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카오게임즈, 그리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입력 2022.09.01 10:47
    Invest Column
    다시 도마 오른 기업 '위기 관리'와 '사과의 기술'
    '마차 시위' 카카오게임즈 논란 여전히 일파만파
    카카오 그룹 전체적 메시지 관리도 실패에 가까워
    기록될 '카카오 케이스 스터디', 어떤 영감 줄까
    • #1. 2008년 3월, 무명가수 데이브 캐롤은 캐나다에서 미국 오마하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이동 과정에서 수하물 담당 직원의 실수로 3500달러(약 470만원)짜리 기타의 목이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캐롤은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으나, 직원들은 '권한이 없다'며 자리를 피하기 바빴다. 9개월만에 나온 유나이티드항공의 공식 답변은 '배상 대상이 아니다'였다.

      화가 난 캐롤은 2009년 7월 '유나이티드가 기타를 부쉈어'(United breaks guitars)라는 노래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은 4일 만에 조회수 300만회를 기록했고, 이 기간 유나이티드항공의 주가는 10% 급락하며 주주들에게 1억8000만달러(약 240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결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캐롤에게 사과하고, 수화물 보상 정책을 변경했다. 캐롤의 노래는 수하물 담당 직원 교육용으로 활용했다.

      #2. 2007년 8월,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장난감업체 마텔은 사상 최악의 리콜(recall) 사태를 경험했다. 인형에서 납 성분이 검출돼, 세 차례에 걸쳐 2000만개 분량의 장난감을 회수해야 했다. 이는 당시 미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이었다.

      리콜이 시작된 건 8월 2일이었다. 바로 그 다음날인 8월 3일, 마텔의 밥 애커트 회장은 "다른 말은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며 최고경영자(CEO)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지상파 뉴스 등 미디어에도 적극적으로 출연해 사과를 거듭하고, 본인이 직접 출연한 사과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기도 했다.

      마텔의 주가는 리콜 사태 직후 5%가량 하락하며 출렁였으나, 4분기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등 영업에 타격을 받지 않았음이 확인되며 이전 수준을 금새 회복했다. 당시 현지 여론조사 결과 마텔이 소비자 안전과 관련해 의미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신뢰도가 75%에서 84%로 오히려 늘어났다.

      '위기 관리'와 '사과의 기술'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다. 위기 상황에서 관리에 성공한, 혹은 실패한 기업들의 운명은 하나의 사례(case)가 되어 후대의 경영자들에게 영감을 준다. 이 사례를 분석한 연구 결과(case study;케이스 스터디)가 담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MIT 슬론매니지먼트 리뷰 등 경영 전문 매거진은 경영자ㆍ마케터 등 경영과 관계있는 사람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2022년 9월 1일 현재,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위기에 빠져있는 기업을 하나만 고르라면 카카오게임즈일 것이다.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주가로 인해 주주들은 분노하고 있고, 핵심 캐시카우(cash-cow; 주력 매출처)인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유저들은 사옥 앞으로 항의를 표시하는 마차(馬車)를 보냈다.

      카카오게임즈는 유저들이 분노하기 시작한 지 7일만인 지난달 24일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유저들은 '핵심이 빠졌다'며 분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불과 2주 사이 유저들은 ▲카카오게임즈를 옹호하던 커뮤니티 매니저를 축출하고 ▲불과 30분만에 950만원을 모금해 시위 마차를 보내고 ▲판교와 여의도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6200명이 참여하는 60억원 규모의 환불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수 많은 케이스 스터디에서 지적하는 기업 위기 관리의 핵심은 세 가지다. 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인정과 사과, 소비자가 납득할만한 해명, 그리고 보상이다. 카카오게임즈가 24일 낸 사과문은 조계현 대표이사나 이시우 모바일사업본부장 등 책임자급이 아닌, 운영팀 명의의 익명 사과문이었다. 이후 내놓은 해명과 보상에는 유저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토머스 트립 워싱턴주립대 교수가 MIT 슬론매니지먼트 리뷰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고객이 불만을 제기한 후 2주 내에 대응을 통해 회복을 시도할 경우, 고객의 '복수 욕구'를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었다. 이는 4주차까지도 유효하지만, 이후에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

      이번 카카오게임즈 위기의 발단은 지난 8월 17일, '우마무스메' 게임 내 등장하는 한 캐릭터의 실제 모델이자, 1998년 일본중앙경마회(JRA) 최우수 수말로 선정된 명마(名馬) '타이키 셔틀'의 죽음에서 비롯됐다. 작은 추모의 글귀 하나가 기업의 운영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눈덩이처럼 굴러갔다. '사건 발생 후 2주일'이라는 골든타임이 막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비단 카카오게임즈만의 문제만도 아니다. 카카오 그룹 전체적으로 위기 관리에 실패하고 있는 사례가 여럿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의 스톡옵션 대량 매도 사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주가는 1년새 60% 하락했지만, 지난해 카카오를 이끌었던 조수용ㆍ여민수 전 대표는 스톡옵션 행사분 포함 각각 361억원, 337억원의 연봉을 챙겼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역시 지난해 98억원의 연봉을 수령해 은행권 '연봉킹'의 자리에 올랐다. 2위인 허인 KB국민은행장과의 격차는 6배에 달했다.

      이들 경영자들이 성취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법적인 권리인 스톡옵션 행사를 막을 규정 역시 없다. 다만 주가 급락으로 주주들이 신음하는 와중에 '돈 잔치'를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대외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점은 명백하다. 카카오의 성장이 결국 골목상권 침해ㆍ모객 후 수수료 부과에 의존하고 있고, 기존 산업과 크게 차별화하고 있지도 못하다는 인식은 점점 확산하고 있다.

      당장 오는 10월부터 진행될 국정감사에서 여러 국회의원들이 카카오에 벼르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카카오는 지난 정권 당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기업집단 중 한 곳으로 손에 꼽힌다. 국감 이후 '카카오 표적 규제'가 현실화할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규제에 직면하고 고객은 등 돌린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맞이할까. 선택은 케이스 스터디에 기록되고, 결과는 10년 후의 경영자들에 영감을 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