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연말 태풍' 다가오는데...'빈손'으로 해외 순방 나서는 회장님들
입력 2022.09.22 07:00
    4대 지주, 연말 거버넌스 이슈 앞두고 해외NDR 준비
    총주주환원율 바닥이고 은행 마진 둔화ㆍ배당 압박
    내세울 성과 마땅치 않은데 제시할 청사진도 애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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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일을 앞두고 해외 주주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막상 들고 갈 선물 꾸러미는 준비되지 않은 격이다." (한 금융지주 임원급 관계자)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말 지배구조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잇따라 해외 설명회(NDR) 일정을 잡고 있다. 하지만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주주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세울 성과도, 제시할만한 청사진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형식적 자리가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사자들은 절박하다. 올해 말 회장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해외 일정이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의 우호표를 얻을 기회다. 회장 임기 만료를 1년 앞둔 KB금융지주 역시 현 후계 체제의 지지를 구하는 것이 필수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3월 취임한 새 회장의 첫 해외 설명회 데뷔 무대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낮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내달 13~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코로나19 글로벌 대유행으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직접 참여하는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국내 금융지주의 경우 IMF-WB 총회에 맞춰 해외 NDR 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번 IMF-WB 연차총회의 경우 3년 만의 오프라인 참석인만큼, 총회 전 일주일가량 일정을 비워 해외 주요 투자자와 미팅 일정을 잡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총회 일주일 전 출국해, 미국 뉴욕ㆍ영국 런던 등 핵심 글로벌 금융 허브를 돌며 주요 투자자들을 만난 뒤 워싱턴으로 향하는 일정이 대체로 논의되고 있다.

      회장님들의 해외 순방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거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초유의 '배당성향 제한' 규제는 풀렸지만, 마진이 악화하고 있는데다 대손준비금 등 새로운 규제가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에 주주총회에서 약속한 주주 가치 제고는 요원하기만 하다는 평가다.

      당장 주주들 앞에 풀어놓을 성과가 궁색하다.

      지난 15일 기준 주요 4대 금융지주의 최근 6개월 주가 수익률은 평균 마이너스(-) 15%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8.4%)을 크게 하회했다. 신한금융 주가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주가수준보다도 낮은 상태이며, KB금융 주가는 연중 최고가 기준 25% 이상 급락했다. 여기에 외국인 주주들은 최근 1년 동안에만 원화가치가 15% 이상 떨어지며 생긴 환손실까지 감안해야 한다. 

      글로벌 기준에서 금융회사 경영진의 성과는 배당 수익 등까지 감안한 총주주환원율로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금융지주들도 최근 수 년간 총주주수익률 제고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성과는 좋다고 하기 어렵다. 특히 현직 최고경영자(CEO) 취임 시점부터 따져보면 "금융주는 쳐다도 보지 않는 것이 옳다"라는 말이 운용 최일선의 트레이더들로부터 나올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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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베스트조선의 집계에 따르면 2017년 3월 취임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취임 이후 총주주수익률은 19일 현재 마이너스(-)6.6%에 그친다. 연환산수익률 역시 -1.2%다. 지주 재상장일을 기준으로 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 중 총주주수익률도 마이너스(-) 9.1%, 연환산으로는 -2.6%를 기록 중이다. 올해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취임 직후 증시가 무너지며 마이너스(-) 18%대 총주주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4년 11월 취임해 가장 재임 기간이 긴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경우 취임 이후 총주주수익률이 64%, 연환산수익률이 6.7%로 유일하게 양의 값을 보였다. 다만 이는 글로벌 기준에선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대표적인 미국의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경우 총주주수익률이 2021년에만 28%를 기록했고, 2018년 이후 2021년까지 연환산 총주주수익률은 평균 연 20.9%였다. 2018년과 2020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긴 했지만, 2019년 최대 46.7%의 총주주수익률을 보이는 등 성과를 내야할 땐 확실히 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신한금융투자 사옥 매각 차익 등 일회성 이익을 통해 업계 순이익 1위 자리를 다시 노릴 수도 있겠지만, 이를 외국인 주주들이 높게 평가하리라고 생각하긴 어렵다"며 "KB금융 역시 적극적으로 확대해 둔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주주 가치에 득이 되지 않는 시점으로 접어들며 '넥스트'(다음)가 뭐냐는 주주들의 물음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사진 제시도 쉽지 않다. 증권을 위시로 한 비은행 계열사 수익 확장 추세는 완전히 꺾였고, 그나마 믿을 구석이던 은행도 하반기들어 완연히 수익성 개선이 둔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잔액 기준 가중평균 여수신 금리차는 지난 7월 하락세로 돌아섰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첫 하락이다. 총대출 성장률은 꺾인지 오래고, 저축성 예적금 증가로 저원가성예금이 줄어들며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여수신 금리차는 연초 1.8%포인트에서 1.2%포인트대로 급락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대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면서 배당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및 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추가로 적립을 요구하는 제도다.

      4대 시중은행의 총대출채권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말 기준 0.41%로 미국 대형은행 대비 3분의 1수준이다. 미국의 JP모건체이스의 충당금 적립률은 1.5%,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3%, 웰스파고는 1.4%로 집계됐다. 만약 미국 수준으로 충당금 적립을 요구한다면, 은행별로 1조원이 넘는 신규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특별대손준비금은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배당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외시킨다는 점에서, 주주환원 약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신한ㆍ우리의 경우 회장 연임을 위한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공식적으로 해외 주주들을 만나는 마지막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KB는 주주총회 승인이 필요치 않은 부회장직 신설 후 첫 해외 순방이라는 점에서, 하나는 현 회장 취임 후 첫 외국인 주주 대면이라는 점에서 각자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