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가스→달러→외국인...또 새우등 터진 코스피
입력 2022.09.08 11:15
    유럽 천연가스 가격 흔들리며 강달러가 '超강달러'로
    9월에만 코스피 1兆 등 외국인 3.1兆 자금 빠져나가
    에너지 수출로 미국 무역수지 개선...강달러 지속 우려
    21일 美 FOMC 등 소화하며 변동성 완화 기대감
    • 긴축발작ㆍ인플레이션ㆍ경기침체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러시아ㆍ유럽이 국내 증시의 키를 쥔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볼모로 삼아 유럽을 압박하고 있고, 이로 인한 달러 강세가 원달러환율을 20년만의 최고치까지 밀어올렸다. 환율이 빠르게 오르자 외국인들은 주식을 투매했고, 코스피지수는 다시 2400선을 내줬다.

      현재 국내 증시의 핵심 변수로는 환율이 꼽힌다. 환율을 좌우할 주요 요소로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첫 손에 든다. 천연가스 가격은 결국 러시아와 유럽의 이슈인만큼, 당분간 뉴스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변동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7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39% 하락하며 지난 7월 이후 두 달만에 다시 2400선을 내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5000억여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원달러환율이 1350원을 돌파한 지난 1일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원, 코스닥에서 2000억원, 선물 시장에서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냈다.  이날 장중 환율이 달러당 1388.4원까지 오르며 지수를 짓눌렀다.

      8일에는 다소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9월 21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75bp(0.75%포인트) 오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음에도 불구, 미국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고 이에 힘입어 미국 증시는 크게 반등했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25일 이후 2주 만에 처음으로 상승 마감했다. 역외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1370원대로 다소 안정세를 보였고, 국내 증시도 일단 반등에 성공했다.

      이런 '롤러코스터 열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라는 지적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지표인 네덜란드 TTF 가스 10월 만기 선물 가격은 갈피를 못잡고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망인 '노드스트림1'의 밸브를 잠그고, 이에 유럽연합에서 가스 가격 통제 정책 도입 가능성으로 대응하자 시장 가격이 정신없이 출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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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7일에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달러 초강세가 미국은 물론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 8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스를 무기화하지 않겠다'발언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3% 급락했고, 달러화 강세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다소 꺾이며 증시에 숨통이 트였다.

      이런 불확실성은 결국 달러화의 추세적 강세를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23.1%를 차지한 1위 생산국이자, 러시아(23.6%)에 이은 2위 수출국(17.5%)이다. 미국 천연가스가 유럽 에너지 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미국의 에너지 수출량은 빠르게 늘고 있고, 이는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 적자 규모조차 빠르게 축소시킬 수준의 파급력을 갖게 됐다.

      미국의 무역 수지 개선은 달러 강세 요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미국이 마지막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했던 1990년대말, 달러지수(DXY) 역시 2년 만에 90대에서 120대까지 치솟으며 달러 초강세를 연출했다. 달러지수는 지난 7일 2002년 이후 20년만에 110선을 돌파했다가, 푸틴 대통령 발언 이후 다소 조정을 받은 상태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에너지난은 미국의 경상수지에 구조적인 변화 가능성을 싹 틔우고 있다"며 "달러는 물론 원달러 환율의 향방에 천연가스 가격을 주요 변수로 지목한다"고 말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고 있는 국내 증시는 언제부터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일단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 변수가 겹치긴 했지만 9월 FOMC를 앞두고 '맞을 매를 먼저 맞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어느 정도 매크로 변수들이 소화된만큼, 13일 미국 소비자가격지수(CPI) 발표와 21일 FOMC를 넘기고 나면 전반적인 변동성이 진정될 거란 전망이다.

      유럽을 제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는 어느정도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 중인 중국발 수요 감소 우려로 지난 7일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이 날 하루에만 5.7% 급락하며 배럴당 81.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유럽 에너지 가격만 잡힌다면 매크로 이슈들이 어느정도 잠잠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다만 여전히 신중론도 제기된다. 박소연 신영증권 전략 담당 연구원은 "원유ㆍ가스 가격 급락에도 태양광 주식들은 여전히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애플의 아이폰14 발표에도 주가 상승세가 미진했다는 점은 IT 수요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7일 미국 증시 상승에 아직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