주의를 깨고 올해 처음으로 외부인 수장으로 영입한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는 올해 상반기 ‘괜찮은’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할인점 문제는 하루이틀은 아니었고, 이것저것 인수한 것들에서 실적이 잘 안나오는 문제가 큰 것으로 본다”며 “롯데는 유통에서 적자를 낸 지 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투자보다는 오프라인 매장 정리, 희망퇴직 등 실질·회계적 구조조정에 집중을 해왔고 올해 처음으로 실적에 효과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는 이제 연간으로도 적자가 아닌 ‘돈을 벌 수 있는’ 체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게 중요하다. 크게 잘하진 않아도 ‘사고 없이’ 지금 정도로만 이어지면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가 약 4개월 남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양사 실적은 수익성을 제고할 ‘전략’이 핵심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 대외변수 우려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진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형 할인마트인 월마트와 홈디포가 급격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2분기 호실적을 내는 등 소비자들이 아직 물가 상승에도 즉각적으로 지갑을 닫지 않고 있다. 국내 유통사들도 백화점 매출이 여전히 성장중이고 마트는 인플레이션과 무방하게 흘러왔기 때문에 대내외적 변수보다는 각 사의 전략이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여의도에서 롯데의 구조조정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잘했다는 평이 나온다”며 “이마트는 내부에서도 신사업부문 등에서 외부출신 임원들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등 전략면에서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