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달러'에 무너진 증시...코스피 3% 급락ㆍ코스닥 700선 붕괴
입력 2022.09.26 16:15
    강달러 기조 지속되고 기업이익 하향 조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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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증시가 26일 폭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지난 주말 영국 정부의 새 정책으로 파운드화가 크게 약세를 보이며 강(强)달러 현상이 '슈퍼 달러' 수준까지 번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까지 전 세계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증시 상장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도 추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코스피의 경우 120개월 이동평균선조차 무너지며 조심스레 추가 하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9.06포인트(3.02%) 하락한 2220.94로 장을 마감했다. 2년2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장중엔 2210대까지 추락했다. 코스닥은 장중 700선이 붕괴한 뒤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692.37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이 700선을 하회한 건 2020년 6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내다 팔며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2446억원을, 코스닥에서 1907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다만 오전 내내 매도 우위를 유지하던 외국인투자자는 오후 들어 한때 순매수세로 전환하기도 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투자자는 58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에선 1238억원 순매수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원·달러 환율 급등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 경기침체 전망 등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가 약세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첫 거래일에 1191.8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월 1200원대에 진입한 후 9월에는 1400원을 돌파했다.

      금일 장 초반에도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로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점쳐졌다. 영국중앙은행(BOE)이 최근 50bp(0.5%포인트)밖에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은데다, 새 내각이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펼칠 것을 예고하면서 간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파운드화가 급락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상대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달러인덱스(DXY) 역시 20년만에 113선을 상향 돌파했다. 강달러를 견제할만한 다른 주체가 보이지 않자,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1500원선까지 열어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적도 증시 편이 아니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악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IT산업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판매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대거 주식을 팔아치우는 분위기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드는 최근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현저히 감소되고 있다며 4분기 디램(D-RAM) 가격이 13~18%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3분기 10~15%하락에 이어 4분기에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 상장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역시 본격적인 하향 조정을 앞두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코스피ㆍ코스닥 상장기업 순이익 전망치는 최근 3개월간 13%, 최근 1개월간 3% 하향 조정됐는데, 여기서 더 하향 조정될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최악의 경우 2000선 안팎까지 밀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경착륙, 침체 가시화에 따른 이익 하향 조정을 반영해 코스피 바닥을 2050선으로 추정한다"라며 "지난 7월 초 지지력을 보여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3년 평균은 2320선에서 2130선대로 낮아졌다. 주당순이익(EPS) 264.7원에서 250원으로 낮아진 결과다"라고 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기업실적이 올해 대비 보합이라는 가정이 유지된다면 코스피 바닥은 2130선으로 추정되지만, 기업이익이 5~10% 감소한다면 코스피는 1920~2020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