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끈 론스타 중재, 최고 수혜는 1000억대 자문료 받은 로펌들?
입력 2022.09.01 07:00
    정부 중재 비용만 약 500억원…론스타 측 비용도 비슷
    태평양ㆍ세종ㆍKL파트너스 등 큰 이익…당분간 추가 비용 집행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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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간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결과가 10년만에 나왔다. 론스타가 요구한 금액의 4.6%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이 생겼지만 우리 정부는 앞으로 취소 소송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론스타는 그간 1000억원에 이르는 중재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라운드가 다시 시작되는 만큼 로펌들의 수익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1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는 금융 쟁점에 대한 론스타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2억1650만달러(한화 약 2800억원·1달러당 1300원 기준) 및 2011년 12월 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 배상을 명령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론스타 측 청구금액 약 6조1000억원 중 2800억원에 대해 론스타 측이 승소하고, 나머지 5조8000억원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승소했다"며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 4.6% 일부 패소"라고 설명했다.

      일단 조단위 배상금을 물 위기는 피했지만 정부는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재 당사자는 중재 판정 후 120일 이내에 ICSID 사무총장에 판정의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세기의 중재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취소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태평양은 정부의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뒷받침하는 등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분쟁초기 협상 단계부터 참여해온 김준우 변호사를 비롯해 김우재·서동우 변호사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소송이 다시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진만큼 법률 자문사들의 일손도 한동안 다시 분주해질 전망이다. 자연히 자문료 등 소송 비용에도 관심이 모인다.

      통상 국제 중재의 경우 결론까지 거의 모든 것이 비밀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다. 법무부도 중재재판 및 협상이 진행돼 온 만큼 법률자문계약서 사본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당사자고, 비용 예산은 국회의 집행·감독을 받기 때문에 일부 내용은 공개돼 있다.

      법무부와 국회운영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 10년간 소송 준비로 469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중재인 선임비 등 행정비용, 중재심리 참석비용, 중재수행 운영비 등이 포함된 집행액으로 대부분의 집행 자금이 로펌으로 간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소송 비용 중 90% 이상이 변호사 보수로 갔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부는 소송이 시작된 2012년 이후 법무법인 태평양과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아놀드 앤 포터(Arnold & Porter)의 도움을 받았다. 두 로펌이 중재 비용 상당 부분을 나눠서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운영위가 내놓은 'ISDS 사건별 2021년 예산안 세부산출내역' 자료에 따르면 태평양은 작년 기준으로 시간당 평균 45만3000원, 아놀드 앤 포터는 시간당 평균 689달러(약 90만원)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론스타 측 자문사가 받아갈 자문료도 함께 주목받는다. 론스타는 국내에선 법무법인 세종과 KL파트너스가, 미국에선 시들리 오스틴 엘엘피(Sidley Austin LLP)와 스탠니미르 A. 알렉산드로프(Stanimir A. Alexandrovff)가 대리하고 있다. 스탠니미르 A. 알렉산드로프는 시들리 소속이었다 이번 중재 말미에 분리돼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론스타 측이 지불한 자문료 총액도 우리 정부 측 지출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론스타 소송에 들어간 자문 비용만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취소 소송이 진행된다면 로펌들의 자문료 수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보통 중재 판정엔 비용을 얼마나 인정하고 어느 비율로 부담시킬 것인지에 대한 결정도 담기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부티크 로펌 KL파트너스도 주목받고 있다. KL파트너스는 2015년 김범수·이성훈·이은녕 변호사 등 세종 출신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국제중재 전문 로펌으로 김범수 변호사는 '론스타 변호사'로도 알려져 있다. 국내외 대형 법무법인 사이에서 일부 성과를 냈다. KL파트너스가 세종에서 분리돼 나올 당시, 론스타 중재 자문료가 재정적 뒷받침이 됐을 것이란 평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