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강등에도 정용진표 '광폭 투자' 계속…"이마트, 예측 불가능 회사 됐다"
입력 2022.08.31 07:00
    상반기 실적 부진에 글로벌 신용등급 하락
    인천 청라·광주 등 대규모 투자 계획 계속
    1년째 주가 하향세…"이마트 방향성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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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1년 만에 영업적자로 돌아선 이마트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등급 강등 등 이마트의 재무 여력에 ‘경고등’이 켜진 한편, 2만석 규모 돔구장 건립 등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를 이어가면서다. 이마트 주가가 1년간 꾸준한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이마트가 “예측 불가능한 회사가 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지난 24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유정복 인천시장과 만나 스타필트청라 건립사업과 연계해 프로야구 경기와 K팝 공연을 할 수 있는 멀티 스타티움 돔구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인천 서구 청라에 공사가 진행 중인 복합쇼핑몰 신세계 스타필드청라는 2027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고, 총 1조3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광주광역시 초대형 복합쇼핑몰 출점 경쟁에도 참가해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는 이미 광주에 백화점을 운영 중이지만 리뉴얼해 초대형 백화점을 개발하고, 어등산 관광단지 부지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도 짓겠다는 구상이다. 스타필드사업은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에서 관장하고 있다. 

      재무 위험에 집중하는 신평업계에선 이마트를 향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청라 돔구장 건립 계획 발표에 앞서 22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Ba1’에서 ‘Ba2’으로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이마트의 수익성이 부진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고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로 인해 향후 1~2년간 높은 수준의 재무 레버리지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가 이마트의 등급을 하향한 건 2년 만이다. 2020년 2월 무디스는 이마트의 등급을 종전의 ‘Baa2’에서 ‘Ba1’으로 강등했다. 당시 무디스는 “이마트의 수익성 및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상당히 약화된 데 이어 향후 1~2년간 의미 있는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마트의 핵심 대형마트 사업에서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높은 수준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인수 이후 국내외 신평사는 이마트의 재무여력과 신용도 악화 가능성을 주시해왔다. 야구단(SSG랜더스) 인수, W컨셉 인수 등 다양한 투자를 이어가던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인수까지 나서 대규모 자금 부담이 더해지면서다. 

      이마트가 예정된 투자 계획에 활용할 자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이마트도 재무 방어를 위해 보유 자산 활용에 속도를 내고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성수 본사, 가양점 유동화에 이어 이달 명일점 토지와 건물도 매각에 나섰다. 올해 3월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이마트 47.8%, 신세계I&C 28.3%) 전액을 신세계에 매각(2255억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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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이마트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만해도 이마트의 ‘광폭 투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포트폴리오를 향한 의문도 있었지만 경쟁사인 롯데가 구조조정 등 정리에 앞서면서 잠잠한 시기를 보낼 때 공격적인 투자로 ‘치고 나가는’ 이마트에 오히려 기대감을 걸기도 했다. 유통업 자체가 이커머스 중심으로 가고있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다보니 오너가 의지를 보이면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실적 부진, M&A 시너지 모호, 이커머스 성장 저하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대 보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3조4000억원을 베팅한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는 인수 후 통합 계획을 세우는 등 시너지 확인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마트의 재무구조 개선에 효자 역할을 할 기대를 받은 스타벅스코리아도 비용 부담으로 영업적자로 돌아서는 데 일조했다. ‘써머백’ 발암물질 검출 사태 등 악재가 터지면서 ‘스타벅스’ 브랜드 가치 하락 가능성도 대두됐다.

      올해 4월 신세계프라퍼티가 약 3000억원을 들인 미국 와이너리 쉐이퍼빈야드 인수도 한국 내 미미한 매출 등을 고려하면 사업적 시너지보다는 부동산 투자 차원과 '오너의 의사' 반영이 크단 평이다. 실적이 흔들리면서 이마트 내부에서는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진의 ‘전략’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는 분위기다.

      지난 1년간 이마트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분기 이마트의 적자 전환에 국내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시장에서는 그나마 이마트의 ‘업사이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가능성을 꼽았지만,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6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추진에 대해 “현행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언급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이마트는 주식시장에서 좋아할 이벤트가 거의 없다”며 “사업상 돈을 쓰는건 그렇다고 쳐도 투자 방향이 맞고 틀리고가 확인이 안되니 주식 투자 관점에서 딱히 관심을 가질 회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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