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확대에 'NPL 관리' 나서는 증권업계…누가 사갈까
입력 2022.09.22 07:00
    금리 인상·지방 미분양 물량 급증에 부동산PF 연체율 급등
    NPL 관리 부서 신설 검토하는 증권업계, 운용사에 매각 검토
    NPL 시장 확대 여부엔 여전히 '관망세', "은행권 NPL 매물 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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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증권사들의 호실적에 기여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NPL)인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크게 늘어났다.

      이에 대비하고자 일부 증권사는 관련 부서를 신설하며 대응에 나섰다. 운용사들도 NPL 관련 펀드 조성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양새다. 다만 주요 NPL 투자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나 대신에프앤아이 등은 '생소한 영역'이라는 이유로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증권사 실적 순위를 갈랐던 부동산 PF는 하반기 들어 일종의 '골칫거리'가 됐다. 대출 연체율이 늘어나면서다. 최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증권사 부동산PF 연체율은 4.7%로, 2017년(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동안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은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호황 등에 힘입어 부동산 PF 대출을 늘려왔다. 이는 곧 수익성 증가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감소로 대형 증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올해 1분기, 다올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한양증권 등 부동산PF에 주력하던 증권사들은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그러나 부동산PF가 되레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진 미국 연준(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경색되고 대구 등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며 채무불이행이 증가하는 등 연체율이 크게 오르는 중이다. 

      게다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증권사들은 유동성 위험이나 신용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채무보증도 늘려왔는데, 2017년 13조원대였던 잔액은 5년 만에 24조원대로 불어났다. 금융당국도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고 증권사 PF 부서는 증권사 내에서 존재감이 줄어든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NPL 관리'가 또다른 화두가 됐다. 부동산PF 관련 NPL 물량이 대규모 출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 부동산PF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2019년 2.7%에서 올해 1분기 8.3%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그간 급격히 증가하는 부동산PF 익스포저 규모에도 "실제 NPL로 판명난 대출채권이 아직 많지는 않다"라는 말이 나왔지만 몇달새 상황이 달라진 모양새다. 

      증권사들은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PF 비중을 늘려왔던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NPL 관련 부서 신설을 준비 혹은 검토 중이다. 주로 국내외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NPL을 셀다운(매각)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증권사가 신탁사의 NPL을 염가에 인수, 해당 사업장에 다시 PF를 주선하는 안도 제기되고 있다. NPL 경매 과정을 관리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관련 NPL을 관리해야할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대형증권사들도 관리팀 별도 신설을 추후 검토할 것으로 보여진다"라며 "증권사가 NPL을 운용사가 조성한 펀드에 매각하고, 그 펀드를 증권사가 다시 매입하면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될 수 있어 고려할 만한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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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NPL 시장 확대' 여부가 관심이다. 통상 경기 침체 징후가 나타나면 부실화한 대출자산을 염가에 인수해 수익성을 확대하는 NPL 시장 확대 기대감이 커지는 편이다. 해당 시장에선 유암코, 대신에프앤아이가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데, 이들 또한 2019년부터 NPL 증가 기대감을 내비쳐 왔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곧 NPL 관련 매물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사그라들며 상황이 나아지나 했는데, 갑작스런 금리 상승이 이어져서다. 금리가 7~8% 수준까지 오른 선순위 부동산PF 대출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는 시행사가 늘어날 수록 NPL 부서 일감이 많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이 증권사 부동산PF NPL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는 모양새다. 이들이 그간 접근조차 해보지 않던 영역인 까닭에서다. 유암코와 대신에프앤아이는 주로 국내 은행이 진행하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담보부 NPL을 인수해왔다. 반면 부동산PF NPL은 물밑서 투자 제안이 들어오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데다 아직 시장이 형성조차 안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두 기관 모두 증권사의 부동산PF NPL 인수는 향후 검토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현재로선 주로 투자자문사들이 사모펀드를 통해 해당 NPL 자산을 인수하고 있다.

      NPL 시장이 커졌다고 판단하려면, 은행권 담보부 NPL 물량이 먼저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총여신 대비 NPL 규모의 비율은 지속 하락하는 추세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크게 줄어든 NPL 시장이 다시 커지고 있다기엔, 아직 은행권 NPL 물량이 늘어나진 않아 예단하기 어렵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부동산PF 관련 NPL이 낮은 가격에 나올 경우 상황이 다를 수도 있어서 관련 투자기업들의 신용등급 평가시 확인해볼 부분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