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리에 일찍 문 닫는 DCM…"내년이 더 걱정"
입력 2022.09.30 07:00|수정 2022.09.30 11:19
    [2022년 3분기 집계][전체 주관·인수 순위]
    고금리에 기업 회사채 자금 조달 부담 크게 올라
    KB·NH證 주요 주관사 DCM 주관 건수도 급감
    지갑 닫은 기관들…'AA급'도 리테일 수요가 앞서
    차라리 은행 대출 찾는 기업들…조달 전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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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3분기에도 회사채 발행시장은 냉각기가 이어졌다. 가파르게 오른 금리에 기업들은 선뜻 공모채 조달에 나서지 못했고 기관투자자들의 투심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 회사채 발행이 마무리되면서 비교적 일찍 문을 닫았다는 평이 나왔지만, 올해는 그보다 더 빨리 문이 닫히는 분위기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채권자본시장(DCM) 전체 주관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인베스트조선의 DCM 전체 주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1위인 KB증권이 273건, 2위인 NH투자증권이 210건을 주관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 각각 185, 137건으로 줄었다. 10위권 내의 다른 주관사들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주관 건수가 크게 줄었다.

      시장 침체에 올해는 ‘조달 막차’ 타이밍도 대폭 앞당겨진 분위기다. 추석 연휴 이후부터 3분기 분기 보고서 제출 전인 9월 말 현재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은 두산에너빌리티, CJ제일제당, GS에너지 등 정도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지금 공모 회사채 발행은 AA급 이상 대기업 계열사 정도만 가능하고, 나오는 곳들도 시장 안정을 기다리다가 금리가 더 오를 것 같으니 올해 마지막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며 “운용사나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도 올해 채권 손실이 많아서 추가로 회사채를 투자할 여유가 없어 올해는 사실상 벌써 북(book)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무보증 3년물(AA-) 금리는 올해 초만 해도 2% 초중반대였으나 현재 4% 후반까지 뛰었다. 9월 22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하며 3회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기준금리 전망치가 대폭 상향 조정되고 한국은행의 빅스텝도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 냉각기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리 인상과 함께 조달 금리 부담은 단기간에 급등했다. 신용등급 AA+의 SK㈜가 9월 16일 발행한 공모 회사채 3년물 금리가 연 4.713%으로 결졍됐다. 앞서 7일 AA-의 롯데쇼핑은 3년물 회사채를 연 4.857% 금리로 발행했다. 지난해 11월 SK㈜가 발행한 3년물 회사채 금리는 2.5%, 지난해 4월 롯데쇼핑이 발행한 3년물 회사채 금리는 1.631%대였다. BBB-급의 금리는 연 10%대까지 뛰었다. 2011년 연 10%대 이후 최고점이다.

      투자자들 사정도 여의치 않다. 급리 급등으로 채권 평가손실이 누적되면서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은 채권을 추가적으로 매수할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기관투자자의 투심이 저조한 가운데 올해 리테일의 채권 수요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8월 기준 올해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으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개인 수요 흐름이 오히려 기관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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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급의 우량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서 애초에 리테일 수요를 염두에 두고 조달에 나서는 분위기다. 9월26일 CJ제일제당(AA)의 1000억원 규모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3배 이상인 3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자산운용사의 주문보다 리테일 자금이 더 많았다고 전해지는데, AA급에선 매우 이례적이다. 

      BBB급의 저신용 회사채도 고금리를 추종하는 리테일 자금이 몰리면서 흥행하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BBB)는 9월 22일 500억원의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총 7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부정적인 시장 상황에서도 목표치를 넘는 수요가 확보된 것은 고금리 채권을 찾는 리테일 수요 영향이 컸다. 

      리테일 투자자 규모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관투자자에 비해 자금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시장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기는 어렵다. 리테일 투자자들은 보통 단기물에 투자하는 경향도 고려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새 회사채 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은 지갑을 닫고, 리테일에선 돈을 싸들고 와 더 좋은 상품을 달라고 하는 형국“이라며 “보험사 등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수요예측에 나서는 곳들은 퇴직연금이나 각 그룹과의 관계 등에 기인한 ‘특수 수요’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향후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의 시름은 더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서 기업들의 조달 계획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차라리 회사채보다 이자가 더 저렴한 은행 대출을 찾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지금보다 6~12개월 후 금리가 추가로 인상된 상황에서, 만약 실적이 하락하고 신용 위험도 높아지면 발행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만기채들의 차환 계획을 짜는 기업들도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3년물 기준 지금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들은 대체로 2019년 하반기 발행물들인데, 당시엔 저금리로 발행 조건이 좋았지만 지금은 조건이 크게 다르다. CJ ENM은 2017년 9월 발행한 19회차 5년물 회사채 700억원의 9월말 만기 도래에 앞서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검토했으나,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서 사모채로 전략을 선회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발행 시장 분위기 속에서 DCM 주관 순위도 큰 변동이 없었다. DCM 전체 주관 기준 KB증권이 주관 금액 8조1384억원으로 1위를 지켰고, 그 뒤를 NH투자증권(7조1177억원), 한국투자증권(6조2746억원)이 뒤따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KB증권이 주관한 DCM 전체 주관 금액이 14조2521억원,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약 11조원, 7조원임을 고려하면 증권사들의 올해 DCM 주관 실적은 반토막난 셈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 업무가 줄면서 담당자들도 일단 쉬고 있고, 올해 하반기 및 내년 먹거리를 어떻게 찾을 지를 걱정 중”이라며 “최근 주식시장도 급락하면서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채권 발행도 없는데, 증권사나 운용사 등 투자자들이 이미 기존 투자에서 손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정말 괜찮은 것들 아니고서야 북에 담지 않으려 해서 사실상 올해 이미 문을 닫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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