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머티리얼즈 매각, 3조에 팔려도 허재명 사장 세금만 8400억
입력 2022.09.02 07:00
    개인 대주주 주식 양도시 매각가 30% 가까이 세금
    허재명 사장, 급매에도 3조원 고수할 수밖에 없어
    롯데는 일진 자회사 FI 등 추가자금 소요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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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은 대어(大魚)로 주목받았지만 자본시장이 위축되며 흥행 열기가 식었다. 원하는 몸값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매각자인 허재명 사장 개인은 천문학적인 세금 부담이 생긴다. 본입찰에서 나온 가격보다 훨씬 높은 3조원대에 팔린다고 해도, 대주주로서 최고세율이 적용돼  8000억원 이상의 주식양도세를 내게 될 전망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업계 수위권 동박 제조사로 M&A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7월 치러진 예비입찰엔 LG, 효성 등 대기업과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대거 불참했고, 8월 본입찰도 잠잠했다. 베인캐피탈이 발을 빼며 유효 원매자는 롯데케미칼만 남았다는 평가다. 2조원 수준을 생각하는 롯데와 3조원을 바라는 매각의 시각차가 큰데, 매각가를 고집하는 배경엔 세금 문제도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M&A는 개인 최대주주(허재명 사장, 지분율 53.3%) 지분 매각이다. 개인이 소득을 거둘 경우 최대 49.5%(과세표준 10억원 초과 시 세율 45%, 지방세 4.5%)의 세금을 물어야 하지만 주식 매각은 종합소득(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 배당 등)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관련법에 따라 주식 양도세가 발생한다.

      대주주(상장사 지분율 1% 이상 혹은 시가 10억원 이상 주식 보유)가 주식을 양도해 대규모 이익을 거둘 경우 세율이 높아진다. 세율은 과세표준이 3억원 이상이면 25%고, 지방세 2.5%까지 포함하면 27.5%다. 과세표준 3억원 미만 구간의 세율은 조금 낮지만 대규모 거래에선 큰 의미가 없다. 주식 매각에 따른 증권거래세(0.43%)까지 감안하면 전체 세금은 매각 금액의 28% 수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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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재명 사장 보유 지분이 2조원에 팔릴 경우 5600억원가량, 3조원이라면 8400억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한다. 매각자가 법인이라면 지분 매각 이익을 포함해 1년간 번 돈에 따라 세율을 적용받는다. 과세표준이 3000억원 이상일 경우 세율은 27.5%(국세 25%, 지방세 2.5%)로 개인 주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법인은 사업손실이나 비용 처리 등으로 실질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반면, 개인 주주는 고스란히 세금 부담을 져야 한다. 법인도 그렇지만 개인 주주는 더더욱 매각 눈높이를 낮추기 어려운 셈이다.

      전기차와 그에 부수된 배터리, 동박 등 산업들은 성장이 가파르지만 그만큼 설비 확장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일진머티리얼즈도 상황이 다르지 않아 꾸준히 확장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이 성장세일 때 경영권 지분을 팔면 몸값을 극대화할 수 있어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이 급물살을 탔을 것이란 평가다.

      허재명 사장이 주식양도세를 내고 남은 자금을 자녀에 증여하면 또 그 절반이 세금(과세표준 30억원 초과시 50%)으로 나간다. 반대로 허 사장이 자녀에 주식을 증여한 후 자녀가 그 가격에 지분을 매각한다면 최초 증여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된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매각은 자녀에 줄 자금보다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허재명 사장은 계속 자금 조달 부담이 있는 일진머티리얼즈를 판 후 다른 사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 자격으로 내야 할 세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희망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 가격을 높여야 이번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큰데, 롯데케미칼의 상황도 녹록지는 않다. 동박 사업에 관심이 크지만 이 외에도 해외 사업 확장 등에 필요한 자금이 많아 마냥 가격을 높이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 롯데지주-롯데케미칼-일진머티리얼즈 지배구조가 된다. 일진머티리얼즈 자회사 IMG테크놀로지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재무적투자자(FI)로 있다.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 지주사 행위제한 규제에 따라 일진머티리얼즈는 FI 보유 지분도 사들여야 한다. 롯데케미칼과 일진머티리얼즈가 합병하거나 일진머티리얼즈가 국내외 사업을 늘리려 해도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협조가 필요하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작년말 금융사를 대상으로 15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최근 주가 하락으로 재매각 부담이 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입장에선 일진머티리얼즈 전환사채 상환, 스틱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 인수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일진머티리얼즈 경영권 지분 인수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