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딘 '원 히트 원더' 라이온하트 IPO, '리즈 시절' 순익으로 공모가 부풀리기
입력 2022.10.11 07:00
    지난해 3분기~올해 2분기 순이익 2100억여원 반영
    '오딘'으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순익으로 공모가 산정
    매출 10배 차이나는 엔씨소프트보다 적용 PER 높아
    올 하반기 실적 저하는 불 보듯...신작은 일러야 1년 후
    •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MMORPG)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의 제작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벌써부터 기업공개(IPO)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매출이 발생하는 게임이 '오딘' 단 하나 뿐인 '원 히트 원더' 개발사가, 매출 하향 추세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사에 유리한 시기만 쏙 골라 공모가를 산정했다는 것이다.

      특정 게임에 실적을 의존하고, 해당 게임의 생애주기가 하향세에 접어든 시점에 공모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크래프톤과 여러모로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14개월차인 크래프톤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60% 낮은 상태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후 바로 다음날인 3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1140만주를 3만6000~5만3000원에 모집해 최대 6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희망가 밴드 최상단 기준 4조5000억원이다. 11월 7~8일 일반 공모 청약을 예정하고 있다.

      게임주 전반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가운데,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역시 예비 투자자들의 깐깐한 검증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증권신고서를 받아든 투자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최근 4개 분기 순이익 합계를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로,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2127억원이다.

      여기에 동종업계 경쟁사인 엔씨소프트ㆍ크래프톤ㆍ펄어비스ㆍ넥슨(일본)ㆍ넷이즈(중국)ㆍ액티비전블리자드(미국)의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 25배를 적용해 예상 시가총액을 5조3500억원으로, 주당 평가가액을 6만3000원으로 계산했다. 이 값에 16~43%의 할인율을 적용한 것이 공모희망가 밴드다.

      일단 비교기업 선정과 최대 43%에 달하는 할인율 적용 등에 대해서는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 공모희망가 밴드의 수준 자체가 시장 눈높이와 많이 어긋나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내 1위인 엔씨소프트나 크래프톤보다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척도)를 요구하면서, 이를 교묘하게 눈가림 했다는 비난까지 나올 정도다.

      일단 공모가에 반영한 순이익의 산정 기간부터가 이슈다. 

    •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지난해 6월말 오딘을 출시했다. 오딘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3분기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경쟁작 리니지W가 출시된 이후에는 매출이 크게 줄었고, 이후 다시는 매출 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반기 순이익은 1320억여원으로 계산된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800억원으로 40%나 줄었다. 이마저도 2분기 대만 출시를 통한 반짝 실적이 포함된 값이다. 올해 하반기는 게임 생애주기에 따라 매출과 순이익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대만의 3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최근 4분기 순이익'은 오딘이라는 게임으로 낼 수 있는 최대 실적만 반영한 기간인 셈이다. 이후 매출과 수익 동반 침체가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당 기간 실적으로만 공모가를 산정하는 건 부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용 PER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할인율을 감안한 공모희망가 밴드의 PER은 14~21배다. 최근 주가 기준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대형 경쟁사 PER은 15배 안팎인데, 이보다도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의 올해 연간 예상 매출액은 각각 2조5000억여원과 1조8000억여원으로,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10배에 가깝다. 

      매출 파이프라인의 격차 역시 상당하다. 지난해 3개의 신작을 공개한 엔씨소프트는 내년 7개의 신작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상장 3개월 후인 지난해 11월 '뉴스테이트'를 공개한 데 이어 오는 12월 콘솔 기종 AAA급 신작인 '칼리스토 프로토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반면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다음 신작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 공개 예정이다. 현 시점에서 알려진 건 장르 정도다. 내년 상반기 오딘의 일본 및 미국ㆍ유럽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해당 지역은 전통적으로 모바일 MMORPG의 불모지라는 점에서 큰 매출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일반적인 척도에 따라 올해 순이익을 연환산(1600억원)할 경우,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공모희망밴드 하단 기준 PER은 19배, 상단 기준 PER은 28배로 뛰어오른다"며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의 현 주가 기준 PER이 15배 수준인 상황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공모가 책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크래프톤의 공모주 잔혹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당 49만8000원에 상장한 크래프톤 주가는 한때 주당 58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급락을 거듭하며 최근 20만500원까지 밀린 상태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마이너스(-) 59.7%, 최고가 대비 수익률은 -65.4%에 이른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와 크래프톤은 ▲ 대규모 흥행에 성공했지만 상장 당시엔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었다는 점 ▲ 특정한 하나의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닮은 꼴이기도 하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엔 주당 1000원에서 4만4000원에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들의 인생역전 드라마라도 있었는데,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스톡옵션을 거의 나눠주지 않아 공모가로 주식을 받아야하는 우리사주조합의 부담이 훨씬 클 것"이라며 "이런 장 분위기에서 우리사주 청약 결과가 미진하다면 공모 흥행 역시 물 건너 간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