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무산 대신리츠 다음은?…얼어붙은 투심에도 금융사들 리츠 상장 혈안
입력 2022.10.05 07:00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 기울어…해외 자산 부실 가능성
    조달 비용 커지며 자산편입도 제동…리츠 성장전략 미지수
    반면 하나·한국·한화·삼성 앞다퉈 상장 준비…"우량자산 담았다"
    국토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예비 상장 리츠 '촉각' 곤두세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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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사들이 너도나도 앞다퉈 리츠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리츠의 성공 이후 경쟁에 불이 붙은 분위기다. 내부적으로 성과에 대한 압박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관건은 투자자 보호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기울면서 해외부동산에선 이미 투자손실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다수의 예비 상장 리츠가 해외자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자산 불확실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리츠 입장에선 꾸준한 부동산 매입을 통한 배당수익의 증가를 꾀하기도 어렵다. 금리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커진 영향이다. 이에 리츠 주가도 급락하면서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이 야심 차게 준비했던 대신글로벌코어리츠가 상장을 내년으로 미룬다. 당초 조 단위 자산을 매입해 금융경쟁력을 선보일 기회로 삼으려고 했다는 후문이 있었던 만큼 내부적으로 아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리 상승이 지속되며 공모시장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몇 년간 초호황기였던 부동산 시장은 금리 상승으로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금융비용(이자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다. 유동성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운용사가 무리하게 사들인 해외부동산에서는 이미 투자손실이 늘어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워싱턴 DC 소재 1750K 스트리트빌딩은 사실상 손절매 수준의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외자산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물리적 거리의 한계로 국내 투자자가 자산의 실태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해당 자산의 관리를 맡은 현지 운용사에 정보를 의존할 수밖에 없고,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파악하긴 힘들다. 이에 일각에선 금융사가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은 자산을 공모 리츠를 통해 처분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대신글로벌코어리츠를 포함, 한국투자금융그룹 리츠, 하나금융그룹 리츠 등 다수의 예비상장 리츠에서 해외 자산을 담고 있다. 각 사는 우량자산을 편입했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시장의 업황이 악화하면서 우려 섞인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금융의 첫 공모리츠의 경우 현재 해외 자산 셀다운(재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하나증권이 참여하면서 자산에 대해 의구심도 새어 나오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리츠 투자 난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리츠 운용사는 우량한 자산을 확보하고 공모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우량자산과 아닌 자산을 가려내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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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리츠의 성장전략이 지속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이자 비용으로 수익률 5% 이상 되는 물건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관계자의 전언이다. 리츠가 자산 편입을 하지 못하면 배당수익률의 성장성을 담보하지 못해 투자 유인이 줄어든다.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지는 서울 상업용 오피스 부동산 투자마저 현재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매입 비용 대비 수익률을 나타내는 캡레이트(Cap rate)가 대출금리를 하회하면서 시세차익이 내년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리츠는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므로 대출금리의 영향이 커 '딜'을 해야 하는 리츠 운용역들은 고심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산편입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선택하기 어렵다. 주가 하락 국면에선 지분가치 희석이라는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4600억의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물류센터를 편입하려고 했지만, 주가가 급락하고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이를 철회했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은 각자 셈법에 의해 앞다퉈 리츠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상장 리츠 성공 이후 금융사 간 리츠 경쟁에 불이 붙은 양상이다. 신한금융그룹은 금융지주사 중 제일 먼저 리츠를 상장시켰는데 보유한 상업용 오피스 가격이 고공 행진하며 주가도 상장 리츠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KB금융그룹이나 하나금융그룹에서도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고 알려진다.

      이에 최근 KB금융그룹에서 선보인 KB스타리츠도 전사적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KB스타리츠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940만주(470억원)가 미달하자 상장 철회를 검토했으나 KB증권이 인수하기로 하면서 예정대로 상장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알려진다. KB금융지주 차원에서 일부 직원들에 청약을 강요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금융그룹에선 계열사들 사이에서 어느 곳이 상장 리츠를 전담할 지에 대한 경쟁도 있었던 만큼 연내 상장에 대한 압박감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과 한화자산운용간 어느 곳이 상장 리츠를 준비할 지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 결국 리츠AMC 인가를 먼저 받은 한화자산운용에서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나면서 연내 상장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고 알려진다. 

      금융사들이 상장 리츠 속도전에 나서면서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포착된다. 높아진 조달 비용과 해외 부동산 가치 하락 등의 부담을 일반 투자자가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리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역할이 주목된다. 원희룡 장관이 이끄는 국토교통부 역시 상업용 리츠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토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미 해외자산을 담은 리츠에 대해 더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