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미루려던 쓱닷컴...물적분할 규제로 '시간 벌었네'
입력 2022.09.21 07:00
    컬리 오아시스 등 플랫폼 배송회사들 기업가치 ‘오리무중’
    때마침 대기업 물적분할 규제 수면 위로…쓱닷컴도 해당
    상장하기 적기는 아니라는 평가…차라리 미루는 것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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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물적분할 규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쓱닷컴이 일단 대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 시기가 애매해진 시점에 규제를 핑계로 마침 기업공개(IPO)를 미룰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쓱닷컴의 비교회사로 꼽히는 컬리나 오아시스 등이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 더욱이 전반적인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밸류에이션(Valuation) 산정 역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당장은 시간을 벌었지만,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등 이후 전개가 유리하게 돌아갈 거란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변동성은 커졌다는 평가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선식품 배송 회사들의 자금 사정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수산물 전문 배송 플랫폼 ‘오늘회’를 잠정 중단했던 오늘식탁은 결국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고 거래소의 승인을 받은 컬리 역시 아직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컬리의 기업가치를 직전 투자 단가(4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1조원 수준으로 점치고 있다.

      한 벤처투자(VC)업계 관계자는 “커머스 회사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며 “그간 막대한 투입비용으로 지표를 끌어올리며 밸류에이션 산정을 해왔는데 펀딩이 막히다 보니 회사들은 마케팅을 줄였고, 이에 따른 지표 하락으로 다시 기업가치가 깎이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들을 향한 물적분할 규제 관련 개선안이 발표되자, 상장 시기를 조율하던 쓱닷컴의 표정이 복잡해졌을 거란 지적이다.

      해당 개선안에 따르면 대기업은 신설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을 나눠준다거나 하는 등의 보호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를 통과하기가 어려워진다. 배당확대 및 자사주 취득 등을 통한 자회사 성장의 이익을 모회사 주주에 환원하는 등의 다양한 보호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금융 당국이 발표한 개선안이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모회사 주주보호라는 큰 목표는 정해져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들은 각 대기업이 스스로 제시해야 하는 만큼 회사와 주관사들의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나 금감원 등 상장 절차를 위해 거쳐야 하는 금융 당국에서 모범답안을 명쾌히 제시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라며 “결국 주관사나 발행사 입장에선 ‘눈치’를 통해 당국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데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쓱닷컴으로선 물적분할 규제 개선안이 ‘호재’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당초 예상대로 상장을 진행하기에는 부담감이 큰 상황인 탓이다. 그렇다고 컬리나 오아시스와 같은 비교회사들이 모두 상장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마냥 IPO를 미루는 것 역시 외부의 시선이 의식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금번 규제 개선안을 준비하기 위해 내년으로 상장으로 미루는 것이 모양새가 나은 셈이다.

      당초 쓱닷컴 역시 올해는 어렵고 내년을 기점으로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쓱닷컴을 비롯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어 기업가치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쓱닷컴의 2분기 총거래액(GMV)는 약 1조4884억원으로 작년 대비 13% 증가했다. 출범 당시 연간 약 30% 수준의 GMV 성장률을 전망했던 점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컬리의 상장 시 기업가치가 약 1조원 정도로 거론되고 있는 점도 쓱닷컴으로선 상당한 부담이다. 

      실제로 거래소에서 물적분할 규제로 인한 실질적인 제동을 할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가뜩이나 내년까지 시장상황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마냥 상장 심사를 내주지 않을 경우 자칫 거래소의 실적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코스피 시장 상장 사례가 단 세 건에 그치면서 거래소 역시 연간 성과 달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쓱닷컴이 물적분할 규제 개선안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당장 상장이 미뤄지는 것이 해당 규제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이보다는 쓱닷컴의 현재 실적이나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결정일텐데 마침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