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업에 2조원을?…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 시장은 '악재'로 봤다
입력 2022.10.14 07:00
    국내 인터넷기업 사상 최대 M&A 상징성에도 시장은 "악재"
    활성 사용자수 비해 GMV 증가세 더뎌…마케팅비 집중 악순환
    현금·자사주 활용했던 왓패드, 이번엔 차입·자산매각 불가피
    유동성 모으기 집중인 기업들과 다른 행보…차입비율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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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네이버의 미국 온라인 중고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 인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인터넷기업 사상 최대 규모 M&A란 상징성이 있지만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디레버리징(Deleveraging)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적자 기업에 2조원 이상의 자금을 들이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포쉬마크 M&A는 작년 1월 미국 웹툰·웹소설 업체 왓패드(Wattpad) 인수 이후 네이버의 두 번째 대형 해외 아웃바운드이자 국내 인터넷기업 사상 최대 거래다. 글로벌 특히 북미 지역 내 C2C 커머스 사업 확장이란 네이버의 확장 전략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상징성이 있다.

      시장에선 포쉬마크 인수를 '악재'로 보고 있다. 네이버 주가는 4일 인수발표 직후 줄곧 하향세다. 12일 주가(16만2000원)는 소폭 반등했지만 1년 전 40만원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면이 서지 않는다. 상징적인 의미가 여럿 있는 딜이었음에도 시장은 왜 이에 화답하지 않았을까.

      김남선 네이버 CFO는 최근의 주가 하락에 대해 포쉬마크와 C2C 커머스 전략에 대한 시장의 이해가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포쉬마크는 기초체력이 튼튼한 기업이고, 언젠간 시장이 인수 효과를 알게될 것이란 자신감도 엿보였다.

      그러나 '왜 중고거래 플랫폼인지' '왜 지금이고, 왜 그 가격인지'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족했다.

      네이버는 1년을 기다려 저점에 매수했다고 말한다. 포쉬마크 주가는 거래 발표 직전까지 급격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1년 전 28달러에 근접했던 주식을 18달러에 샀으니 '싸게 샀다'는 말도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침체기엔 '싸게 샀다'는 언급은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많다.

      포쉬마크의 1인당 평균 구매액은 하향세다. 회사의 상반기 활성 사용자수는 작년 동기 대비 18.6% 늘었는데 거래액(GMV)은 7.3% 증가에 그쳤다. 자연히 1인당 평균 구매액은 줄어 작년 상반기 65.5달러에서 올해 60.5달러가 됐다.

      포쉬마크는 활로를 찾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렸다. MZ세대의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들과의 제휴 및 TV 광고에 돈을 쓰면서 마케팅 비용이 대폭 늘었다. 이 효과로 상반기 매출(2570억원)이 작년보다 10.8% 늘었다. 같은 기간 321억원이던 영업손실은 올해 533억원에 이르렀다. 비용 증가 부담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

      네이버는 2조3000억원에 이르는 인수 자금을 "보유현금과 가용 차입금, 몇몇 투자자산의 일부 유동화를 통해 100% 현금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회사는 적자기업에 수조원을 들일 만큼 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네이버의 상반기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6379억원으로 전년동기(8233억원)에 비해 29% 가량 줄었다. 본격적인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시대에 접어들며 기업들이 재무관리에 총력을 다하는 상황이라 이 같은 네이버의 모습은 더욱 눈길을 끈다.

      노무라증권은 컨퍼런스콜 당시 "영업이익 기준으로 현재도 네이버의 마진이 기대보다 낮은 상황이라 투자자들이 실망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탑라인 성장성이 둔화하고 영업적자는 확대 추이를 보이는 기업을 인수하는 거래"라며 "탑라인 성장성 및 수익성 회복이란 인수 단계에서 고려할 요소를 둘 다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포쉬마크 M&A는 왓패드와도 비교된다. 네이버는 작년 1월 당시 왓패드 지분 100%를 6848억원에 인수했는데 5079억원은 현금으로, 1769억원은 자사주를 활용해 마련됐다. 당시 주가 흐름이 좋았던 만큼 자사주를 활용하기에 적기였다. 이번엔 포쉬마크 보유 현금 등을 고려해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의 올해 6월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약 4조4300억원이지만 이를 모두 끌어오긴 어렵다. 자체 자금 9925억원 외에 차입 및 자산매각이 현재로선 필수적으로 보인다. 

      포쉬마크 M&A 이후 네이버의 순현금 기조도 깨질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2020년 1조9000억원의 순현금을 기록했지만 작년부터 투자 활동으로 240억원의 순차입금 상태로 돌아섰고, 상반기 기준 단기차입금 상환에 따른 순현금 기조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이 같은 기조는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S&P는 "네이버가 포쉬마크 인수로 신용도 유지 여력이 감소했다"며 "올해 EBITDA 대비 조정 차입금 비율이 약 1.0배로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S&P가 신용등급 하향 기준으로 내건 1.5배보다 낮지만, 인수 전인 현재 추정치 0.5배보다는 높다. 네이버는 CJ ENM, 한진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CJ대한통운 등 상장사 지분을 투자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지 관심이 모인다.