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시기 고심하는 케이뱅크, 더딘 여신 확대ㆍ카뱅 주가 '골머리'
입력 2022.09.05 07:00
    케뱅, 상장예비심사 막바지…주관사단은 상장 일정 '고심'
    '여·수신 불균형' 여전…대출 자산 늘려야 하지만 영업환경 악화
    라이벌인 카뱅 주가는 폭락…케뱅 원하는 몸값 받을 수 있을까
    카뱅은 성장성 입증 과제 직면…코인원과 제휴 시너지도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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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거래소의 케이뱅크 상장예비심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다만, 공모 일정이 정해진다고 해도, 투자자 설득이 과제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대출 영업 확대가 여의찮은 상황이고 피어그룹(비교대상)으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상장예비심사가 막바지 단계다. 케이뱅크 기업공개(IPO) 주관사단은 상장 일정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간은 45영업일로 심사 지연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케이뱅크의 예심 결과는 9월 중 나올 가능성이 높다. 관련 업계에선 별다른 심사 지연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공모시장이 부진하면서 투자자들 호응을 끌어내는데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증시 약세 ▲비우호적 영업환경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 등 IPO 과정에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증시가 부진하면서 대어급(大魚)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국내 카셰어링 업체 쏘카는 지난 4~5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경쟁률 56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보수적으로 변한 영향이다.

      아울러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으로 국제 증시의 추가 하락이 점쳐지면서 하반기 IPO를 앞둔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관측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잭슨홀 미팅에서 "지금은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멈출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는데, 글로벌 주식시장에선 '베어 마켓 랠리(약세장 중 10% 안팎의 짧은 반등)'가 끝났다는 반응이다.

      케이뱅크에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은 이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서다. 케이뱅크의 작년 월별 여신 증가율은 평균 8%로 집계됐는데, 반해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9조1600억원으로 전월보다 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6월 기준 전월 대비 증가율은 이보다 낮은 3%를 기록했다.

      현재 케이뱅크는 대출 영업 확대에 힘써야 한다. 여·수신 불균형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 규모는 12조1800억원, 여신 규모는 이보다 작은 8조73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출액이 예금액에 미치지 못하면서 거둬들이는 이자수익에 비해 예금이자로 나가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 1분기 기준 예대율(은행이 보유한 예금 잔액 대비 대출 규모를 나타내는 비율)은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68% 수준이다.

      게다가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란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한때 8만89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 29일엔 3분의 1수준(2만6900원)까지 떨어졌다. 당초 케이뱅크의 몸값으로 10조원까지 거론됐지만, 실질 상장 밸류에이션은 이에 훨씬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케이뱅크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을 각각 3.5배, 4.3배로 계산, 몸값이 6~7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카카오뱅크의 PBR이 2.3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의 상장 밸류는 3~4조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성장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가총액이 고평가되었다는 설명이다. 31일 기준 국내 은행주 PER은 3~4배 정도인데 카카오뱅크는 무려 55배에 이른다. 이에 투자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카카오뱅크의 목표 주가로 1만원대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재 주가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적정 주가를 1만2000원으로 보는 시선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며 "기존 은행과의 차별점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BPS(주당순자산가치) 수준이 적정한 수준인 까닭"이라고 말했다.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가상자산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9일 업계 3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원과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확인서 발급 계약을 체결했다. 카카오뱅크의 정체된 월간 활성 이용자 수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 증권업계에선 이들의 제휴에 대한 시너지 및 기대감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인원의 이용자 수 규모가 업비트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탓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알려진 업비트의 누적 회원 수는 작년 말 900만명에 육박했다. 코인원의 경우 올 초 누적 회원수가 220만명을 돌파했다고 알려진다.

      실적 개선 효과도 미흡할 것이란 지적이다. 유안타증권 코멘터리를 통해 "코인 예치금은 대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없고, 코인 투자자들에 대한 신용 대출 판매는 기대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며 "카카오뱅크와 코인원 간 실명계좌 계약체결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