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력' 적극 수혈하는 한화그룹…김동관은 'M&A'·김동원은 '대관' 포커스
입력 2022.09.13 07:00
    외부인재 영입으로 신사업 힘싣는 김동관·김동원
    김동관은 PEF·IB 인사 영입해 M&A 역량 강화
    대관 중점 둔 김동원…투자 아이디어 수용하는 편
    본업 부진·부서 성과평가 관련 잡음 관리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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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승계를 앞두고 신사업 확장에 여념이 없는 한화그룹이 외부인력 영입에 매진하고 있다.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한화그룹 산업계열사를,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금융계열사를 도맡아 실무진단을 꾸리고 있는데 그 양상은 다르다. 김동관 부회장은 사모펀드(PEF), 기업금융(IB) 부문에 몸담았던 인사를 영입해 인수합병(M&A) 기회 물색을 맡기고 있다. 김동원 부사장은 투자건을 직접 챙기되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출신을 영입하는 등 대관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주격 회사인 ㈜한화의 M&A를 전담해온 전략부문실에 MBK파트너스, 칼라일그룹 등 글로벌 PEF 출신 정주용 전무가 영입된 이후 삼성증권 IB 부문 부장급 인사도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해당 인물은 ㈜한화 산하에 신설된 글로벌성장추진실 M&A부문에 배치돼 북미 등 해외 기업 투자 전략을 세운다. 북미 지역에 관심을 내비추는 삼성그룹과의 협업 기회도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동관 부회장의 외부 인재를 활용한 신사업 확장 의지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사업' 진출을 위해 삼성, LG그룹 계열사로부터 인력을 데려온 바 있다. 지난해엔 차세대 소재 발굴을 위해 'NXMD'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장세영 삼성전자 상무를 부사장으로, 구경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석을 케미칼부문 상무로 영입했다.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테크윈이 우정호 LG전자 상무를 시스템온칩(SoC)개발실에 영입한 것도 반도체 관련 신사업 전개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동생인 김동원 부사장도 측근을 외부인력으로 채운 상태다. 지난해말 경영전략 분야에 AT커니코리아 금융부문 대표였던 하상우 부사장과 금융위에서 자본시장과, 자산운용과 등을 거친 이한샘 상무를 영입했다. 당시 하 부사장은 사업 전략 관리를, 이 상무는 전략 및 대관 업무를 맡게 될 것이란 시각이 짙었다. 영입 이후 9개월가량이 지난 지금, 이들은 투자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김동원 부사장의 곁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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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형제가 공통적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하곤 있지만, 그 방향성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신사업 육성 역량'에, 김동원 부사장은 '대관 및 사후관리'에 중점을 뒀다는 평가다. 

      실제로 김동관 부회장은 영입한 인사들에게 신사업 육성 성과를 달성할 기한을 부여하는 편이란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위해 채용 면접을 진행할 당시, "사업 육성에 몇년이 걸릴 것 같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원하는 만큼의 기간을 줄테니 반도체 관련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라"고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신설된 글로벌성장추진실 M&A 부문에도 투자건수 관련 목표를 특정해 전달했다.

      김동원 부사장은 금융당국 출신 영입을 통해 대관 업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업 특성상 투자 이후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논의하는 데 있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할 필요성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투자건은 직접 챙기는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실무진들의 경영전략 관련 아이디어를 최대한 수용하는 편이라는 평가가 짙다. 최근에는 지적재산권(IP)에 방점을 찍곤 관련 펀드에 대한 LP로서의 출자를 직접 논의하는 행보가 포착됐다. 또한 미국 LA에 벤처캐피탈(VC) 하우스를 설립해 해외 디지털 금융 관련 투자 기회를 살피고 있는 상태다.

      영입된 외부 인력들의 연착륙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산업계열 M&A 부서들이 그렇다. 투자기회 물색이 주업무인 M&A 부서의 경우 성과 책정 지표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건수 만으로 성과를 책정하기엔 어려움이 있어서다. M&A 부서들이 비용을 줄이려 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해외 투자 건의 경우 출장비를 아끼려 실사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거론된다. 이같은 분위기에 지난해 한화그룹 한 계열사 M&A 부서에 영입된 고위급 인사가 퇴사를 하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인력을 영입해오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기업체 M&A부서들의 실상은 생각보다 열악한 편인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내부 잡음 관리도 필요해보인다. 최근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내부에서 본업인 생명보험업의 부진과 관련된 우려가 거론되고 있다. 본업이 부진함에도 불구, 신사업 투자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은 지속된 금리인상에 금융상품 평가 및 처분 손실이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가량 감소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배경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최근 자체 동력이 사라졌는데 이에 따른 내부 반발이 심상치 않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LA에 설립한 VC 하우스가 한화생명 재원이 쓰였다는 말이 나오는 등 보험업이라는 본업에는 무심하면서 신사업을 위해 외부 투자에만 힘쓴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