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나오던 은행 대출도 중단…'진짜' 부동산PF 혹한기 시작
입력 2022.09.29 06:58
    Weekly Invest
    하반기들어 은행권 PF 대출 사실상 '올스톱'
    2금융권 대출 금리 연초 대비 2배 이상 올라
    빨라진 부동산 경기 악화 속도에 '폭풍전야'
    "위기 속 기회 찾자"…현금 쌓는 투자자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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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시장 침체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PF 투자를 망설이고 있고, 증권사 등 제2금융권 자금은 금리가 급등해 수요자들이 손대기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상반기부터 조짐을 보인 PF 시장 냉각이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2금융권의 PF 자금줄은 일찌감치 막히기 시작했다. 신규 대출은 꺼리고, 대출을 연장할 때는 빡빡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 올초만 해도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금리는 연 5%대였지만 6월 이후 가파르게 뛰어 올랐다. 대출 조건으로 법정 한도(20%)에 가까운 고금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토지 매입 가격이 높아 저 정도 금리를 주고는 사업 자체를 진행하기 어렵다.

      증권사들은 당장 올해 실적부터 고민이다.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금융에서 현실화한 부실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신규 사업이 없고, 이미 투자한 사업들의 수익성도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 금융으로 호실적을 내던 증권사들은 연이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있다.

    • 그나마 이런 PF 시장의 자금 명맥을 이어준 곳이 시중은행들이다. 증권사보다 보수적으로 대출을 심사하니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고, 자산 규모가 크기 때문에 웬만한 부실은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은행들의 PF 자금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PF 대출 심사를 사실상 중단한 분위기로 전해진다. 자연히 은행 대출에 앞서 PF의 사업성을 심사하는 신용평가사 평가부서의 PF 심사 건수도 급락했다. 신규 PF보다 PF 부실 위험 평가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PF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금융감독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7월 금감원이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점검을 예고했고,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는 정치권의 관심도 높다. 새정부 첫해부터 문제점이 부각돼서 좋을 게 없다 보니 몸사리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최근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작년말을 기점으로 주택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미분양 물량이 많은데, 최근엔 수도권도 증가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1284가구다. 전월보다 3374가구(12.1%) 늘었다. 2020년 5월(3만3894가구) 이후 26개월 만에 다시 3만 가구를 넘어섰다.

      PF 업계에선 어떻게 ‘혹한기’를 넘기느냐가 과제로 떠올랐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방 부동산 침체는 순환하는 경항이 있고, 수도권은 공급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결국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마저 떠난 시장에서 새로운 자금줄을 찾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블라인드펀드 자금을 가진 운용사에 '보릿고개'를 넘길 브릿지론 투자를 제안하는 시행사들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을 낼 가능성을 저버릴 수 없어 제2 금융권 이상의 금리를 감수하겠다는 곳들도 있다.

      시장 침체를 틈타 새로운 투자 기회를 노리는 곳들도 있다. 당장 부동산 투자를 집행하기엔 부담이 되지만 앞으로 헐값에 나오는 자산들을 인수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PF 규제에 불을 키고 있다보니 금융사가 쉽게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개발 PF 시장 분위기는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 침체를 틈타 다른 기회를 찾으려는 투자자들은 현금을 쌓아놓고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