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IFC 매각, 계약해지 트리거 발동…막판 조건 힘겨루기 한 브룩필드-미래에셋
입력 2022.09.26 07:00
    "트리거 발동으로 이행보증금 반환 가능한 상황"
    거시경제 변수 등 부정적 변경 사유 영향 있을 듯
    '상습범' 오명 부담스런 미래, 대안 없는 브룩필드
    막판 가격 조건 두고 힘싸움…조만간 진행 여부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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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4조원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거래를 해지할 수 있는 트리거가 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한 부정적 변경 사유'에 해당하거나 기타 계약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은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고 거래에서 발을 뺄 수 있게 됐는데 일단 가격 조정을 요구했다. 매각자 입장에선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지만, 가격 인하를 수용하기도 미래에셋의 자금 조달 가능성을 확신하기도 어려워 미온적이다. 조만간 거래 진행 여부가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지난 5월 IFC 인수자로 선정돼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이하 브룩필드)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빅딜'을 거머쥐었지만 이후 거래 무산 가능성이 조금씩 부상했다. 자금조달 경로로 계획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인가를 얻지 못한 데 이어, 급격한 시장금리 인상 및 금융시장 경색으로 자금 모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수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실익이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미래에셋은 양해각서 체결 후 거래가의 5% 수준인 약 2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냈다. 이 보증금은 강한 몰취 조항이 포함된 하드 디파짓(Hard deposit) 개념이다. 매도인이 경쟁입찰 거래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유도하기도 한다. 브룩필드 역시 경쟁입찰 과정에서 원매자들에 이행보증금 규모와 지급 시기를 수차례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이 이행보증금을 후하게 써내 이지스자산운용을 제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IFC 거래 합의를 해지할 수 있는 조건이 발동했다. 미래에셋 입장에선 이행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고 거래에서 발을 뺄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거래 관계자는 "최근 거래 해지 트리거가 발동해 미래에셋이 매각자로부터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트리거 요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대한 부정적 변경(MAC·Material Adverse Change)에 해당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MAC은 아주 예외적이고 특수한 사항에 처할 경우 거래 당사자에 책임을 묻지 않고 거래를 무산시킬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된다.

      리츠 인가 무산과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조달이 어려워진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에서도 거래에 필요한 금융 조달의 실현이 어려워질 경우를 중대한 부정적 변동 사항으로 보고 계약에 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대상 회사 사업, 금융시장 또는 일반적인 경제 여건 등이 투자 대상의 가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식이다. 최근 미국 2년 만기 국채금리는 금융위기(2008년) 직전인 2007년 이후 15년 만에 4%를 넘어섰다.

      미래에셋은 매각자 측에 거래 중단 및 보증금 반환 의사를 전달하기보다 이를 협상 도구로 활용했다. 거래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브룩필드 측에 가격을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

      미래에셋그룹 입장에선 어렵게 따낸 '랜드마크' 거래를 놓기 아쉽다. 앞서 중국 안방보험과 미국 호텔 인수 관련 소송을 벌여 계약금을 돌려받기도 했는데, 또 다시 발을 빼면 '상습적으로' 거래를 포기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인수가를 낮추면 기대수익률을 끌어올리고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에 막판까지 거래를 끌고 가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매각자도 당장 미래에셋 이상의 대안을 찾기 어렵다. 금융 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는 상황이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매각을 추진할 수 있을지 점치기 어렵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현재 인수 의지를 완전히 접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브룩필드는 가격 하향 조정에는 미온적인 분위기로 알려졌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각 가격까지 낮추긴 부담스럽다. 자금 시장 경색이 심화하고 있어 가격을 몇 천억원 낮춰주더라도 인수자가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 자신할 수도 없다. 미래에셋그룹은 IFC 인수를 위해 미래에셋증권 등으로부터 자본출자금(Equity)을 모으고, 나머지는 담보 대출을 일으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룩필드와 미래에셋은 이르면 이번 주 중 협상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브룩필드 측에 인수 대금 인하를 제안한 뒤 막바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