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브릿지론의 역습...한국證 3분기 실적 급감 전망
입력 2022.09.30 07:00
    한국투자증권, 공격적인 ‘브릿지론’ 투자 많아 영향
    부동산PF 시장 꺾이며 연장 기한 놓친 대출들 상당
    3분기 대손충당금 인식으로 실적 감소 가능성 커져
    장 좋을 때 ‘효자 투자’였는데…부실 위험성에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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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한 때 공격적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쏠쏠한 수익을 올렸던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상승에 부동산 분양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자칫 손실을 떠안을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영향으로 3분기 실적 역시 큰 폭의 감소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273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4.5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기순이익은 22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식시장 악화 및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증권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타 증권사 대비 감소폭이 다소 높은 편이다. 순이익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44.1%, 삼성증권은 38.61%, 키움증권은 26.21%, NH투자증권은 3.3% 순으로 줄어들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3분기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감소가 부동산PF 부문에 대한 대손충당금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간 초기 단계의 투자 방식인 브릿지론 규모를 늘려왔는데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연장이 어려운 건들이 많아지자 일부를 손실로 잡고 재무제표에 반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브릿지론 등 다소 공격적인 부동산PF 딜을 많이 취급해오던 회사”라며 “3분기 실적 역시 이 부분에서 다소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브릿지론이란 개발사업 초기 시행사가 토지비용이나 기타 인허가 관련 자금을 단기로 융통하는 대출이다. 통상 본PF 대출을 통해 브릿지론 자금을 갚는 사례가 일반적인데, 최근 은행권 등 제1금융권의 PF 대출이 막히면서 브릿지론 연장이 불가피한 상태다. 다만 더 이상 연장이 안될 경우 증권사로서는 이를 손실로 인식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최근 부동산PF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자 이처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증권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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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대형 증권사 중 우발채무 비중 및 브릿지론 비중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브릿지론과 본PF 합산 금액 중 브릿지론 비중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대형사 중에서 가장 높다. 또한 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 역시 18%로 삼성증권과 함께 1위에 올랐다. 메리츠(16%), KB(5%), NH(3%) 등 부동산PF를 많이 취급하는 대형사 중에서도 브릿지론 비중이 압도적이다. 

      부동산PF 규모와 연결성이 큰 우발채무 역시 높은 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상반기 우발채무 규모가 약 5조84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7.8% 증가했다. 자기자본 대비 약 94.2% 수준으로 대형 증권사 평균인 82.4%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유독 브릿지론 및 우발부채가 큰 까닭은 수년 전부터 브릿지론 중에서도 계약금 대출 투자를 장려해왔기 때문이다. 계약금대출은 사업시행 극 초기 단계에 속하며 에쿼티(지분투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면 높은 수익률을 얻지만 자칫 부실사태가 발생하면 자금회수가 어려워진다. 한국투자증권의 현재 계약금 대출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얼마 전까지 부동산 시장을 맞아 다소 위험성이 높은 계약금 투자로 쏠쏠한 수익을 올려왔다”라며 “한 건당 계약금 대출 규모가 20억~30억 정도로 크지 않지만 여러 건에 투자하다보니 규모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시장이 안 좋아지다보니 부실 사태가 나 손실 인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계약금 대출은 소위 ‘시딩투자’라고 하여 건수는 많아도 자본 대비 규모가 크지는 않다”라며 “한국투자증권이 자본이 많다보니 이를 활용하기 위해 직접 지분투자하는 형태를 많이 취해왔다. 아무래도 부실 난 사업장들이 많아지고 있다보니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