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적정 시가총액은 7000억? 상장 시점 두고 '한숨만'
입력 2022.09.23 07:00|수정 2022.09.23 11:15
    증시 일각서 "PBR 0.4배 이상 쳐주기 어렵다"
    PBR 2배 카뱅도 "아직 비싸다" 연일 신저가
    지난해 증자 주주들 달래려면 PBR 1.5배는 받아야
    투심회복ㆍ순마진율(NIM-CCR) 차별화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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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가 기업가치라는 암초에 걸렸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글로벌 금리 상승이라는 매크로 변수도 유리하게만은 작용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공모주 시장 투자자들은 벌써 "기존 은행주 대비 밸류에이션을 더 쳐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0.4배 이상 가격을 제시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PBR 0.4배 기준 케이뱅크의 예상 시가총액은 7000억원에 불과하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인터넷은행의 핵심 지표로 떠오른 순마진율(NIM-CCR) 면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며, 내년까지 투자 심리가 개선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증자 당시 가치 2.4兆...PBR 2배 적용은 어려워져

      케이뱅크는 지난 20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당장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가능성은 낮다. 케이뱅크는 내부적으로 일단 '2023년 연내 상장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받은 상장예심의 유효기한은 내년 3월까지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 1조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전체 주식수를 고려하면 당시 기업가치를 2조4500억원 안팎으로 판단한 셈이다. 

      이때만 해도 인터넷은행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굳건했다. 당시 케이뱅크 가치는 적게는 7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까지 언급되고 있었다. 증자 과정에서 신규 주주들에게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을 부여하고, 최대주주 BC카드가 2026년까지 상장에 실패할 시 매도청구권(콜옵션)을 기꺼이 부담하기로 한 건 이런 배경으로 해석된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 케이뱅크의 자기자본은 1조7500억여원이다. 카카오뱅크의 PBR 2배를 반영해도 시가총액은 3조5000억원에 머문다. 신주 발행 및 이에 따른 자본 증가를 감안하면 4조원까지도 노릴 수는 있다. 

      그러나 PBR 2배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뒤틀리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아직도 다른 은행보다 현저히 비싸며, 따라서 다른 인터넷은행 가치를 추정할 때에도 카카오뱅크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여신 성장이 특별히 높지도 않은 가운데 비이자이익은 여전히 감소 중이고, 자본도 정체 중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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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이라기엔 기업대출이 빠진 반 쪽짜리고, 플랫폼이라기엔 이자이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은 증시에 크게 확산하고 있다. "비이자이익 비중을 보면 차라리 기존 시중은행이 더 플랫폼에 가깝다"는 평가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시중은행 평균 PBR인 0.4배 이상 가치를 쳐줄 순 없다는 목소리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다.

      지난해 6월 증자 당시 단가는 주당 6500원이었다. 주요 경영진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가격도 모두 6500원선에 형성돼있다. 현재 케이뱅크의 주당 순자산은 4700원선으로, PBR 0.4배 적용시 예상 주당 가치는 1900원에 머문다.

      이는 증자 주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이다. 증자 과정에 참여한 신규 주주들은 BC카드로부터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받았다. 주주간 계약이라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연 4~5% 수준의 수익 조건이 시장에 회자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케이뱅크가 내년 상장시 최소한 맞춰야 하는 공모가는 주당 7200원선이다. PBR 기준 1.5배다.

      지난해만 해도 이는 절대 무리한 수치가 아니었다. 상장 공모를 앞두고 있던 카카오뱅크의 장외가는 PBR 14배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상장 후 PBR 10배 수준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거품이 완전히 빠졌다. 현재 PBR 2배 수준인 카카오뱅크 주가를 두고서도 '여전히 비싸다'는 의견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8월 중순 이후 거의 연일 상장 후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믿을 건 성장 뿐이지만...예대율 낮고 태생적 한계 명확

      케이뱅크가 믿을 구석은 그나마 성장 뿐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 이후 비교적 고성장을 기록 중이다. 50% 언저리에 머물던 예대율(총수신 대비 여신 비율)이 올 2분기 말 기준 70%를 돌파했다. 덕분에 반기 총 이자수익도 2000억원을 넘어서며 45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만 이는 자본 확충에 따라 영업이 정상화된 덕분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성장률이 은행 중엔 눈에 띄긴 하나, 이는 이전 취급 규모가 너무 작았던 것에 따른 기조효과라는 분석이 더 많다. 게다가 이미 시중은행들의 평균 예대율은 98%에 이른다. 저축은행 평균 예대율도 96%수준이다. 돈을 돌리는 효율성면에서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세 발 자전거를 지난주보다 잘 타게 됐다고 경륜장에 나갈 수는 없다"며 "인터넷은행은 리테일(소매) 전문 은행이라는 태생적 한계에, 중금리 비중이라는 추가 규제까지 더해지며 기대만큼 성장을 뽑아낼 수 없는 구조가 고착됐다"고 평가했다.

      당장 카카오뱅크만 봐도 성장 정체가 드러난다. 카카오뱅크의 총여신은 25조원선에, 예대율은 80%선에서 멈춰서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총수신이 12조원선에서 정체돼있어, 성장판이 더 빨리 닫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여신이 현재 수준에 정체될경우, 예대율 80%를 달성한다 해도 이자이익은 지금보다 10%가량 더 늘어나는 데 그친다.

      부실 이슈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인터넷은행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떠오른 것은 순마진율이다. 순이자마진(NIM)에서 대손충당금 환입액(CCR)을 뺀 값으로,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빠르게 중금리대출을 늘리고 있어, 건전성 관리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순마진율이 지난 2분기 꺾이는 모습이 보이며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케이뱅크의 경우 올 1분기 1.09%에서 2분기 1.08%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일단 절대치 자체가 카카오뱅크에 비해 열세인 상황이다.

      정리하자면, 카카오뱅크조차 시중은행보다 크게 수익성이 취약한데, 케이뱅크는 그런 카카오뱅크보다도 더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라 높은 가치를 쳐줄 순 없다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인 셈이다.

      카뱅의 성장 한계, 케이뱅크는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

      이는 현재 매크로 및 증시 환경의 어려움과도 맥이 닿아있다. 투자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잠재 투자자들의 시각 역시 부정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남은 이슈는 두 가지다. 케이뱅크가 내년 공모에 나섰을 때 증시의 투자심리가 호전이 되어있는가, 그리고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 차별화된 강점을 만들어 냈는지가 변수다. 

      투자 심리는 현 단계에서 예측이 어렵다. 현지시간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사회를 열고 3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확정했다. 한국은행 역시 2연속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시사하고 나섰다. 쏘카부터 더블류씨피까지 발행사가 아무리 눈높이는 낮춰도 공모 흥행과 주가 부양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차별화는 케이뱅크가 안은 과제다. 카카오뱅크가 맞딱뜨린 여신ㆍ수신ㆍ예대율ㆍ순마진율의 벽을 케이뱅크가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지가 관건이다. 물론 쉽지 않을 거란 평가가 많다. 후발주자인 토스뱅크의 총수신 규모는 지난 6월말 기준 28조원으로 케이뱅크를 까마득하게 뛰어넘었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며 명목 순이자마진(NIM)은 오르고 있는만큼 부실만 잘 관리하면 카카오뱅크와 건전성면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은 열리는 셈"이라며 "물론 부실은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여신이 이제 막 늘어나기 시작한 케이뱅크의 경우 변동성이 더 크다고 볼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