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고환율까지...금융사들 손실 방어 총력전
입력 2022.10.11 07:00
    금리 및 환율 이중고에 금융사들 시름
    가파른 금리 속도에 포지셔닝 변경 ‘다급’
    외화자산 익스포져도 뇌관…손실폭 어마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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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급격한 매크로 시장 환경 변화에 은행 및 증권사 트레이딩 부서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급격한 금리 상승에 고환율 시기까지 맞물리며 당장 손실 규모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초 각 회사마다 환율 및 채권 트레이딩 정책을 어떻게 세워뒀느냐에 따라 손실폭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3분기 실적 역시 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 KB,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유가증권 운용규모 총액은 약 294조원으로 지난 1분기와 비교해 약 3조원가량 감소했다.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채권 평가 및 주식운용 손실이 소폭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약 80조원, 신한은행은 82조원, 우리은행 66조원, 하나은행 67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금융권 채권 트레이딩 부서가 그야말로 비상 사태를 맞게 됐다. 지난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bp(bp=0.01%포인트) 오른 연 4.338%에 장을 마쳤다. 26일 한 때 4.5%를 웃돌았는데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금리 상승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이처럼 가파른 속도까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는 시각도 많다. 오히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최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상승 속도를 늦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전망에 포트폴리오 조정 시기를 다소 놓쳤던 금융사들은 앞으로 더 커질 트레이딩 손실폭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통상 증권사 등 금융사들은 연초뿐 아니라 금리 상승 등 대외변수 영향을 감안해 수시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한다. 다만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금리가 이렇게 급박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한 곳이 많았다”라며 “(결과적으로) 손실을 본 금융사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 내 주식 및 채권 투자하는 부서들도 현재 초비상 사태”라며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6%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식이나 채권 평가 손실 등에 따른 대응 전략 설립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리 상승과 어우러진 달러 환율 역시 은행들로서는 큰 고민거리다. 이에 3분기 실적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론상으로 환율이 약 10원 오를 경우 세전 기준 약 100억~12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외화자산 취급이 많은 하나은행은 3분기 외환 관련 손실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라 이익이나 손실을 반영하는 폭이 타 은행 대비 큰 편”이라며 “외화자산 익스포져 역시 규모가 꾸준히 늘어온 만큼 환율 급등으로 인한 영향에 취약한 은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운용 및 외화자산은 규모 자체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만큼 작은 폭의 움직임으로도 금융사 손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각 회사별로 향후 추가 금리 상승 및 환율 변동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세우며 대응전략 마련에 힘쓰고 있다. 

      금융업계 한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그간 증권사들은 채권 운용 부문이 수십조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를 키워왔다”라며 “특히나 채권 운용은 기업금융(IB) 등 타 부서에 비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막심한 만큼 앞으로 각별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