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헤리티지 DLS 피해보상 두고 고민 길어지는 금융당국…신한證 '촉각'
입력 2022.09.23 07:00
    금융당국, '독일 헤리티지 DLS 펀드' 투자자 보상비율 두고 고심
    펀드 부실 이후에도 판매 지속 여부·불법행위 가담 가능성 판단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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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5대 사모펀드 사태 중 마지막으로 남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펀드의 분쟁조정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상 지급 비율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헤리티지 펀드 판매에 나섰던 증권사들은 결과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펀드의 분쟁조정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내달 5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내부사정으로 연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자 보상 지급 비율을 두고 내부에서 거듭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동안 분조위는 라임·옵티머스 펀드는 전액 반환, 디스커버리와 헬스케어 펀드는 최대 80% 배상 비율을 결정했다.

      앞서 라임 펀드 사태에선 펀드 판매 시기와 손실 시기가 겹치는지, 불법 행위 가담성이 있다고 판단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금감원은 펀드 판매 시기에 손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판매사가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것처럼 판매한 경우 등에는 100% 배상을 결정했다. 투자자들에게 착오를 일으켰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관건은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법리를 헤리티지 펀드에도 적용할지다. 금감원이 판매사에 불완전판매에 따른 책임만 요구할 경우 배상 비율은 최대 80%로 예상되지만,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전액 배상해야 한다.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는 애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정도의 중요한 사항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아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한 건물을 현지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GPG, 옛 돌핀트러스트)이 개발해 분양 수익과 매각 차익을 내는 구조다. 싱가포르의 반자란자산운용이 대출펀드를 조성했고 국내 증권사가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를 판매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로부터 재개발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2019년 7월부터 만기 상환이 중단됐다. 총판매액 5278억원 중 5209억원(2020년말 기준)이 환매 중단됐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현지 시행사는 파산을 신청했고 사기 및 횡령 혐의로 독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금융당국의 장고를 두고 계약 취소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 권한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서 발생한 일임에도 독일 현지 시행사의 위법 사실에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총판매액의 거의 100%가 환매 중단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금감원이 라임·옵티머스 펀드에 이어 헤리티지 펀드도 전액 배상 결정한다면, 자기책임이 중시되는 고위험상품에 대한 금융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정당국이 사모펀드 부실 사태를 명분으로 금융사들을 흔들 수도 있다.

      금융권에선 분쟁조정 결과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총 판매액(5278억원) 중 신한금융투자가 39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앞서 원금의 50%를 가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상했고, 추후 배상을 위해 충당금도 쌓아놨다지만 투자금 전액 배상 결정이 달가울 리 없다.

      하나은행은 559억원, NH투자증권 243억원, 우리은행이 223억원어치를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