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청구가격 구체화 법안 추진…지배구조개편 기업 부담 가중할 듯
입력 2022.09.23 07:00
    금융위 물적분할 주식매수청구 의무화 이어
    자산가치 고려한 주식매수청구가 산정 법안 발의
    물적분할 통한 지배구조개편 주주반발 거셀 듯
    풍산, DB하이텍 등 소액주주 연대 움직임
    SK·카카오·한국조선해양 등 대기업도 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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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의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보다 더 나아가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구체화하는 법안이 발의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주주권 보호 움직임이 거세지는 가운데 지배구조개편을 앞둔 기업들의 부담은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의원은 20일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주식 매수가격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가중산술평균한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자본시장법 제165조의5 제3항)에 따르면 주식매수가격은 주주와 법인의 협의로 정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매수가격은 증권시장에 거래된 주식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번 개정안은 주식시장에서의 거래가격이 주식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와 법인이 주식매수청구가격을 낮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억누르는 사례가 발생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주주권익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추후 자회사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경우 더욱 강화한 상장심사 요건을 부합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정부와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두 법안이 모두 통과할 경우 기업의 물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개편은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의 경우 각각 이달 입법예고 한 상태이기 때문에 완벽한 제도 개선까진 최소 3개월 이상 소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물적분할 규제에 앞서 일부 기업들은 발 빠르게 지배구조개편에 나섰지만 이미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방위산업과 구리 등의 소재사업을 하는 풍산은 주력인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소액주주 연대는 이달 중순 내달 말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할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풍산은 자회사의 상장은 하지 않겠다고 공시한 바 있지만 기존 주주들은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년도 지주회사 전환을 통보받은 DB그룹은 지난 7월 주력 자회사 DB하이텍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부문 분사를 검토한다고 공시했다. 공시 직후 DB하이텍의 주가는 급락했고 공교롭게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해야하는 DB그룹(㈜DB Inc.)의 부담은 다소 경감했으나, 주가하락의 여파는 고스란히 주주들의 몫이 됐다. 이에 DB하이텍 주주들은 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구조개편을 진행한 기업들의 경우 법 개정에 앞서 서둘러 진행했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주주들의 반대운동이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진 지켜봐야하겠지만 추후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기업들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물적분할 및 재상장에 대한 부담은 대기업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의 경우 SK이노베이션으로 물적분할한 SK온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SK온은 현재 IPO를 전제로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당초 계획된 IPO 기한은 2027년까지였으나 2026년까지로 다소 앞당긴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현재 5년이내 물적분할을 추진한 기업들까지 재상장할 경우 면밀히 검토하겠단 입장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강화한 주주환원책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로선 쪼개기 상장으로 기업가치를 키워왔던 카카오, 자회사 상장을 계획중인 한국조선해양, 최근 지배구조개편을 추진중인 한화그룹 또한 주주권 강화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