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본격 행보에 금융권 '긴장'…'금감원 출신 변호사' 역할 부상
입력 2022.09.13 07:00
    지난 3~4년간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송사 및 규제 증가
    최근 특수통 금감원장 취임으로 금융권 대대적 조사 착수까지
    주요 대형로펌, 금감원 변호사 영입으로 전문성 강화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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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형 법무법인에서 금융규제팀은 최근 가장 바쁜 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몇 년간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 사모펀드들의 불완전 판매 논란 이외에도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등 각종 법률 이슈로 로펌에 자문을 구하는 금융사들이 많아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금융권은 더욱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지난 5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취임 하루 만에 서울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다. 금융감독원장에 금융·증권범죄 전문가로 특수통 검사 출신인 이복현(32기) 전 검사가 임명되면서 금융권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가 진행 중이다. 취임한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종이호랑이'였던 금융감독원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많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사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적 조사 및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신한은행에서 비정상적인 외환 거래가 포착된 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에서 현장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9일 금감원은 공매도 물량이 집중됐던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에 대한 수시 검사에 착수했다. 공매도 과정에서 위법은 없었는지 거래 실태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하반기 금감원 정기검사 대상으로 선정되며 이달말께 본 검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또한 키움·키움YES·모아저축은행 모집법인 등 5곳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대출 모집법인에 대한 현장검사에 들어갔다. 저축은행 대출 모집법인을 통해 작업대출과 동시대출 등 위법성 대출 관련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현장점검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사들이 법적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금감원 출신 변호사들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라임 사모펀드와 관련하여 판매사들에 다양한 자문을 제공하면서 KB증권과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3곳의 소송대리를 도맡았다. 금감원 출신 변호사가 많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는 후문이다. 금감원 조사 초기 단계부터 자문을 맡게 될 경우 향후 있을 소송까지 대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력 보강을 통한 전문성 강화는 자연스런 추세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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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주요 대형로펌들은 금감원 출신 변호사 영입을 통해 전문성 강화에 나섰다. 인베스트조선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8월까지 대형로펌 6곳에서 영입한 금감원 변호사는 1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앤장은 금감원에서 19년간 경험을 쌓은 양여원 변호사(32기)를 비롯해 김선민 변호사(36기)와 김준형 변호사(변시 1회)를 영입했다. 양여원 변호사는 금감원 은행감독국, 분쟁조정국, 금융상품심사국 등에서 근무하며 금융규제 및 감독에 관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김선민 변호사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금감원 특수은행 검사국, 조사기획국 등에 재직했다. 김준형 변호사는 금융감독원 법무실에서 근무하면서 금융감독법규 관련 법률자문 업무 전문성을 키웠다.

      광장도 검사라인 핵심으로 손꼽는 은행·증권 검사국 출신 변호사들을 스카우트했다. 유형민 변호사(37기)는 금감원에서 약 10년간 경력을 쌓아온 금융 규제 전문 변호사다. 금융투자검사국, 자본시장조사국, 분쟁조정국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지난 6월에는 금감원에서 다년간 검사 업무를 수행한 김다정 변호사(44기)가 입사했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외환감독국, 저축은행검사국 등에서 근무했다.

      태평양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에서 약 8년간 근무한 박영주 변호사(41기)를 영입했다. 박영주 변호사는 금감원에서 증권회사,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감독 업무와 은행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대한 법률자문을 수행했다. 올해 입사한 한소은 변호사(변시 11회)는 금감원 은행감독국 조사역으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근무하며 실무경험을 쌓았다.

      율촌도 금융규제 인력 보강에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 입사한 윤종욱 변호사(37기)는 8년8개월간 금감원에서 근무했다. 금융투자업 인·허가 업무를 담당함으로써 금융투자업 전반의 영업행위 규제, 금융기관의 지배구조 관련 규제 업무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입사한 도효정 변호사(40기)는 10년동안 금감원에서 재직하며 금감원 준쟁조정국과 기업공시제도실을 거쳐, 보험준법검사국, 손해보험 검사국 등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세종은 금감원에서 14년간 근무한 김종기 변호사(변시 10회)를 비롯해 문은경 변호사(36기)와 송경옥 변호사(39기)를 스카우트했다. 김종기 변호사는 금년까지 14년 이상 자산운용검사국, 자본시장조사국, 자본시장서비스국 등에 근무하면서 검사분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문은경 변호사는 금감원에서 손해보험검사국,일반은행검사국, 금융그룹감독실을 거치며 10년간 보험, 증권, 은행, 전 금융권의 감독∙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송경옥 변호사는 금융감독원에서 7년 간 근무하면서 2011년에는 저축은행 사태 마무리를 위한 구조조정 업무를 맡아 처리한 바 있다.

      화우는 올해 25년간 금감원에서 근무한 한창훈 변호사(변시 2회)를 영입했다. 은행감독국, 기업공시국, 보험감독국 등의 실무자를 거쳐 분쟁조정실 수석조사역, 금융소비자보호총괄국 금융상품 판매감독1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은행, 증권, 보험, 검사제도, 금융분쟁조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이 현재 진행 중인 조사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대형 법무법인을 찾는 금융사의 발길은 당분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시 로펌 선임이 당연시 되고 있다"라며 "각 금융지주별로 손발을 맡아 온 팀이 이미 세팅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