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ETF 자금 머니무브에...멀어진 미래에셋 ETF 1위 탈환
입력 2022.08.24 07:00
    채권에 이어 주식까지 ETF 전환 검토하는 삼성생명
    미래운용 순자산 30조 돌파…1위 삼성운용과 MS 2%P 차
    점유율 순위 역전에 변수로 떠오른 삼성생명 자금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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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생명이 채권형 펀드에 이어 주식형 펀드 투자 자금까지 상장지수펀드(ETF)로 운용전략을 변경하면서 ETF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빠른 속도로 ETF 순자산총액을 늘리면서 국내 ETF 1위 사업자인 삼성자산운용과 시장점유율 차이를 2%포인트 차이로 좁혔으나, 삼성생명의 자금 유입으로 올해 안에 두 회사 간 순위 역전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29조9180억원이다. 지난 16일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 시장에 뛰어든 2006년 이후 처음으로 ETF 순자산총액 3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18일 기준 38.62%다. 삼성자산운용(41.18%)에 이은 2위로,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는 2%p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18일 기준 31조8986억원으로 2조원도 차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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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의 절반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서도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이 7000억원 늘어나는 동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조원 넘게 몸집을 불렸다. 

      2020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차이나전기차 등 테마형 ETF 상품을 2020년부터 집중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파죽지세로 삼성자산운용을 따라잡았다는 평가다. 공모펀드 침체기에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열풍에 힘입어 ETF 투자열풍을 탄 것도 한몫했다.

      주식형 ETF 순자산총액의 순위는 지난 4월에 이미 뒤집혔다. 2002년 국내에 ETF가 도입된 지 20년 만에 삼성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업계에서는 ETF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식형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삼성자산운용을 추월하면서 올해 안에 전체 ETF 순자산 순위도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삼성자산운용도 지난 20년간 지켜온 ETF 1위를 사수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부에서인재를 영입하고 해외 ETF 운용사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홍콩 릭소자산운용에서 ETF를 담당하던 김영준 헤드를 영입해 글로벌 ETF 임원으로 선임했으며, 미국 ETF 전문 운용사 앰플리파이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채권형 펀드에 이어 주식형 펀드 투자 자금도 ETF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면서 연내 ETF 시장점유율 1위 자리가 뒤바뀌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국내 주식 인덱스주식형 일임사에 개별주식에서 EMP 펀드(ETF 등에 전체 자산 과반을 투자하는 상품)로 변경하는 전략에 대한 사전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채권 ETF 전용 위탁 운용사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착수하기도 했다. 

      삼성생명 측은 인덱스주식형 펀드를 EMP 펀드로 운용전략을 전환하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전부터 운용전략 전환 작업을 착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운용사의 ETF 담당 관계자는 “채권형에 앞서 주식형이 먼저 전환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앞서 나왔었다”며 “6월 말쯤에 진행되다가 분기보고서 발표 시즌과 겹치면서 잠시 홀딩했다가 최근에 다시 전환을 검토하는 작업을 착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ETF의 총운용자산(AUM)은 약 75조원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 차이는 AUM 1조원에 달한다. 업계 추산으로는 채권 ETF 전용 위탁운용사을 선정해 EMP 펀드를 운용하면 ETF 시장에 유입되는 추정 자금은 약 1조원대다. 현재 주식시장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가 2%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운용전략 전환으로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삼성자산운용은 시장 선점효과에 더불어 핵심 유동성 공급자(LP)인 삼성생명의 지원까지 더해서 ETF 시장을 주도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KODEX Fn성장 ETF’와 ‘KODEX 배당가치 ETF’다. 국내주식형 ETF 중 가장 빨리 순자산총액 500억원을 넘어섰는데 대부분이 관계사인 삼성생명 자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운용사의 ETF 담당 관계자는 “물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관계사인 미래에셋생명으로부터자금을 받아서 운용하고 있긴 하지만 삼성생명과 자금 규모 차이가 상당하다”며 “기존에도 삼성생명이 투자자금 일부를 ETF에 투자하고 있지만 펀드 운용전략을 ETF 중심으로 재편하게 되면 ETF 시장에 대대적인 자금이 몰려들 것이고 삼성자산운용의 ETF를 담는 방식으로 운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