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수준 금리 내건 ‘AA’ 메리츠지주…리테일 투심 잡기 총력
입력 2022.10.06 07:00
    공모채 미매각에 금리 올려 7일 추가 청약
    여전채 맞먹는 금리…부동산금융 우려 부각
    은행 예금 금리 5% 육박…리테일 화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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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난 메리츠금융지주가 6%대 금리로 추가 청약에 나선다. 가파른 금리 변동성과 더불어 그룹의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집중도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리테일 수요에 기대를 걸지만 최근 시중은행 예금 금리도 5%에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최대 4000억원 증액 발행도 고려했으나 수요가 목표의 절반정도에 그쳤다. 1년6개월물에 1500억원, 2년물에 1000억원, 3년물에 500억원을 배분했으나 각 540억원, 680억원, 340억원, 총 156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기관보다는 리테일 수요가 대부분이었다.

      메리츠금융 측은 3년물에서 채우지 못한 수요를 2년물로 증액해 오늘 7일 추가 청약에 나설 계획이다. 리테일에선 단기물 선호가 뚜렷하기 때문에 짧은 만기물로 발행량을 조절했다.

      추가청약에 나서는 메리츠금융지주의 발행 금리는 전 만기 구간 모두 6%를 넘어설 전망이다. 당초 수요예측 때 희망 금리밴드 최상단은 +50bp였으나 추가 청약에선 스프레드를 +60bp로 확정했다. 최근 신용도 A급 캐피탈사 채권 금리가 6% 초중반대다. 이달 5일 기준 애큐온캐피탈(A) 3년물이 6.525%, 9월 28일 엠캐피탈(A-)이 1년물 6.371% 수익률을 제시했다. 

      메리츠금융 입장에선 고금리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22일 미국 자이언트스텝 단행 이후 채권시장이 요동쳤고, 국내에선 국공채마저도 소화가 쉽지 않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일반 기업이라면 발행 시기를 미루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자금이 필요한 금융사들은 발행 일정을 바꾸기 쉽지 않다. 금리를 더 주더라도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산이 레버리지로 이뤄진 금융사들은 즉각적인 금리 변동 영향을 받아 공모채 금리도 같은 등급 대비 높은 편이기도 하다. 

      한 대형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이 좋아 공급이 많은 금융채가 부담없이 소화됐고 금리도 낮아졌던 것"이라며 "메리츠금융 아래 회사들이 보험·캐피탈·증권이니 사실상 여전사와 비슷하고, 금융채로서 투자자들에게 조금 더 보상을 하는 차원에서 가산금리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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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 금리를 높였지만 기관들의 투심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룹 전반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크다. 메리츠증권은 업계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PF 대출을 주선해왔고, 메리츠화재도 대출채권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PF 대출로 구성돼 있어 그룹 전반의 부동산 금융 집중도가 높다.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으면 회사가 우량하건 그렇지 않건 수요를 모으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금리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28일 첫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선 SK리츠(AA-)도 미매각을 기록했다. SK리츠는 SK서린빌딩을 비롯한 116곳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담은 리츠로, 1년 만기에 금리도 최대 연 5.1% 수준을 제시했지만 흥행하지 못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부동산 분위기가 좋지 않다보니 SK리츠처럼 부동산 회사나 메리츠금융처럼 부동산 PF 사업 비중이 큰 곳은 시장 투심이 좋지 않다”며 “메리츠금융 수요예측 때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현재 절대 금리 수준도 많이 올라와있어 우려를 불식할만한 압도적인 메리트가 있진 않다”고 말했다. 

      올해 메리츠금융의 공모채 미매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2500억원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미매각이 났다. 5년물에는 단 한건의 수요도 없었다. 당시 가산금리 밴드를 고려한 금리는 4% 중반 수준이었다.

      기관들의 투심이 위축돼 있다 보니 최근 발행 공모채들은 대부분 리테일 수요를 겨냥해 나오고 있다. 여전채 발행이 많고 금리도 일반 회사채보다 높으니 개인들의 투자 수요가 나쁘지는 않다. 다만 이제는 AAA급의 한전채도 금리가 5%대로 올라 왔고, 은행채들도 4%의 금리로 올라 ‘대체재’가 많다.

      개인들의 전례없는 채권 투자 열기가 언제까지 갈 지도 주목되고 있다. 5일 기준 시중 금리와 함께 오르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4.5%까지 올랐다. 대형 시중은행 금리가 연 4.5%를 기록한 것은 12년 만이다.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 6%대 메리츠금융 채권이 개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일지 의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절대 수익이 가장 중요한 개인들은 아직까진 회사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최근 예금 금리가 많이 올랐고 대체 상품도 많아 최근 1~2주 사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도 사그라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