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감사 분리에 EY한영 파트너들 '이해득실' 셈법 복잡
입력 2022.09.27 07:00
    EY 본사 비감사 부문 분리 결정
    각 국가에서 파트너들 의견 물을 듯
    국내 EY한영도 영향 불가피
    업무 영속성 관련해서 법률검토 필요
    파트너 및 회계사 이탈 등 변화 가능성 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회계 및 컨설팅 회사인 EY가 비감사 부문을 분리하기로 하면서 그 여파가 국내에도 미치고 있다. EY의 멤버십 회사인 EY한영도 이에 따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인력이동 등 회계 및 컨설팅 업계의 큰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EY본사는 회계감사와 비감사 부문을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까지 파트너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배경으로는 영국을 중심으로 빅4 회계법인이 컨설팅 및 자문 영역의 비지니스를 키우면서 감사 업무와 비감사 업무간의 이해상충 문제가 커지는 점이 거론된다. 즉 기업의 회계 부정 등을 감사해야 할 회계법인이 반대편에서는 이들의 세무 및 재무전략에 대한 컨설팅 작업을 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감사를 통해서 확보한 회사의 정보가 다른 한편으로는 자문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다는 여지도 있다.

      EY본사의 의사 결정은 유럽을 중심으로 이런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됨에 따라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EY본사의 멤버쉽을 유지하는 국내 EY한영도 해당 의사 결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글로벌 기조에 따른 변화가 불가피 하다. 

      EY한영은 전체 매출의 대략 60% 정도가 비감사 부문에서 발생한다. 전체 2000명의 인원 중 약 800명 정도가 비감사 부문인 세무 및 경영자문 부문에서 근무하고 있다. 컨설팅쪽 인원은 대략 1000여명 정도다. 최근에는 전략컨설팅 회사인 T-플러스를 인수하는 등 사세를 확장 중이다.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글로벌 차원의 의사 결정인지라 아직까지 국내에선 사태 파악정도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터라 현재 상황에서 어떠한 결정도 쉽게 내리긴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년 1월에는 글로벌 차원의 파트너 투표가 있다는 점에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결정에는 미국 EY의 의사 결정 방향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내부적으로 파트너들 사이에선 입장차이가 감지된다.

      세무 및 재무자문 파트너 및 회계사들은 비감사 부문을 분할해 신설 회사를 만들 경우 이전의 해오던 업무를 지속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 국내는 공인회계사법을 통해서 공인회계사의 업무를 규율하는데 회계법인이 아닌 컨설팅 회사에서 세무 및 밸류에이션 업무 등을 지속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EY한영이 분리한다고 해서 이를 관할하는 금융당국에서 해당 법을 바꿀리도 없다. 다만 법률검토 등을 거쳐보면 예상보다는 분리하더라도 세무 및 재무자문 업무에 지장이 없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반면에 회계사 출신이 아닌 컨설팅 인력들은 비감사 부문 분리를 기회로 보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상장을 할 계획이 있기 때문에 컨설팅 업무를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는 전기로 보는 것이다. 어차피 이들이 해오던 업무는 공인회계사법이나 세무사법에 제한을 받지 않는 다는 점에서 분리에 따른 업무 축소 등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결국 이런 문제로 인해서 EY한영의 인력 유출입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분리가 기정사실화 할 경우 세무 및 재무자문 인력들의 대거 이탈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한국만 분리를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도 문제의 소지는 있다. 글로벌 EY가 분리한 상황에서 국내만 분리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차원의 협업 등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일례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해외기업의 국내진출 업무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컨설팅 사업도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관건은 분할한 브랜드에 대해 시장의 인지도를 어떻게 높일지가 관건이다. 또한 회계법인과 함께 성장해온 기존의 모델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컨설팅 사업이 크게 확장한 배경에는 회계법인이란 강력한 비지니스 모델이 뒷받침 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큰 변화이기 때문에 빅4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다"라며 "결국 인력 유출입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수천명의 회계사 및 컨설팅 인력의 이동이 발생할 만한 이슈다"라고 말했다.

      EY의 이런 변화를 다른 빅4 회계법인도 예의 주시한다. 감사 독립성이란 글로벌 차원의 어젠다에 따라 진행되는 사항이다 보니 다른 회계법인들도 이 주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EY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상황들을 살펴보면서 글로벌 회계법인뿐 아니라 국내 회계법인도 '감사 독립성'이란 문제에 해결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회계법인 파트너는 "감사독립성이란 점이 비단 EY의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회계법인 전체적으로 해당 변화를 살펴볼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