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 이어 동화·아이콘역삼도 불발 기류…자문사는 빅딜 따내고도 수수료 걱정
입력 2022.10.05 07:00
    주요 부동산 거래 잇단 무산…자문 수수료도 날릴 위기
    빅딜 진행한 이스트딜시큐어드·CBR·컬리어스 등 울상
    거래 무산 책임론까지…법정에서 책임 공방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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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 이어 동화빌딩, 아이콘 역삼 매각도 결렬 기류를 보이고 있다. 수많은 상업용 부동산 매물들이 쏟아졌지만 시장 침체로 완주까지 가지 쉽지 않은 분위기다. 거래 가뭄 속에 어렵게 '빅딜'을 따낸 부동산 자문사들은 수수료를 받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다. 거래를 제대로 이끌었느냐 하는 책임론도 부담스럽다.

      최근 대형 상업용 부동산 시장 거래가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여의도 IFC를 인수하기 위해 브룩필드자산운용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지만 본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한 2000억원을 반환받기 위해 싱가폴국제중재센터(SIAC)에 중재를 요청한 상태다. 

      서울 서소문동에 위치한 동화빌딩 매각도 불발했다. 매도자인 마스턴투자운용은 시티코어 컨소시엄(시티코어·NH투자증권·삼성SRA자산운용)과의 가격 협의에 난항을 겪었고 최근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했다. 

      현재 진행 중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아이콘 역삼 매각 기류도 심상치 않다. GBD(강남권역)에서 보기 드문 신축(2017년 준공) 건물로, 3.3㎡당 4000만원 이상에 거래될 것이란 기대를 모은 매물이다. M&G리얼이스테이트와 캐피탈랜드투자운용이 회수에 나섰는데, 유력 인수후보와의 가격 협상이 난항이다. 매도 측은 상반기 GBD 거래 가격 수준을 희망하지만 원매자들은 달라진 시장 상황이 반영돼야 한다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우량자산으로 평가받으며 인수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금리 상승, 자금조달 난항 등 악재가 이어지며 인수자가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자비용이 임대수익을 뛰어넘으면서 역마진이 발생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매각자는 출자자(LP)에 공언한 내부수익률(IRR)이 있으니 쉽사리 가격을 낮추줄 수도 없었다. 브룩필드의 경우 올해 말 IFC 투자 펀드에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 펀드의 목표 IRR은 20%로 전해진다. 만기 연장 시 인수 시점과 비교해 환율 급등에 따른 영향으로 회수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추후 재매각에 나서더라도 이전만큼의 협상 우위를 갖추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거래 불발에 매각을 맡은 자문사들도 노심초사다.

      최근 굵직한 부동산 거래는 통상 CBRE코리아·존스랑라살(JLL)·쿠시먼웨이크필드·에비슨영코리아 등 글로벌 부동산 자문사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공장이나 토지는 회계법인이 돕기도 한다. 이들은 착수금조로 소정의 리테이너 피(retainer fee)를 받지만 가장 큰 수익은 역시나 거래 완결 후 받는 성공보수다. 통상의 글로벌 IB와 비슷하다.

      부동산 자문사들은 작년과 올해 초까지는 수임 경쟁 속에서 어렵사리 대형 거래를 따냈다. 그러나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성공 보수 수수료를 챙길 수 없다. 이스트딜 시큐어드(IFC)와 CBRE코리아(동화), 컬리어스(동화·아이콘 역삼) 자문사들은 손에 쥐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거래 규모를 떠나 이런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외국계 부동산 자문사 관계자는 "요즘 자문사들은 손가락 빤다. 최근 주요 거래 불발로 부동산 자문사들이 착수금을 제외하곤 벌어들인 수익이 사실상 없다. 작년엔 브로커리지에서 수백억원의 수익이 났지만 내년까지는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거래 무산에 따른 책임론도 부담이다. 매각 측이 자문사에 거래를 종결시키지 못한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각 주관 지위를 유지한다 쳐도 이런 분위기에선 재매각 시도에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IFC 거래의 경우 자문사가 경매호가식 입찰을 3차까지 이어가면서 딜 성사 확률을 낮췄다는 시각도 있다. 결과론적이지만 입찰이 장기화하면서 금리 인상 등 악재에 노출된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3차에서 2차보다 매각가가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향후 중재 절차가 본격화되면 주관사의 절차 진행이 적절했었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IFC 등 주요 부동산 매물이 잇따라 체결이 불발되는데, 매각 측에서 자문사에 책임을 묻는 등 갈등 불씨가 튈 수 있어 특히 주시하는 이슈"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